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가 결과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하고 가시적 성과 없이 활동을 마무리한 가운데, 오늘 열린 대구시국대회에서는 “국정원 선거개입을 규탄하는 집회마저도 지지부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4일 오후 7시 대구시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국정원대선개입규탄, 민주주의수호 9차 대구시국대회’에 참석한 대구시민(40대 중반 남성)은 시국대회가 끝난 후 무대 뒤편의 집회방송부스에 와서 “집회의 요구가 너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시국대회의 요구사항 중 어떤 부분이 불충분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익명을 요구한 시민은 “국정원 집회 주최 측이 중심을 잘 못 잡고 있다. 국정원의 선거 개입으로 득을 본 건 분명 박근혜 정부지만, 이와는 별개로 선거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다면 선거 자체가 무효다”고 말했다.
이어 익명의 시민은 “민주당 역시 답답하다. 새누리당이 선거결과 불복이냐는 공세에 불복은 아니라고 한다”며 “선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면 국민들이 느끼기에 마치 엄청난 일처럼 다가와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잘못된 것은 불복해야지 어떡하나”고 지적했다.
관련하여 서창호 뉴스민 편집위원은 ‘갇힌 촛불, 국정조사라는 보를 허물고 민주주의의 수문을 열자’라는 논설에서 “방향이 뻔한 촛불이 아니라 예상을 뛰어넘는 촛불이 되어야 한다”며 “촛불의 요구사항이 국정조사나 특정 정당의 입장을 넘어서 다양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갇힌 촛불, 국정조사라는 보를 허물고 민주주의의 수문을 열자)
서울에서 시국대회의 향후 향방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여하고 온 김선우 대구경북진보연대 집행위원장은 “집회에 참여하는 분들의 스펙트럼은 다양하다. 지금 수준에서 당장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기는 어렵다. 시국대회의 요구사항으로 박근혜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고 답했다.
비 오는 날씨에도 꺼지지 않는 촛불
한편 국정원의 대선개입을 규탄하는 촛불은 비가 오는 날씨에도 꺼지지 않았다. 이날 집회 장소에 모인 대구시민 100여 명은 각기 우비와 우산으로 비를 피하며 한 시간가량 집회를 진행했다.
박주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처장은 국정원 국정조사의 진행상황을 정리하고 국정조사를 비판했다.
박 사무처장은 “국정조사가 성과 없는 것 같아도 증인들이 계속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새누리당이 앞장서서 국정조사 방해 사실도 확인했다”며 “조금만 더 밀어붙이면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희 대구청년유니온 활동가는 “김진태 새누리당 위원이 ‘국회에 종북세력 진출을 막는 것도 국정원의 역할이다’고 한다. 오히려 국정원, 새누리당과 경찰이 3위일체가 되어 국민을 분열하고 정치적 다양성을 파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국대회는 31일 오후 5시 동성로 야외무대에서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