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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9월04일 23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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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전투>_패배의 역사를 다시 보는 이유
[기고] 칠레의 9.11비극 30년, 우리가 갈 길

장지혁(대구참여연대 상근활동가) movieknight@hanmail.net

[편집자 주] 살바도르 아옌데 칠레 대통령이 쿠데타에 의해 쫓겨나며 사회주의 정권이 막을 내린지 30년이 흘렀다. 이에 대구참여연대와 미디어핀다는 오는 9월 14일 오후 2시 다큐멘터리 영화 <칠레전투> 3부작 상영회를 대구 계명대 대명캠퍼스 스크린 씨눈에서 연다.

1970년 9월 4일 칠레 대통령 선거에 수차례 도전했으나 실패한 살바도르 아옌데 후보가 당선된다. 아옌데는 사회당 대선후보로 공산당 대통령 후보 빠블로 네루다와의 정치연합인 인민연합을 구성하여 극적으로 후보단일화에 성공하고, 그동안 번갈아가며 집권하던 보수 양당의 분열 속에서 선거를 승리로 이끌었다. 이른바 최초로 비합법 혹은 혁명이 아닌 선거로 집권한 사회주의 정권이 탄생한 것이었다. 

하지만 3년 뒤. 1973년 9월 11일 새벽, 칠레의 발라파이소에 있는 칠레군부는 육/해/공/경찰들에게 수도 산티아고에 있는 대통령궁을 향해 진격할 것을 명령한다. 그리고 3년 전 합법적인 대통령선거를 통해서 집권한 정부를 공격한다. 이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지 며칠 후 노벨문학상 작가인 빠블로 네루다는 숨을 거둔다. 그는 숨을 거두기 직전 완성되어가는 자신의 자서전에 피를 토하며 적는다. ‘저들은 또다시 칠레를 배신했다’

▲1973년 9월 11일 살바도르 아옌데 대통령은 그의 보좌관들과 함께 소총으로 무장한 채 군부의 쿠데타에 저항했다. 피노체트의 쿠데타군이 망명을 권유했으나 아옌데 대통령은 거부했고 곧 공군의 폭격으로 목숨을 잃었다.

보통 9.11의 비극은 미국 쌍둥이빌딩 테러로 기억되지만, 원래 9.11의 비극은 칠레가 그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 이 두 개의 9.11은 같으면서도 다르다. 수천 명의 사람이 희생당했다는 점과 의도적인 대규모공격이라는 점, 주요 대도시를 공격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하나는 테러조직에 의한 외부의 공격이고, 다른 하나는 자국의 군부가 자국민과 정부를 상대로 했다는 점이다. 또, 미국은 끈질긴 추격 끝에 그 테러의 지도자를 응징했지만, 칠레는 끈질긴 비호 끝에 그 쿠데타와 지도자를 처벌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서로 다르다. 아, 물론 양 사건에 미국이 깊숙이 관계되어 있다는 점은 잠시 잊자.

정부와 헌정을 강압적인 무력행사를 통해 불법적으로 전복하는 것을 너무나 익숙하게 보아온 우리로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칠레의 역사를 더듬어 살펴볼 수 있다. 군부가 헌정을 유린할 수 있다는 그 원초적 불안감은 그것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과도하게 예민한 것이거나 과대망상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12.12와 5.17쿠데타에 맞서 수많은 피를 뿌려가며 맞섰던, 그리고 처절하게 고립당하고 짓밟혔던 수많은 민중의 저항이 우리에게 있고 또한 낯설지 않다. 실제로 칠레 군부는 쿠데타 당시 예비검속 명단을 만들어 놓고 아옌데 정권 지지자들을 붙잡아 칠레 스타디움에서 학살했다.

그곳에서 학살당한 사람들 중에는 누에바 깐시온(Nueva Cancion, 새로운 노래운동)의 대표주자 빅토르 하라가 있다. 그는 “우리는 죽음에 맞서 결코 조국을 저버리지 않으리. 우리는 승리하리라, 우리는 승리하리라”를 소리 높여 부르다 그곳에서 생을 잔인하게 마감했다. 그와 더불어 인민연합의 활동가들, 시민단체의 열혈회원, 노동조합의 관계자들이 같이 무자비하게 살해당했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고, 어쩌면 다시 언급하는 것조차 새삼스러울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진실이야말로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칠레의 이 비극적인 역사도 마찬가지이다. 쿠데타가 일어나기까지 도대체 칠레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학술적으로 많이 나와 있다. 구글이나 논문검색사이트에서 찾아보면 적지 않게 다양한 견해와 의견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지점은 바로 그 현장, 그 시간, 그 사건 속에 있었던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생생한 그 시공간의 매연 속에 살아있는 그들을 만나러 가야만 한다. 민중의 목소리를 복원하고, 그 역사를 기록하자는 구술사 정리가 진보적인 학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현재에도 이루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그런 기록방식이나 접근법은 그들이 복원시키고자 했던 민중이 손쉽게 접근하거나 만날 수 있는 매체방식이 아니란 점에서 역설적이다.
 
영화란 매체가 가지는 장점, 그중에서도 다큐라는 장르가 보여주는 매력이 이 지점에서 빛이 난다. 조악한 장비와 프로답지 못한 실력이지만, 앞서 말했던 목소리와 기억의 복원이라는 측면에서 영화 <칠레전투>는 가장 완벽하다. 감독 빠트리시오 구즈만이 고백하듯 이 장편 다큐멘터리의 가장 완벽한 미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저 담담히 때론 무기력하게 보일 정도로 보여줄 뿐이다. 역설적인 장면들. 보수우파의 단결과 진보좌파의 분열조차 숨기지 않고 드러내고 냉소와 좌절된 전망에 대한 실망도 숨기지 않는다.

5시간에 달하는 이 숨 막히도록 긴 다큐를 봐야 할 이유는 명확하다. 패배했기 때문이다. 미국CIA의 개입, 칠레군부의 폭력성, 칠레 지배계층의 불법적이고 반사회적인 공격에 맞서 싸운 자들이 패배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에릭 홉스봄이 <역사론>에서 인용한 라인하르트 코젤렉의 역사관을 상기해보자.

"승리의 편에 있는 역사가는 단기적인 성공을 장기적으로 소급되는 목적론의 관점에서 해석하려 들기가 쉽다. 패배자는 그렇지 않다. 패배자의 주요한 경험은 모든 것들이 희망했던 것이나 계획했던 것과는 다르게 발생했다는 것이다. ... 패배자들은 왜 자신들이 생각했던 것은 일어나지 않고 다른 어떤 것은 발생했는지 설명해야 할 필요를 더 크게 느낀다. 이것은 중기적 원인과 장기적 원인에 대한 연구를 자극할 것이다. 이 연구는 예기치 않은 일의 발생을 설명하고 ...더 지속적인 통찰력을 낳고, 결국 더 큰 설명력을 낳는다.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는 승리자에 의해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역사 이해의 증대는 패배자로부터 나왔다."

패배한 민중의 역사를 본다는 것은 눈물과 비분강개, 그리고 냉소, 반성 등 수 많은 감정의 교차로 속에 서 있는 것과 같다. 그 복잡한 교차로 속에서도 우리는 스스로 갈 길을 만들어서 계속 나아가야 한다. 

장지혁(대구참여연대 상근활동가)
 
 

장지혁(대구참여연대 상근활동가) movieknigh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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