올해 추석 연휴는 빨간 날만 5일이고, 연차 등을 쓰면 9일 동안 쉴 수도 있다. 연휴가 길다 보니 제주도 항공권이나 배편도 매진이고, 해외여행도 부쩍 늘었다. 추석 차례를 지내고 사흘을 더 쉴 수 있는 알찬 연휴, 변산반도로 가을 여행을 떠나보자.
변산반도국립공원 -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반도는 산과 바다가 아름답고, 문화유적이 많아서 1988년부터 국립공원이 되었다. 변산은 능가산으로도 불리며, 백제 땅이 변한인 것도 변산이 있어서다. 변산반도는 크게 산과 바다로 나눠 안변산과 바깥변산으로 부른다. 산에는 직소폭포와 능가산내소사, 바다에는 채석강과 적벽강이 이름난 곳이다. 천일염을 만드는 곰소만의 곰소염전과 국토해양부가 선정한 해안누리길 5개 대표노선에 선정된 변산마실길 13개 구간도 찾는 이가 많다.
징게맹갱외에밋들과 벽골제
부안 옆 김제에는 조정래의 소설 아리랑에 나오는 징게맹갱외에밋들(김제만경넓은들)과 삼한시대 저수지 벽골제가 있다. 김제평야와 만경평야는 호남평야의 중심으로 지평선을 만들었고, 농경문화가 일찍 발달했다. 이곳에 세워진 벽골제농경문화박물관과 조정래아리랑문학관에 들러 문학기행과 역사답사의 즐거움도 누리자. 그리고 해지기 전에 부안으로 들어가자. 해질녘, 서해와 마주한다면 환상적인 낙조를 볼 수도 있으니까.
채석강
변산에서 가장 아름다운 해변은 격포항 오른쪽 닭이봉 밑에 있는 채석강(彩石江)일 테다. 자연이 긴 시간을 두고 암벽을 아름답게 다듬고, 지금도 느리게 진행된다. 채석강은 바닷물이 침식시킨 퇴적암의 모양이 마치 수만 권의 책을 쌓아올린 것 같고, 이태백이 즐겨 찾았다는 중국의 채석강과 닮아서 그 이름을 얻었단다.
채석강을 천천히 걸으며 공부할 수도 있고, 아름다운 바위와 해변을 즐길 수도 있겠다. 물때를 맞춰 북으로 걸으면 격포해넘이해수욕장에 이르고, 더 멀리에는 붉은 암벽으로 이뤄진 적벽강이 있다. 채석강은 명승 제13호다.
능가산내소사
백제 무왕 34년(633)에 혜구두타가 변산(능가산) 자락에 지은 사찰로 처음 이름은 소래사였다. 소래사가 내소사로 바뀐 것은 백제를 공격하기 위해 석포리에 상륙한 당의 소정방(蘇定方)이 소래사에 시주한 뒤부터라지만 정확한 근거는 없단다.
능가산내소사를 알리는 일주문을 들어서면 150년 된 전나무숲길이 천왕문까지 이어진다. 꽃창살 문양이 예쁜 대웅보전(보물 제291호)은 인조 1년(1623년)에 못 하나 쓰지 않고 지었는데, 조선 중기의 대표작이다. 보물 제277호인 고려동종은 다른 절에서 옮겨와서 유두가 하나 없다 하니 잘 살펴보면 좋겠다.
곰소염전
곰소항 북동쪽으로 조금 가다 보면 왼편이 바람과 햇빛으로만 소금을 만드는 곰소염전이다. 오른편 새우 양식장을 염전으로 잘못 알 수 있으니 천천히 살펴야 한다.
사람이 없는 잿빛 소금창고와 검은색 소금밭은 쓸쓸할 수도 있으나, 봄부터 가을까지 소금을 만들 동안은 여느 밭처럼 땀 흘리는 인부들이 소금을 이리저리 모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염전은 삶과 노동의 현장이나 관광객 맞는 것을 꺼릴 수도 있으니 예의를 갖춰 둘러보는 것이 좋겠다. 지금은 곰소염전보다 곰소젖갈단지를 찾는 사람이 더 많고, 염전이 새우양식장으로 많이 바뀌었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