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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서구의회. 해당 사진은 본 사건과 관계 없습니다. [출처=달서구의회] | | |
김철규 대구 달서구의회 의장과 서재령 달서구의회 운영위원장의 막장 폭로전이 이어지는 가운데, 성추행 피해자로 알려진 A씨가 "(서재령 의원으로부터)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11일 노조에 전하면서 피해자 입장을 무시한 의원 폭로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로 간의 명예훼손으로 피해 당사자는 1차적 피해와 더불어 2차 피해에도 무방비로 노출되고 있어, 공무원노조는 "인권유린 자행하는 관련 의원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 사건의 발단은 김철규 의장이 공개석상에서 의원들의 전화통화 내용을 녹취했다고 본회의에서 발언하면서 시작됐다. 이로 인해 의장 불신임 움직임이 일었고, 서재령 운영위원장과 김철규 의장은 쌍방 폭로전을 펼쳤다.
김철규 의장은 지난달 27일 보도자료를 통해 서재령 운영위원장이 지난해 7월 중순경 한 식당에서 여성공무원을 껴안는 등 수차례 성추행 했다고 폭로하면서 시작됐다.
서 위원장이 A씨에게 수시로 만날 것을 요구하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나간 자리에서 성추행했다는 것. 하지만 김 위원장은 이를 직접 목격한 것이 아니라 들은 이야기를 실명 거론했다며 반박을 당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서 의원은 허위사실을 배포했다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고, 11일 현재 이 사건은 검찰로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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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11일 오후 2시 달서구청 앞에서는 공무원노동조합달서구지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여성광장, 대구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두 의원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 | |
11일 전국공무원노조 달서구지부는 김 의장의 폭로 이후 휴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던 공무원 A씨가 노조를 찾아와 ‘김 의장의 보도자료 내용이 전부 사실은 아니지만, 성추행 사실이 있었다’고 전했다며 법적대응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구의원 간의 막장 폭로전에 애꿎은 A씨 인권만 침해당한 것. A씨는 김 의장 폭로 이후 휴가를 내고 정상적인 출근을 하지 못했다. 성추행 사실 여부와 무관하게 동료 직원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이 성추행 피해자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때문이다. 직접 상황을 보지 않은 김 의장에게까지 이야기가 들어갔다면 더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렸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사건을 폭로한 김철규 의장이 피해자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입힌 것이다.
또, 두 의원이 성추행 사실 여부로 논쟁을 벌이고 있는 동안 A씨는 출근을 하지 못하는 등 정신적 피해를 받아야만 했다. 2주의 시간이 지나고서 ‘성추행이 있었다’고 털어놓은 것에서 피해자의 상처와 혼란스러움을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서재령 의원은 <뉴스민>과 전화통화에서 “성추행이 사실이라면 고소를 해달라.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무고죄로 맞대응하던지 할 수 있지 않으냐. 사실이라면 1년이 넘은 이야기를 지금 와서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성추행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 의원은 “(성추행 혐의 피해)당사자가 지난달 찾아와 같이 밥 먹은 사실을 이야기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하고 갔다. 밥 먹은 사실만 알아도 언론은 소설을 쓰게 될 거라고 말했다. 보도자료 내용처럼 내가 불러낸 것이 아니라 직원들이 나를 불렀다”며 “본인이 성추행을 당했다고 직접 말했는지 사실 확인만 해 달라. 성추행 건으로 고소도 없이 말만 떠돌아다니니 나도 죽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앞선 9일 서재령 의원은 운영위원장을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의원직 유지 여부는 수사 결과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성추행과 관련해서는 피해자가 강제추행 고소 가능 기간인 6개월 동안 고소하지 않았기 때문에 형법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사실이라면 고소하라는 서 의원의 주장에도 피해자는 고소할 수 없는 이유다.
이에 대해 노조 관계자는 “성추행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구체적인 사실은 우리도 알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꼈다는 사실”이라며 “성추행을 당했음에도 상하관계 가운데 그동안 말도 꺼내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성추행을 포함한 성폭력 피해자의 신고율은 연 10%대에 머물고 있다. 가해자의 80% 이상이 아는 사람이다 보니 피해자들은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혼자 끙끙 앓게 되거나 성폭력을 당한 이후 주변 사람들이나 사회로부터 겪는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도 크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의 평소 행실을 거론하며 비난하거나 “그럴 수도 있지”라면서 가해자를 두둔하는 것이 피해자를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달 피해자 인권 침해를 지적하며 30일부터 집회와 1인 시위를 벌이며 두 의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이어 11일 오후 2시 달서구청 앞에서는 공무원노동조합달서구지부,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대구여성광장, 대구참여연대가 기자회견을 열고 두 의원에 대한 징계와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이에 폭로를 시작한 김철규 의장은 <뉴스민>과 전화통화에서 “제가 이야기를 언급한 당사자라 피해당사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다. 피해자와 서 의원, 동료 의원들에게 미안할 뿐이다.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의회 수장으로 이 문제를 깨끗하게 풀어 나갈 테니 넓은 마음으로 안아달라”며 의장 사퇴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