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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6월20일 11시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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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성소수자로 살아간다는 것, 대구 퀴어문화 축제 “오해하지 마세요”

기린(제5회 대구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queerfes@daum.net

대구의 한 여고를 나온 나는 고등학교 시절 소위 잘나가는 "밴드"부였다.

우리 동아리는 고등학생치고는 보컬과 악기 전공자가 있어 연주 실력도 좋았고, 일단 여고생 밴드라는 타이틀이 예술이었다. 코드라고는 하이코드밖에 잡을 줄 모르는 나였지만, 나름 기타를 들고 설쳐대면 "멋있어요. 사귀어주세요"라는 말도 꽤 들었으니. 우리 밴드는 신입생 모으기에 열성적인 다른 동아리(서예부, 만화부, 미술부, 지리연구부 기타 등등)와는 달리 홍보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다. 그냥 기타와 베이스를 메고 밴드 멤버들끼리 모여 등하교를 하면 오디션 당일에는 자연히 1학년들이 득실득실하게 모였다.

그해에도 우리는 별다른 동아리 홍보활동을 하지 않았지만, 첫 번째 입부 신청 날에 대략 기타에만 서른 명의 지원자가 모였다. 그래서 간단히 신청서만 받고 오디션은 나중에 보기로 했다. 약속한 오디션 날짜에 통보한 학생은 대략 20명 정도였는데 막상 모인 사람은 7명이 전부였다.

우린 황당했다. 그래서 모인 참가자들에게 어째서 너희만 왔냐고 물으니

 "기린선배가 레즈(비언)라고...여기 레즈 동아리라고 하던데요?"

나는 많이 놀랐고 두려웠다. 내가 당시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치하고서라도 단지 내가 "레즈"라는 호칭으로 불리는 순간 이러한 부당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 억울하고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들은 절대로 “레즈비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머리를 짧게 자르거나 행동이 남성스러운 아이들을 향해 조롱과 멸시의 의미를 담아 “레즈”라고  부른다. 예를 들자면 머리를 짧게 자르고, 교복은 바지만 입고 다닌다거나 손톱에 검은 매니큐어를 칠하거나 교내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친구들을 그렇게 불렀다. 그들이 실제 성소수자인지는 알 수 없었고, 실제 그들의 성정체성, 그리고 지향성과 달라도 아마 소문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머리가 짧고 교복바지를 좋아했던 나는 고교시절을 "레즈"인체로 꽤 오랜 시간을 보냈다. 새로 올라간 학년에서 반 친구를 사귈 수도 없었고, 학급회의에서 언급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수도 없었다.

내가 사귈 수 있는 친구는 같은 레즈로 소문난 왕따 친구들이거나 그것을 이해할 수 있어 왕따가 된 친구들로만 한정되었다.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나의 내면에 대해 들여다보지 않고 소문만으로 학교에 스며들 수 없었다는 것은 매우 불합리한 일이었다.

이뿐이 아니다. 레즈라는 이유로 나는 반에서 왕따였고 성에 관해 관심이 왕성한 청소년답게 내게 매우 폭력적인 질문을 던져 고의적으로 곤란하게 만들거나-"레즈는 섹스 어떻게 해? 딜도 같은 걸 써?"같은- 레즈와 손이 닿는 게 더럽다는 이유로 우유급식을 못 받거나 프린트물을 나눠주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정상적인 학교생활이 불가능했다.

그 와중에 내가 남자친구를 사귀고 있다는 것이 남자친구가 학교에 배웅을 오면서 알려지게 되었고, 그 후부터는 제법 친구도 사귀고 정상적인 학교생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레즈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것이다.

성소수자로 낙인찍힌다는 것은 "별종"으로 그 왕성한 성에 관한 관심을 한몸에 받는 것이나 다름없다. 단지 동성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부분이 아니라 "동성이랑 사귀고 뽀뽀하고 섹스도하는 애"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하물며 동성애자들에게도 이러한 오해가 팽배한데 아예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트랜스젠더는 어떻겠는가. 게다가 그들 대부분이 인권에 무지하기 때문에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적인 언사를 내뱉는 것에 죄책감이 없다.

이런 케이스는 우리학교에서 나뿐만 아니었다.

소문에도 무덤덤하게 대처했던 나와는 달리 손가락질하는 아이들을 향해서 적극적인 반항을 했던 아이에게는 처절한 응징이 내려졌다. 그녀는 억울하게도 수업시간에 자위한다는 짝의 신고로 양호선생님에게까지 불려 가야 했고 그 사실은 또 부풀려져 그녀가 자위를 하지 않고서는 잠들 수 없다고 양호선생님에게 고백했다는 내용까지 덧붙여졌다.

그녀는 왕따를 당했고, 아무도 그녀와 말을 섞으려 하지도 않았다. 그때쯤 해서는 그 아이도 항의하는 것을 포기하고 그대로 졸업 때까지 "쟤한테는 더러운 오줌냄새가 난다"는 수군거림을 받으며 지냈다. 내가 이 이야기를 알게 된 것도 체육시간 나의 친구가 "쟤 레즈래"하며 손가락질하며 일러주었기 때문이다.

한 번만 생각해보면 그런 일은 일어날 리가 없다. 그 아이도 고등교육을 받는 학생이고 한 인격체고 나가서 집에 가면 고운 딸일 거다. 근데 수업 중에 자위한다는 비상식적인 소문이 그렇게 빨리 퍼지고 또 그것을 아무렇지 않게 맹신하는 학생들은 단순히 성소수자 인권에 대해 무지했기 때문일까?

그것은 다수 여학생들이 그녀에게 낙인을 찍고 즐기며 그렇게 떠들기를 원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나와 다른, 눈에 거슬리는 소수자인 그녀에게 응징하고 가학하고 싶어 하는 폭력성에 기인하기 때문일 것이다. 단순히 순수한 어린아이들의 싸움으로 생각하기에 그 폭력의 크기는 무시하지 못할 만큼 내용도 악질적이었다.

고교시절의 일부를 인간 내 본명도 밴드부 선배도 아닌 "레즈"로 보낸 나는 이 사회에서 레즈비언/게이로 아웃팅 된 채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큰 고통을 수반하는 일인지 더 많은 사람이 알아야한다고 생각한다. 내 안의 수많은 정체성들이 과연 내가 동성애자임이 드러나는 순간 사라지고 단지 외계인 같이 특이하고 이상한 존재로만 인식되어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제5회 대구 퀴어문화 축제의 슬로건인 「오해하지 마세요」는 내게 더 특별하다. 성소수자에 대한 외형적인 오해들, ‘게이는 여성스러울 것이다. 레즈비언은 못생겼을 것이다. 트랜스젠더는 변태이다’ 를 넘어서 내 안의 진정한 인간으로서의 존재를 오해하지 말아 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내가 조직위원회와 함께 스스로 제작한 제5회 대구 퀴어문화 축제 티저광고 (http://youtu.be/lbo6swwobV0) 역시 그러한 내용을 담고 있다. 거래처의 변덕에 골머리를 앓는 평범한 직장인, 밴드부실에서 뒹굴며 게으름을 피우는 멤버,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 바리스타 그리고 보드타기를 좋아하는 대학생 그들은 성소수자이지만 우리 삶에 있는 그저 한 사람일 뿐이다. 그런 성소수자들이 딱 하루 모여 자신을 드러내며 즐거운 판을 벌이는, 이 대구 퀴어문화 축제에 참여와 공감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오해하지 마세요. 우리는 그저 평범한 사람입니다.

기린(제5회 대구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queerfes@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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