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날] 민뎅의 사적인 시간 (7) - 뉴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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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9월18일 11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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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민뎅의 사적인 시간 (7)
슬픔으로 자라나는 사람도 있다.

김민정 comica@naver.com

함께 밥을 먹는데, 이상하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이야기를 하며 밥알을 씹었다. 마음이 울고 있다, 고 느꼈다. 식당을 나서며 먼저 일어나 밥값을 계산하고 나오는데 그동안 그가 사주는 밥만을 먹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나는 정말 나만 생각하며 살았구나, 라는 생각도 함께.

은행에 갈 일이 있어 생각보다 ‘많이’ 그리고 ‘같이’ 걸었다. 찰나 같은 시간에 펼쳐졌다 접힌 그의 지갑 속에는 익숙한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나는 그의 지갑 안에 고이 담긴 내 사진을 슬쩍 보고는 또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뭐 그리 아릿한 일이라고, 내 가슴은 또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눈물을 흘렸다.

처음 서명을 할 때, 그는 잘못된 수술 후유증으로 재수술했었다. 그 날 종이 한 장에 서명하고 그와 늦은 아침을 함께 먹은 후 헤어졌다. 기억을 더듬으며 걷던 낯선 길에서 나는 어떤 생각을 했던가. 그날 나라는 사람의 상투성에 속상했던가, 울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는 며칠 전 내게 전화를 해 다시 수술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엔 또 다른 수술이라 했다. 역시나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이름 석 자 끼적여 날리는 서명뿐 이었다. 붉어지는 눈가를 감추며 괜히 볼멘소리를 한 마디, 기어이 하고 마는 내가 조금 미웠다.

지난 스물여덟 번째 생일날은 엄마가 눈 수술을 했다고, 그래서 나는 그 날도 그녀의 수술에 앞서 서명을 해야 했다고 말해주었다. 이제 와 무슨 악감정이 있겠냐며. 나는 가끔 상상해본다. 두 사람이 조금은 어색한 듯 마주하고 있는 모습을. 내게 나란히 살을 떼 준, 절대적 타인일 수도 없는 두 사람과 그 한가운데의 나를.

내 말을 들으며 그는 그녀가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는 병과 바꿔야 할 생활습관들을 덤덤히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역시 눈 수술을 권고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며칠의 입원 기간을 말하며 곤란할 것 같아 약물치료로 대신하고 있다고 했다.

곰곰이 듣고 혼자서 주억거리다 그에게 말했다. 이번 수술을 받고 나면 안과 의사와 다시 상의해서 수술 날짜를 잡으라고, 그 정도는 내가 오면 된다고, 그러니 수술을 해야 한다면 하라고.

그렇게라도 이야기할 수 있는 지금의 내 시간에 감사했다. 지난 시절, 응급실이란 평소 생각도 하기 힘든 곳에서 늦은 밤 연락이 왔을 때, 발이 땅에 묶인 사람처럼 오가지도 못한 채 얼마나 괴로워하며 울기만 했던가. 타인에게 그를 부탁하고는 나는 무에 그리 잘났다고 ‘활동’을 했었으며 짓눌리는 시간이었던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은 그래, 말 그대로 내가 어찌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불가함에 내 신경을 덮어 땅속으로 꺼질 것 같은 기분에 에워 쌓이느니 할 수 있는 정도의 마음과 몸이라도 되면 된다, 싶다. 그리고 그럴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자. 내가 가장 중해서 나만 생각하며 살아갈 인생이라도, 끝내 없애지 못할 그 너머를 더는 괴로워하지 말자. 수많은 시간을 아파만 하다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결국, 그것은 아무것도 해결해 줄 수 없으니까.

한참이나 모자랐던 어느 시절의 한 때는, 어리석은 생각들도 많이 했다. 분명 감당하지도 못할 거면서, 못된 마음이 되어 미운 생각들을 자라나게도 했다. 마르지 않는 눈물을 가진 나는 어쩌면 그렇게 스스로를 어여쁘지 못 하게 했던 걸까.

그러나 이제는 안다. 슬픔이 슬픔만이 아니라, 아픔이 아픔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그런 것들이 나를 채워가고 있음을. 결국, 나란 사람의 양분은 그것들로부터 자라왔음을. 내 몸 구석구석이 어떤 슬픔과 어떤 아픔, 때론 쓸모 있거나 쓸모없기도 한 죄책감으로부터 이뤄져 있다 해도 이내 내가 웃으며 살아갈 수 있음 역시, 모두가 그러한 것들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습관처럼 몸과 마음에 쉴 새 없이 스며든 나의 그 어떤 눈물들이 사실은 하나도 버릴 것 없이 내 삶에 흐르리라는 것도.

몹시 즐거운 생각들로 넘치는 시간을 살아간다 해도 그것과는 별개로 몸 일부가 슬픔으로 담겨 있는 사람도 있다. 슬픔으로 자라나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숨어있기 좋아하는, 깊은 곳에서 잠만 잘 것 같은 슬픔을 꺼내어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도 할 만큼 나는 조금 자라기도 한다. 한없이 울기만 하고 도망치기만 하던 내가 비로소 시간의 흐름에 담담히 미소를 짓기도 한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위안되고 싶다.

단언할 순 없는 인생이지만, 나는 점점 더 괜찮아지고 있다. 응, 그런 것 같다. 느린 걸음이지만, 나는 점점 더 괜찮아지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점점 더- 괜찮은 사람이고‘도’ 싶다.

여전히 나를 둘러싸고, 크고 그다. 나는 그 울타리 안에서 마음껏 내지르고도 안심하며 자라온 것이다

김민정 comic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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