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이다. 5월 둘째 주의 연재 이후 한 달 반 만에 다시 글을 쓴다. 죄송하다. 적어도 한 달에 두 번은 지면을 통해 소식을 전할 요량이었는데 지키지 못했다. 변명하자면 애초 개인적인 흥미로 시작한 사회인 야구 이야기를 연재하기로 마음먹었을 땐, 그저 매주 있을 시합 이야기를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는 연재가 될 거라 생각했다.
막상 연재를 시작해보니 시합은 매주가 아니라 한 달에 한, 두 번꼴로 있었고, 시합을 복기하는 수준의 글쓰기가 무슨 재미가 있고, 흥미를 끌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여러 번 빠졌다. 예능프로그램에 나가 이야기할 에피소드를 만들려고 일부러 여행을 떠난다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이해되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지난 네 차례의 정규시합은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고,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원고를 마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월 마지막 경기 이후 5월에는 시합을 하지 못했고, 6월에 있었던 첫 번째 경기는 또 한 번 손쉬운 승리(13-3, 4회 콜드)를 맛보게 해줘 매너리즘(?)에 빠지게 했다. 파죽의 5연승. 연습경기를 포함해 단 한번도 지지 않은 우리팀은 가볍게 리그 1위를 달렸다.
매번 이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낯 뜨겁기도 했다. 가끔 만나는 지인들은 “너희가 그렇게 잘하느냐. 리그 수준이 너무 낮은 것 아니냐”고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거나, 팀의 다른 동료들도 아는 지인들은 “왜 이렇게 자랑질을 하고 다니냐”고 타박 아닌 타박을 하기도 했다. 그래서 ‘더’ 시합 복기를 할 순 없다는 의지와 욕심이 늘어갔다.
지난 한 달을 작은 이야기 하나도 포착해내지 못하는 스스로의 능력 부족을 탓하며 보냈다. 그리고 다행히도 지난 6월 30일 있었던 여섯 번째 시합이 드디어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줬다. 여섯 번 만에 우리 팀의 연승 행진이 깨진 것이다. 매번 이길 땐 몰랐는데 이렇게 승리를 빼앗기고 나니 시합에 대한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팀 동료들은 모두 경기가 끝나고 “아쉽다”는 말을 연발했다.
1회초 상대 공격부터 시합은 순조롭지 못했다. 1회, 상대는 볼넷과 실책만으로 2점을 선취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팀이 쉽게 동요한 건 아니었다. 2점이 큰 점수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우리팀도 1회 공격에서 득점에 성공했다. 안타 2개와 볼넷, 실책 등으로 2점을 얻어 동점을 만들었다. 나쁘지 않은 출발이었다.
뒤이은 공격에서 상대는 2회 1점, 3회 3점을 더 얻는데 그쳤지만 우리는 3회말 공격을 마쳤을 때 모두 10점을 득점해 10대6으로 승기를 굳혀갔다. 하지만 시합은 4회초 상대 공격에서부터 조금씩 어그러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전부 내 탓인 것 같기도 하다.
4회초 상대 선두타자는 우리 팀 바뀐 투수 최창진 선수의 공을 올려쳐 내야에 높이 뜬 공을 만들었다. 문제는 이날 내가 1루 수비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호기롭게 “마이볼”이라고 소리치며 달려나간 나는 어이없게도 공을 놓쳐버렸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안타와 유격수 실책으로 상대는 4회에 2점을 더 보탰다. 10대8.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방심하고 있었다. 투수가 최창진 선수였던 이유도 컸다. 우리 팀 에이스의 공을 상대가 쉽게 공략하지 못할 거라 믿었다.
4회말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출루했고, 후속 타자들은 범타로 물러났지만 주자는 3루에 가 있었다. 그리고 하필 내 타석이었다. 또 하필, 감독님의 “여기에서 1점만 더 내면 확실하게 이긴다”는 말이 내 귀에 꽂혔다. 앞서 세 타석에서 나는 모두 안타를 쳤다. 바로 전 타석에서는 3루타를 쳤었다. 자신 있었다. 4회초 수비 실책도 오버랩 됐다. 반드시 3루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겠다는 일념으로 타석에 섰다.
투 스트라이크 투 볼. 몸쪽으로 공이 날아왔다. 배트를 휘둘렀다. 공은 투수 앞으로 굴러갔다. 양준혁처럼 미친 듯이 1루로 뛰었지만, 언제나 ‘양신’이 옳은 건 아니었다. 4회말 공격이 끝났다.
위기를 벗어난 상대는 기세가 살아났다. 5회초, 상대는 1루(또, 1루다) 파울라인에서 5cm 안쪽으로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시작으로 볼넷을 엮어 2점을 더 득점했다. 10대10. 5회말 우리의 마지막 공격은 선두타자가 볼넷으로 살아나갔지만 무리한 베이스 런닝으로 주루사하고, 후속타자의 범타로 단 3명이 타석에 서보는 걸로 끝났다.
최종스코어는 10대10. 비겼다. 아쉬운 무승부는 시합을 복기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되도록 내 수고로움을 덜어줬다. 하지만 복기를 해보니 확실히 알겠다. 우리 팀 연승이 끊어진 이유는 분명히 나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