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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0일 희망버스는 울산 현대차 비정규직 노동자가 철탑농성을 벌이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출처=참소리] | | |
사람 할 짓이 아니다. 노동자가 개라는 말을 듣는 시대다. 우익정권이 출범해서 그런가. 도대체가 노동자를 짐승 취급하는 짐승 같은 세상이다. 누가 금수강산禽獸江山을 금수강산錦繡江山이라 했던가. 나 같으면 저 철탑 위에 올라가지 못한다. 게다가 9달 넘도록 10만 볼트 전기가 흐르는 저곳에, 울산에 엄마 따라 왔다가 투쟁하는 모습에 무서웠다는 어느 학생의 이야기처럼, 무섭고 두려워서라도 올라가지 못하겠다.
그런데 최병승, 천의봉 두 동지가 현대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철폐,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하늘에 구름처럼 올랐다. 열사熱砂같은 하늘에 제대로 싸우지 못하는 지상의 우리가 애꿎은 두 동지를 올려놓았다. 7월 21일 아침 울산 철탑 앞 기자회견장에서 주르륵 흐르는 눈물도 슬퍼할 자격을 갖지 못한다.
7월 20일 밤 11명의 사람이 용역 깡패의 곤봉 등 폭력에 맞아 머리에 바늘을 꿰매는 등 큰 상처를 입었고 사람들이 연행됐다. 생산을 멈추기는커녕 두 동지가 9달이 넘게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이 마당에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또 다른 노동자들, 자본의 개가 되기로 작심했는지 자본을 위해 열심히 노동을 파는 노동자들 다수가, ‘노예들의 불’을 밝히고 있는 시간에 희망버스를 타고 온 노동자 시민 활동가들은 노동의 분노를 담아 담벼락을 뜯어내고 있었다. 곤봉, 커터칼, 소화기, 물대포로 무장한 현대자본, 용역깡패, 경찰에 맞서 노동자 시민은 노동자들을 단칼에 잘라내는 현대자본처럼, 담벼락에 밧줄을 걸면 여지없이 커터칼로 밧줄을 잘라내는 용역들에 맞서 힘겹게 저항 또 저항하고 있었다.
물대포를 맞으며 파업가를 부르던 현대차비정규직지회 금속 노동자의 뒷모습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싸우고 투쟁하는 노동자 곁에서 용역 깡패들에게 물병을 던지고 담벼락 뜯어내는 일에 동참한 것은 얘깃거리도 되지 않을뿐더러 분도 풀리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랴. 싸우고 투쟁하는 노동자보다 자본의 편에서 노는 노동자들이 더 많으니 우리가 철탑 위 노동자들에게 계속 하늘 위에 구름처럼 떠 있으라 요구할 수 있는가. 그럴 자격도 없는 지상의 인간들이다.
7월 20일 밤 10시에 철수하기로 하고 눈도장이나 찍으러 온 금속 노동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노동에 대한 착취와 탄압이 광기를 부리는 울산 현장에 왔단 말인가. 그들은 저 철탑 위에 노동자 전체의 대의를 위해 올라갈 수 있는 노동자들인가. 싸우고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의 언어를 사용하고 정치적 술수로 민주노조 흔드는데 능수능란하며 지역운동의 족쇄 구실을 하는 노동자들이 과연 노동자들인가.
경주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처럼 자본이 노동을 개라고 저주하는 이 시대에 금속이든 어느 산별이든 대구든 어디든 정말 낯 뜨겁고 수치스럽지 않은가. 하늘에 가서야 노동해방 세상을 만나고 열사의 하늘에 몸을 띄워도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요구가 메아리로 돌아오는데 지상의 노동자들은 노동자이기를 포기하고 자본 옆에서 살아간다.
철탑 위 두 동지,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지상에서 싸우지 못하는 우리의 한없이 부족한 모습을 그대들이 더는 부담으로 안고 가야 할 이유가 없다. 다음 더 큰 투쟁을 준비하더라도 이제는 몸과 목숨을 추슬러야 할 시간이다. 이제 그만 내려오시라. 내려와서 자본의 편이 된 우리 노동을 꾸짖으시라. 과거의 시간과 기억을 잊고 ‘탈진한 노동운동’, 조합주의에 갇혀 놀러나 다니는 노동운동을 일깨우고 꾸짖으시라.
막다른 골목에 다다른 우리 노동의 기가 막힌 현실, 반동이 되어가는 각 지역의 노동운동을 같이 고민하시라. 자본의 위기가 현재진행 중이고 자본의 착취와 억압은 폭염처럼 점점 더 기승을 부리고 있고 또 부릴 것인데 우리는 협상과 타협하기에 바쁘고 행사하기에만 바쁘다. 도대체 싸우지 않고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21일 아침나절 주차장 바닥에서 자고 일어난 후 철탑 옆 집회 장소 탁자 위에 꽂힌 어느 학생의 쪽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공장 점거 하지 못해 아쉽네요.’ 참으로 부끄럽다. 학생이 공장 점거를 이야기하는 마당에 그 연배의 우리는, 우리 노동자는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철탑 위 두 노동자에게 우리가 무슨 말을 전해줄 수 있는가. 더 이상 전할 말이 없다. 내려오시라는 말 밖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