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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7월20일 06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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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분홍이
갤러리 17

이영철(화가) grim-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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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정보

분홍이. 24.4cmx 33.3cm,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013작

갤러리 17

예술 현장에 종사하는 예술가들은 대체로 가난한 쪽으로 많이 치우쳐 있다. 예술 결과물의 소비자는 그나마 경제적인 문제가 어느 정도는 해결되어야 가능하므로, 확률적으로도 생산자보다는 훨씬 부유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 대부분 예술가들은 자신이 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을 최소한의 경제적인 여건이라도 되어주기를 바란다. 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을 한다는 만족감이 전제되어 있는데다가 욕심을 부린다고 될 일이 아니란 것을 잘 안다.

그러면 예술가들의 창작환경을 열악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물론 수많은 원인이 있다. 세습된 가난, 투자하는 시간과 열정 그리고 금전적 투자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게 되돌아오는 구조적인 불이익, 창조적인 상상력을 가시화시키기에는 불가능한 현실 때문에 밀려드는 전투력 상실, 미술작품의 경우는 유통과정을 거치는 동안 불어나는 작품가격의 비합리적 상승, 예술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와 소통 부재, 경제적인 성장이 가속화되면 될수록 점점 커지는 상대적인 빈곤감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이유가 된다.

그러나 미술, 특히 평면회화를 창작하는 경우에서는 작업실이 없다거나 심지어 재료비조차 부족하다 해서 작업을 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아주 좋은 도화용 연필이 한 자루 천 원 정도이니, 한 달에 50자루를 몽당연필이 되도록 드로잉을 죽자 해댄다 해도 오만 원 정도면 수천 장의 그림을 그릴 수 있다. 만약 그 종이는 어디서 구하느냐고 되묻는다면, 주변에 있는 인쇄소를 가보면 좋겠다. 인쇄물은 재단하면 남는 파지가 생긴다. 아마도 매달 몇천 장의 다양한 색깔과 지질과 크기의 종이를 그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한 일 년 혹은 몇 년간 수 만장의 드로잉을 해댄다면 분명 대단한 수준의 작업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좋은 작품은 찾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니 그 드로잉을 팔아서 물감도 사고 붓도 구한 다음, 그 엄청난 드로잉을 그려댄 실력을 바탕으로 채색화를 그린다면 어떤 작업이 나올지 상상이 된다. 이 의견은 학교 강의를 자주 다니다 보니 졸업을 앞두고 형편이 어려워 장차 그림을 그리며 살 일이 막막하다고 고민하는 제자들에게 빼놓지 않고 해 주는 충고이기도 하다. 먹고 살기는커녕 위급한 전쟁 상황 속에서도 담뱃갑 은박지에 못으로 드로잉을 한 이중섭 같은 화가도 있지 않은가!

이처럼 주변 환경과 개인의 의지도 문제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예술가들 스스로 조금만 더 깊은 배려로 동료의식을 가진다면 창작 여건을 훨씬 개선할 수 있다. 화가들은 어려운 여건에 겨우 작업해 자비로 전시회를 한번 치르자면, 전시장을 대관해 초대장과 팸플릿을 만들고, 액자를 씌우고 전시회를 연 후 오프닝 상을 차린다. 그리고 종종 뒤풀이 자리를 마련해 술잔을 나누며 찾아온 동료들을 대접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작품은 그리 쉽게 판매가 되는 것이 아니어서 대게 전시를 한번 치르고 나면 큰 후유증을 남기게 된다. 자비로 하는 전시회가 아닌 초대전의 경우도 큰 차이는 없다.

문학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힘들게 책을 출판하고 나면 동료 문학인들이 책을 사주는 것이 아니라 책을 선물 받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깔려있어서, 자비의 경우는 책을 출간하는 비용도 비용이지만 수많은 문학 동료들에게 책을 발송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 전통무용가로 활동 중인 지인의 무용발표회 일을 도울 때도, 공연장 대관료, 의상비, 스텝들 출연료, 뒤풀이까지 엄청난 경비를 쏟아 부었는데도, 정작 동료 무용인들과 지인들은 초대권을 받아가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스스로 표를 구해 공연장을 가득 채워주어야 한다고 동료의식을 실천하려는 사람은 드물었다.

화가의 전시회 때 동료들이 화환이나 화분 다 생략하고 모두 잔칫집 축하의 의미로 십시일반 부조금을 내거나 오프닝 먹거리를 하나씩 들고 와 함께 축하해준다면, 그 화가는 최소한 전시 당일의 경제적 심리적 고통에서는 해방될 것이다. 문학인이 책을 내면 그 내용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것이 아니라 모두 책부터 한 권씩 사준다면 모든 문학인은 출간만 하면 재판은 기본적으로 찍는 작가가 될 것이다. 동료의 공연 스케줄이 잡히면 무조건 표부터 사주는 정서가 뿌리를 내린다면 모든 무용인은 기본적인 흥행을 이미 예약해놓고 공연을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예술인들이 동료를 돕는 작은 마음을 실천한다면, 예술인들 스스로 결국은 자신을 돕는 결과로 이어지게 되므로 창작환경도 많이 바꿔놓게 될 것이다.

얼마 전 후배 화가가 자신의 작업실 한 벽면을 직접 갤러리로 만들었다. 창작 열정의 산물인 작업은 쌓여가고, 세상과 작품의 소통은 만만치 않으니 자신의 작품을 쌓아 두는 것보다는 벽면을 갤러리로 만들어 걸어두는 게 훨씬 고무적이다. 그래서 이 친구는 가진 돈 17만 원으로 재료를 사고 시공은 직접 했다. 그리고 갤러리 이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는 것을 보고 나는 그가 가진 돈 17만 원을 투자한 의미를 담아 <갤러리 17>로 하기를 권했다. 그리고 이왕이면 17명의 비슷한 처지의 동료들을 초대해, 한 점에 17만 원 하는 소품으로 개관전도 하자고 했다. 오프닝은 각자 막걸리 한 통씩 지참하고 뜻을 이해하는 콜렉터들도 같이 모여 한여름 하루 저녁을 진짜 예술과 인생 이야기를 술잔에 부어 마시며 보내는 것도 좋겠다 싶었기 때문이다.

아직 그 갤러리 주인장으로부터 초대전을 한다는 소식은 오지 않았지만, 이처럼 가난한 예술가들이 창작물을 발표할 때마다 적극적으로 서로 돕고 살았으며 좋겠다. 화가의 경우는 <갤러리 17>처럼 각자 10만 원이든 23만 원이든 형편 되는대로 주머니를 털어서 작업실 한 벽면을 전시공간으로 꾸미고, 자신의 작품을 귀하게 걸어주는 <갤러리 10>, <갤러리 23> 등 전시 공간을 만드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러면 언제든 서로 연계한 오픈 스튜디오를 통해 주민들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도 있을 것이다. 예술가들이 사회적 권익을 위해서 혹은 집단적 발언을 목적으로 협회를 결성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제 오직 작업만을 위해 온갖 힘든 여건을 감내하고 살아가는 예술가들이 자신을 존중해주고 돕는 예술협동조합 같은 집단 활동이 필요한 시기가 온 듯도 하다.
 

이영철(화가) grim-si@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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