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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8월03일 01시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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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친구-삐짐!
엄마 마음

이영철(화가) grim-si@daum.net

작품정보
친구-삐짐!. 23cm x 16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3년 작

엄마 마음

경주 엑스포-이스탄불 문화교류 행사 가운데 하나인 경북-이스탄불 미술교류전시회 기획을 맡아서 출장을 다녀왔다. 그리고 그사이 작업실 길냥이 안심이의 먹이를 주는 일은 잠시 아내가 대신했다. 내가 떠날 무렵 안심이는 새끼를 낳고 젓을 먹이느라 몹시 지쳐 보였다. 공교롭게도 이스탄불에 간 첫날부터 안심이는 두어 번 귀여운 새끼를 세 마리 데리고 와 사료를 먹는 것을 지켜보더니, 내가 귀국하기 이틀 전 후부터는 갑자기 오지 않는다는 아내의 전화가 왔다. 내가 다시 화실로 돌아와 보니 까만 녀석과 갈색 얼룩이 있는 새끼 두 마리가 안심이 이전에 화실 앞을 돌아다니던 늙은 냥이, 그리고 원래 안심이와 같이 오던 의심이와 함께 들락거리고 있었다. 그때 직감적으로 탈진해 보이던 안심이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았고, 대신 다른 녀석이 새끼들을 보호해 주는가보다 생각했다.

그러나 이내 진실은 밝혀졌다. 매일 밤늦은 시각이면 2층 화실에서도 선명하게 들릴 만큼 애절한 아기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아내가 화실에 들린 날 내려가 확인해보니 주인공들은 하루 종일 지하실에 숨어 있다가 밤이면 배가 고파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아 우는 안심이 새끼들이었다. 화실 앞 밥그릇도 안심이가 죽자 새끼들도 함께 밀려나고 그 자리를 다른 고양이가 자신의 새끼를 데리고 차지해버린 것이다. 약육강식의 생태계의 현실을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황이 난감했다. 특히 너무 어려서 멀리서 보면 야구공에 귀만 붙어있는 것처럼 작게 웅크리고 있는 노란 고양이가 위태로워 보였다. 그리고 만약 안심이가 살아있다면 이 아이들이 고생하지 않았겠지만, 대신 지금 밥그릇을 차지한 바로 저들이 굶주리고 거리를 헤매고 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따질 이유도 없었다.

결국, 그 사실을 알고 난 다음부터는 화실로 오는 새끼들은 깜냥이와 얼냥이, 그리고 아래층 안심이 새끼들은 엄마 없이도 영웅처럼 잘 자라라고 웅비, 웅천, 웅냥이로 이름을 지어주었고 밥 주는 일도 두 배로 늘었다. 대게 밤 11시 이후부터 내가 있는 재래시장 상가 대부분이 철시를 하므로 작업을 하다가 늦은 시간 살짝 내려가 애들 밥을 주는 일로 엄마 잃은 냥이들도 안정을 찾아가는 듯했다. 처음에는 나를 무서워하다가도 날이 갈수록 그 두려움의 거리는 줄어들고, 본격적인 한여름이 시작될 무렵에는 내가 나타나면 어디선가 어둠 속으로부터 쪼르르 달려 나올 만큼 친해졌다. 그러나 엄마 없이도 평화가 왔다는 것은 내 착각이었다. 냥이들 밥을 주는 것이 하나둘 알려지더니 급기야 이곳에 터전을 잡고 살아가는 상인들의 저항에 부딪힌 것이다. 내가 냥이들 밥을 준 후부터 시장 길냥이들의 개체 수가 엄청나게 늘었다는 항의를 들을 때마다, 영업시간 다 끝나고 모두가 잠든 늦은 밤, 겨우 한 줌도 채 먹지 못하는 사료로 하루를 살아가는 애들에 대해 선처를 부탁했다.

야생으로 제대로 먹지 못하고 오염된 물을 마시는 등 열악한 조건 속에서 평균 수명이 3년 정도 되는 길고양이들, 각자의 구역과 서열이 있어서 철저하게 그 질서를 지키며 사는 냥이들의 본 모습도 좀 봐 달라고 거듭 양해를 구했다. 그러나 상인들과의 관계는 점점 불편해졌다. 나는 그동안 계속 죄송하다, 그러나 애들을 굶길 수는 없다고 버텼다. 결국, 내가 지혜롭지 못했다. 상황이 나빠질수록 빨리 현실을 받아들이고 먹이 주는 장소를 이동해가거나, 눈치채지 않고 먹이를 줄 수 있도록 대처를 했어야 옳았다. 애들은 금방 클 테니 조금만 더 도와주면 스스로 먹이를 구하러 다니게 될 거라는 생각이 앞서다 보니, 정작 이곳에 사는 분들의 입장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던 대가는 혹독했다. 하루는 금강야차처럼 생긴 아저씨가 나타나더니 아주 무자비하게 나를 몰아세웠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두렵거나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아저씨 손을 잡고 배고픈 마음 겪어보신 눈빛인데 제발 선처를 부탁한다고 애원을 했다. 그 아저씨는 기세가 수그러지시기는 했지만, 온 시장 사람들 다 싫어하는 일을 왜 당신 혼자 미친 사람처럼 이러느냐고 호통을 치셨다.

그 아저씨와 갈등을 겪은 날 밤부터 마음이 너무 무거웠다. 온 도시 고양이가 다 굶주리고 쓰레기통을 뒤져도 내가 모르면 괜찮고, 내가 아는 고양이는 절대 배고파 우는 꼴을 못 보겠다는 것도 결국 내 마음 편하자고 하는 이기적인 행위다. 그리고 내가 밥을 먹이고 기쁜 마음에 집으로 돌아가 행복하게 단잠을 자는 동안, 정작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에게는 털 날리고, 비만 오면 냥이들이 내지른 대소변 냄새 때문에 장사에도 차질을 빚는 원인의 일부를 내가 제공했다는 사실을 깊이 고민하지 못했었다. 언뜻 보면 하나가 살아가려면 다른 하나는 피해를 보아야 하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듯 보인다. 그러나 조금 들여다보면 하나가 생활이 좀 불편한 것을 받아들이면, 하나의 생명이 살아간다는 사랑과 연결되어있다는 사실을 내 멋대로 해석했던 것이다.

그날 이후 나도 한동안 고양이가 되어갔다. 더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려 은밀하게 움직이고, 더 민첩하게 행동했다. 그러면서도 시골이나 한적한 주택가는 길냥이들의 배설물이 전혀 문제가 되지는 않지만, 음식물을 파는 시장은 내 주장과 행동이 반드시 옳다고 할 명분도 부족해 괴로웠다. 주변과 상의해 유독 잘 따르는 어린 웅비와 웅천이만이라도 붙잡아 데리고 키울까도 심각하게 고민해봤다. 그러나 굶주리고 살더라도 자유롭게 훨훨 돌아다니다 가는 것이 불행하고, 배는 곪지 않겠지만, 평생 갇혀 지내는 것이 행복한 것인지 나 스스로부터가 혼란스러웠다. 새끼들을 내지르고 믿을 놈이 나뿐이라고 숙제처럼 내맡기고 떠난 안심이도 원망스럽고, 왜 사람과 동물, 식물들이 다 함께 조금씩 손해 보며 행복하게 살 방법은 없는지 한번 왔다가는 생명의 갈등도 슬프고 고통스러웠다.

새삼 엄마 사랑에 대한 생각이 가슴으로 들어왔다. 아이의 안위에 도움이 된다면 엄마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닭도, 고양이도 다른 짐승도 다 자식은 본능적으로 엄마가 돌본다. 사랑은 나를 버리고, 내가 부서지고 불편해지더라도 나 하나 내려놓으면 생명의 평화를 얻게 한다. 이 평화는 배부름일 수도 있고, 자유일 수도 있으며, 희생일 수도 있다. 그러고 보면 사랑은 엄마 마음이다. 부처님, 예수님,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성인의 사랑도 결국 엄마 같은 마음이다. 사랑이 참 많이 필요하고, 사랑이 참 많은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여전히 굳게 믿는 시대지만, 내가 갑자기 왜 길고양이들 때문에 잠 못 이루고, 눈물 흘리며, 가슴 아파하고 있는지 돌이켜보니 안심이가 내게 떠넘기고 간 바로 그 엄마 마음 때문임을 알겠다.

한여름 늦은 밤마다 엄마 잃고 배가 고파 골목길을 헤매는 어린 냥이들을 찾아다니다가 이제 내 고양이들만 생각하는 이 집착은 끊기로 했다. 사람이든, 동물이든, 식물이든 세상에 온 생명은 한번 정을 주면 책임이 뒤따른다. 그래서 나를 사랑해서 그들을 데려다 키우려는 생각을 버리고, 그들 자체를 사랑해서 내가 좀 희생이 되고 불편해도 좋다는 마음으로 인연을 맺어야 한다. 내 마음이 안됐다고 상인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냥이들에게는 야생의 적응력을 둔화시켰으며, 나 스스로도 아무 일도 못 하고 눈물로 휘청거린 이 여름을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소독약을 뿌리고 난리를 쳐 내 아이들이 떠난 재래시장의 시간과 공간 속에는 그 어린 것들이 허기진 배를 채우며 나누던 눈인사가 슬프게 배어있다. 배낭에 사료를 담아서 늦은 밤거리를 헤매며, 사람과 동물이 함께 배고프지 않는 행복한 밤을 보내고 아침을 맞이하기를 간절하게 바라는 내 새로운 습성은 아마 오랫동안 계속될 것 같다.
 

이영철(화가) grim-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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