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사람이다.
일요일 새벽(한국시각), 291명의 승객과 16명의 승무원을 태운 아시아나 항공기(보잉777기종)가 미국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불시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보잉777기는 항공업계에서도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 기종이었고, 7년간 운항하면서도 별다른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누구도 안전에 대해 의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는 발생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진 않았지만, 다행히 전소를 면한 비행기 몸체가 남아 있어 블랙박스 분석 등을 통해 금방 사고 원인은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흔히 그렇듯 벌써부터 조종사의 과실이 첫 번째 사고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사고기를 운항한 기장의 보잉777기 운항 경험이 9차례(43시간)에 불과하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다. 기체 자체의 결함 또는 공항 관제 시스템 문제 등도 배제할 수 없다.
원인이 무엇이든 미국 현지 언론을 비롯해 내외신은 탑승객 전원 사망을 면하기 힘든 항공기 사고에서 최소한의 사상자를 낸 이번 사고를 두고 ‘기적’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기적에는 승무원을 비롯한 탑승객들의 침착한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언론 보도를 종합해보면 기장은 꼬리날개가 떨어져 나간 상태에서도 침착하게 기체를 세웠고, 승무원들은 아수라장이 된 기내에서 눈물이 범벅이 된 채로도 침착함을 잃지 않고 승객들을 대피시켰다. 승객 유진 엔서니 라씨는 <월스트리트 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몸집이 작은 여승무원이 얼굴에 눈물이 흐르는 채로 승객을 등에 업고 사방을 뛰어다니고 있었다”며 “그녀는 영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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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항공기 추락 사고 이후 항공기 밖으로 피신해 있는 부상자들 옆에 승무원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서있다. 내외신은 승무원들의 침착한 대응이 최악의 상황을 면하게 했다고 칭찬하고 있다. 사진=Eugene Anthony Rah(유진 엔소니 라) | | |
또, 트위터 아이디 @jennalane는 샌프란시스코 소방당국 본부장의 말을 인용해 사고기 최선임 승무원(캐빈매니저)을 “영웅”이라고 칭찬했다. 최선임 승무원은 마지막까지 기내에 남아 사고 수습을 하다가 의료진들의 계속된 권유로 병원으로 향했다. 뿐만 아니라 한 탑승객은 사고로 갈비뼈를 다쳤지만 53명의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걸 돕기도 했다. 결국 사람이다.
최고의 시스템을 갖춰도 1% 가능성으로 사고는 발생한다. 사고가 발생한 보잉777기는 취항 이래 근 20년이 흘렀지만 사고가 거의 없어 ‘가장 안전한 항공기’라는 명성을 얻고 있었다. 2008년 영국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충돌사고가 발생해 승객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을 제외하면 심각한 인명사고도 없었고, 사망자가 발생한 사고는 이번이 처음이다.
가장 안전한 항공기라는 명성을 얻은 보잉777기의 사고는 “최고의 안전성을 검증받았다”며 도시철도3호선을 무인화로 추진하고 있는 대구시에 경종을 울린다. 지난 6월 27일 열린 ‘대구도시철도 3호선 안전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안용모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장은 “안전을 확보하기 전까지 3호선 운행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최소한의 인력은 배치해야 한다는 시민단체의 요구에는 “안전이 충분히 확보되어 있는데 비용을 더 투입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민 합의가 필요하다”고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어쩌면 시민들이 3호선에 불안을 보이는 이유는 ‘무인화’ 자체 보다 대구시의 안전에 대한 맹신적인 믿음 때문인지도 모른다. “무인화는 인력 절감 방법이 아니라 안전 확보 위한 수단”이라는 김범일 시장의 확신을 신뢰한다고 하더라도 혹시 모르는 1%의 사고 불안감을 “3호선에 대해 제대로 검토도 하지 않고 사실과 다른 엉뚱한 비판을 한다”고 받아들이는 시장이 시민들은 더 불안하다. 1% 가능성으로 발생한 사고를 ‘기적’으로 만든 것은 결국 사람이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김범일 시장만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