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구교육청은 2013년 1차 전국 학교폭력실태조사 결과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1.02%로 전국 최저 수준이라며, 대구가 학교폭력으로부터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밝혔다.
우동기 대구교육감은 지난 4월 10일 경북대에서 열린 '학교폭력예방 및 청소년 자살예방 대책 토론회'에서도 “지난해 학교 폭력 발생률을 조사한 결과 대구는 4.73%로 시도교육청 중 가장 낮게 나왔다”며 “2013년도 학교폭력도 조사 중인데 3%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이번 결과를 통해 대구교육청의 정책이 재평가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억울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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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기 대구시교육감 [출처=뉴스민 자료사진] | | |
또, 우동기 교육감은 7월 4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피해응답률이 1%라며 “대구교육 폭력도시, 자살도시 오명 벗었다”고 대구가 학교폭력과 거리가 먼 도시임을 재차 강조했다.
대구교육청 지나치게 수치에만 집착...참여율 2012년 1차 조사 후 급격히 증가
대구교육청의 ‘학교폭력 안전도시’ 자랑이 이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2011년 12월 학교폭력 자살사건 이후 ‘학교폭력 자살도시’로 불린 대구의 불명예를 씻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그런데 교육청은 불명예를 씻기 위해 지나치게 수치에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수치의 진실은 무엇일까.
2012년 처음 실시한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대구지역 피해응답률은 1차 9.1%(전국평균 12.3%), 2차 4.73%(전국평균 8.48%)로 두 차례 모두 전국 최저라고 대구교육청은 밝혔다.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더불어 대구교육청은 피해응답률이 0%인 학교도 27개 학교(초16, 중2, 고4, 특수5)로 작년의 5개교 보다 높게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구교육청은 전국 참여율이 81.7%인데 반해 대구지역 참여율은 89.22%로 높게 나타났다며, 설문에 적극적으로 응답해 신뢰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이 크게 감소하고, 전국 최저로 나타난 것은 안전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꾸준하게 노력한 결과로서, 이는 교육청과 학교는 물론 학부모, 지역의 우리마을교육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한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나선다.’는 마음으로 협조해 준 덕분”이라고 밝혔다.
의문점은 대구교육청이 강조하는 전국 최고 수준의 참여율이다. 실태조사가 처음 이루어진 2012년 1차 조사에서 대구지역 응답률은 19.3%에 불과했지만, 2차 조사에서 86.6%로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일반적으로 설문조사에서 응답률이 높으면 신뢰도가 올라간다. 대구교육청 관계자는 실태조사 응답률이 높게 나타난 데 대해 “실태조사만 따로 실시하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예방컨텐츠교육과 함께 실태조사를 실시해 참여율이 높은 것”이라며 “예방교육을 실시하는 선생님이 실태조사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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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도 학교폭력 실태조사 전체응답율. 대구는 1차 응답율이 19.3%로 두번째로 낮았다가 2차 응답율은 86.6%로 두번째로 높아졌다. [출처=뉴스민 자료사진] | | |
현장 교사 "피해, 가해 학생 섞여 설문 응답...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
온라인 실태조사 장점 사라져
하지만 교육청 관계자의 주장과는 달리 학교 현장 교사들은 높은 설문참여율 때문에 설문의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무슨 이유일까.
모 고등학교 교사는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학생들을 반 강제로 동원해 설문참여를 시키니까 피해응답률이 낮은 것”이라고 꼬집으며 “교육청에서 설문조사에 강제참여토록 지시하지 않았지만, 학교평가에 들어간다면 학교 현장은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반 강제로 학생을 참여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또, 모 초등학교 교사는 “(참여율이 저조한)1차 실태조사 이후 교육청에서 학교별, 학년별 응답률을 거의 매일 체크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학생들을 컴퓨터실에 데리고 가서 응답하도록 했다. 피해, 가해 학생이 섞여 있는 상황에서 한 응답이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현장 교사들의 지적처럼 학교폭력 예방교육을 마친 후 그 자리에서 실시하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에서 학생들이 얼마나 제대로 응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학교폭력 예방교육 효과의 긍정적 응답률’이 95.69%로 높게 나타나 대구지역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충실했다는 대구교육청의 평가에도 의구심이 생긴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www.neis.co.kr) 홈페이지를 학생이 개별적으로 접속해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교실에서 집단적으로 진행하면 서로 눈치 볼 것이 많아 개인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설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응답률을 높이기 위해 학교폭력 예방교육 직후 실시하는 설문조사는 온라인 실태조사 시스템이 가지는 장점마저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