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토요일 오전, 발레오만도지회 노조사수투쟁 5일차. 공장 밖에서 대기 중인 30여명의 (주)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 관리자, 사무직원들과 80여명의 조합원들이 모두 한낮의 열기에 무던히 대치중이다.
그 와중 갑자기 해고자 이훈우씨의 딸 유림이(7)가 선전용 방송차의 마이크를 잡고는 호통 친다.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될 거 아이가. 그래서 다 같이 잘 살아야 좋은 거 아니가” 유림이의 외침에 항상 날카로운 눈매로 투쟁현장을 누비던 이씨의 눈꼬리가 누그러진다.
 |
| ▲ 7살 유림이는 마이크를 잡고 “우리도 먹고 살아야 될 거 아이가. 그래서 다 같이 잘 살아야 좋은 거 아니가”라고 소리쳤다. | | |
유림이는 이씨가 농성에 들어간 첫 날부터 아빠가 보고 싶다고 야단이었단다. 학교보다도 투쟁현장에서 유림이가 배울게 많을 거라는 이씨는 자녀에게 “올바른 길을 가르쳐 주고 싶다”고 했다.
“아이가 벌써 싸운다는 말을 알아요. 출입문을 막고 있던 경찰을 보고는 ‘경찰이 공장에 들어가는 걸 왜 막아?’라느니, ‘아빠 싸워? 이겼어? 다치면 안 돼’라느니 물어봐요.”
스피커로 흘러나오는 자기 목소리가 재미있는 듯 유림이는 이후에도 마이크를 놓을 줄 모르고 얘기했다. 하지만 11시 40분 경 정문 쪽에서 갑자기 호각소리가 울렸다. 상황 전달을 위해 유림이는 마이크를 아빠 동료에게 내줘야 했다. 유림이가 울상을 지었지만 급한 상황일 지도 몰랐다.
조합원들은 정문으로 급히 달려갔지만, 상황은 작은 헤프닝으로 그쳤다. 관리자들과 사무직원들이 수박이 든 아이스박스 운반을 막아서고 내용물을 검사한 것. 직원들은 달려 나온 조합원들에 밀려 길을 텄다. “왜, 수박에 폭탄이라도 심어 놨을까봐”라는 한 조합원의 말에 나머지 조합원들도 웃음을 터트렸다.
 |
| ▲ 수박이 든 아이스박스를 확인하려는 사측 직원과 조합원들 사이에 잠시 실랑이가 벌어졌다. | | |
상황이 진정되고 해고자 이상수 씨는 “회사 직원들도 조합원들의 요구를 제지할 의지가 없다”라고 말했다.
“몸싸움 안 해도 시늉만 하고 열려요. 노무팀장이 나와서도 주춤주춤하더니 사장 바로 밑에 있는 인사담당 상무가 답답해서 나섰어요. 직원들이 처음에는 강경하게 막고 했는데 오늘 제가 느끼기에 할 의지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사장이 시켜서 마지못해 대충하는 거예요”
노조사무실로 돌아온 해고자 신시연씨는 펄럭이는 깃발을 가리키며 “멋지죠? 깃발을 앞으로 옮겨놨습니다 저기 2층 발레오 사장실에 잘 보이게”라고 말했다.
5일 째로 접어든 투쟁은 긴장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