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을 앞두고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체계를 왜곡한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통상임금 문제는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기간 중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왔다. 당시 GM사 다니엘 에커슨 회장이 통상임금 문제 해결을 전제로 80억 달러의 투자를 약속했으며, 박 대통령은 “최대한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미 대법원이 ‘정기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결을 내린 상황이어서, 박 대통령이 대법판결까지 부정하고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미국조차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고 있어 ‘외교 굴욕’이라는 비판까지 떠안게 됐다.
대법원은 2012년 “근로자에 근속연수 증가에 따라 미리 정해놓은 비율을 적용해 산정한 금액을 분기별로 지급하는 것은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1996년에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이라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대법원의 판례와 다르게 ‘통상임금 및 평균임금 등의 판단기준 예시’에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대법원은 5일 오후 2시, 대법정에서 갑을오토텍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낸 2건의 통상임금사건 상고심을 공개변론으로 진행한다. 이 자리에서 정기상여금과 여름휴가비, 개인연금지원금 등 복리후생비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가 가려지게 된다. 사용자 측에서는 박지순 고려대 교수가, 노동자 측에서는 김홍영 성균관대 교수가 각각 변론에 나선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재 160건에 달하는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대구에서는 대구염색공단노조, 대구지역버스노조, AVO카본코리아지회, 산도고경지회, 상신브레이크지회에서 각각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중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3일,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인건비 상승으로 중소기업들이 존폐위기를 겪을 것이라 주장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5단체도 2일, 국회에 통상임금 등 14개 규제입법 완화를 요청하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했다. 이들은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면 기업들이 최대 38조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경북지역본부는 4일 오전 10시 대구시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체계를 왜곡하고 있다며 문제해결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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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화 민주노총 포항지부 부지부장은 “통상임금 소송은 열악한 임금을 받으며 연장근무, 야근에 휴일 특근에 내몰리는 노동자들의 악순환을 끊어내는 고리”라며 “지금 대법원 전원합의체로 사측과 정치권이 합작해 기존 판례를 뒤엎으려 한다. 고용노동부는 편향된 입장으로 노동자 탄압에 앞장선다”며 고용노동부의 태도를 비판했다.
조창수 경북일반노조 위원장은 “중소 영세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최근에야 통상임금에 관심 두기 시작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적용 여부를 고용노동부에 물으면 해당 사항이 없다고만 얘기한다”며 “노동부가 노동자 권익을 대변 해야지 오히려 행정지침으로 법원판례도 무시하며 법 위에 군림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손병창 대구고용노동청 근로개선지도1과 노사지원팀 상황실장은 “법원판결은 지급 주기가 한 달 넘어가더라도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것이지만, 고용노동부의 판단과는 배치된다”며 “법원의 판례만으로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으로 정해지는 건 아니다. 상당의 공신력을 갖는 해석기준일 뿐 구속력이 있는 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용식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사무처장은 통상임금 논란의 원죄는 고용노동부에 있다며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정기상여금 등 사용자 측에 부담되는 비용을 통상임금에서 배제할 목적으로 법리를 까다롭게 해석해왔다”며 “정기상여금은 물론이고 특수한 경우 예외가 있지만 대부분 일률적이고 정기적으로 지급되는 수당은 대법원 판결대로 통상임금이다”라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