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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사이에 두고 위치한 송전탑 건설 예정지(왼쪽), 이진영 씨의 집(오른쪽) | | |
경북 청도군 풍각면 금곡리에 사는 이진영(59) 씨. 그는 마을 주민들이 모여 사는 곳에서 1km 떨어진 곳에 혼자 살고 있다. 이곳에 들어온 지 10년, 평화롭게 살아가던 그의 눈앞에 송전탑이 들어서기 시작하며 그의 시선은 온통 송전탑 공사현장으로 바뀌었다.
밀양 주민들과 한국전력과의 갈등으로 알려진 신고리원전 송전선로가 이진영 씨 집 앞을 지나는 것. 한국전력은 신고리원전을 시작해 밀양을 거쳐 북경남변전소까지 765kv 송전탑을, 북경남변전소에서 두 갈래로 나눠 대구와 성주까지 365kv 송전탑을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작년부터 송전탑 1기 건설 중단을 요구하며 투쟁을 벌이고 있는 청도 삼평리 마을은 북경남 1분기, 이진영 씨 집 앞산을 지나는 송전탑은 북경남 2분기다.
마을이 모여 있는 밀양과 청도 삼평리는 주민들의 반대로 현재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그러나 이 씨 집 앞을 지나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이는 그 하나뿐인 탓에 8월 27일부터 공사가 시작됐다.
31일 오전 이 씨는 공사 강행을 막기 위해 공사인부들과 실랑이를 시작했다. 현장의 공사인부들은 “한전과 마을 간의 협의와 보상이 끝났다. 공사를 진행하게 해 달라. 우리도 일해야 하지 않느냐”고 이 씨에게 말했다.
이 씨는 “마을과 떨어져 있어 송전탑이 들어서기 전까지 공사가 있다는 것도 몰랐다. 일방적인 협의지 않느냐. 공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씨가 건설 중단을 요구하는 북경남 2분기 345kv 송전탑 5호기는 그의 집과 약 400m 떨어져 있다. 그리고 집 반경 1km 이내에 송전탑이 무려 8기가 둘러싸고 있다. 이 때문에 이 씨는 아직 건설하지 않은 송전탑을 산의 6부 능선이 아닌 9부 능선으로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이 씨는 “주변에 땅이 4천평 가까이 있다. 올해 2월부터 송전탑을 9부 능선으로만 옮겨달라고 요청했지만, 한전은 형평성 때문에 못 해준다는 답변만 하더라”며 “송전탑이 들어오는 것 때문에 땅을 내놓았지만 팔리지도 않는다”고 하소연을 털어놨다.
송전탑 건설 현장은 공사 진행을 막는 이 씨와 인부 5명의 실랑이가 계속됐다. 그 과정에서 위험천만한 상황이 벌어졌다. 공사 자재를 산으로 옮기기 위해 삭도 작업을 위해 안전 로프를 몸에 묶은 인부 하나가 공중으로 올라가자 이 씨는 그 밧줄을 자신의 몸에 묶었다. 때문에 이 씨와 인부 둘 사이 몸이 도르래를 사이에 두고 묶여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
서로의 생계가 충돌한 것. 공사 관계자는 “공사가 지체 되면 우리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한전에서 보상이 다 끝났다고 해서 공사에 들어왔다. 일 하는 사람 다치게 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토로했고, 이 씨는 “공사가 눈 앞에서 진행되는 걸 볼 수가 없다. 자재가 올라가면 공사는 급격히 진행될 게 뻔하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이 상황을 지켜본 이보나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안타깝다. 양 쪽 모두 살기 위한 것인데, 한국전력이 이러한 갈등을 방치하고 있다는 느낌”이라며 “한전이 현장에 나와 이 씨 의견 수렴하는 것이 먼저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보나 활동가는 “청도와 밀양 등 전국의 송전탑 공사 현장이 전부 중단된 상황인데 이 곳은 이 씨 혼자라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것 같다”며 “관심과 연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뉴스민>은 금곡리 마을 이장과 한국전력 담당 감독관과 통화를 시도 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