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대구10월항쟁 관련자와 전국보도연맹원, 민간인 집단 학살이 일어난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골. 한국전쟁 후 일어난 민간인학살 희생자를 추모하는 위령제가 10월항쟁유족회와 대구작가회의 등의 주최로 31일 오전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가창댐 입구 수변공원에서 열렸다.
대구 및 인근 학살터 16곳 중 하나인 가창골은 1950년 7월 7일부터 9일까지 대구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제주4.3관련 440여명, 여순사건 관련 242명이 경찰과 군에 의해 학살된 곳이다. 이후 경찰과 군은 7월 27일부터 31일까지 15년 이상 장기수 1196명을 추가로 학살했다.
대구는 이곳 가창골 외에도 경산코발트, 앞산 빨래터, 상원동, 효목동 중석광산, 파동, 팔공산 입구 등이 학살터로 알려졌다.
민중의례로 시작한 위령제는 제례와 무용가 박정희 씨의 진혼무와 고희림 시인의 추모시 낭송으로 이어졌다.
채영희 10월항쟁유족회장은 “60여년을 설움과 압박 속에 살아왔다. 당시 우리의 아버지들은 똑똑한 일을 한 분들이었는데 빨갱이로 몰려서 희생당했다”며 “이제라도 떳떳하게 제사를 지낼 수 있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남몰래 위령제를 지내왔던 시간에 대한 설움을 토로했다.
이날 위령제는 처음으로 대구시의 지원으로 열렸다. 김범일 대구시장이 보낸 조화가 눈에 띄었고, 대구시 자치행정과장도 참석해 “뒤늦게나마 희생자들의 억울함을 달래는 데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10월항쟁과 관련한 조사를 담당했던 김상숙 전 진실화해위원회 조사관도 참석해 채 밝혀지지 못한 10월항쟁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상숙 전 조사관은 “지금은 대구를 보수적인 지역으로 알고 있지만, 과거는 진보적인 곳이었다. 해방 이후 좌익과 우익이 함께 건국운동을 활발히 추진했던 곳”이라며 “10월 항쟁은 46년 미군정의 식량정책에 대한 불만, 친일 청산이 채 이루어지지 않고 친일파를 경찰과 행정관료로 임명하는 데 대한 불만, 지주소작 관계에 대한 울분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전 조사관은 “대구지역은 학살로 인한 희생자가 가장 많은 곳임에도 이에 대한 증언과 조사에 대한 어려움이 있었다. 학살 가해자인 경찰과 군 당국이 자료를 내놓지 않으려고 해 조사를 다 마치지 못한 한계가 있었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사실관계를 제대로 밝혀내야 희생자와 유족들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작가회의는 올해 10월항쟁 67주년을 맞아 유족들과 함께하는 10월문학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오는 10월 1일에는 기념식과 문화제를, 그리고 민주연구단체협의회가 10월항쟁과 관련한 학술회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