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이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옛 파견법에서 2년 이상 파견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냐 합헌이냐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이다.
이 조항의 위헌을 주장하는 현대차와 합헌을 주장하는 고용노동부, 질의하는 헌재 재판관들이 3시간 가까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쌍용차 사내하청 노동자 등 10년 동안 불법파견에 시달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없이 지켜봤다.
현대차 “사용자 기본권 침해, 사용자 희생 강요” 위헌 주장
98년 파견법 제정은 환영, 2010년 대법원 불법파견 인정 이후 반대?
공개변론에서 현대차는 2년 이상 파견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사용사업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현대차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의 박창훈 변호사는 “고용의제 조항은 해고의 자유를 제약하고, 고용간주의 경우 불법파견이 포함되는지,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년 경과만을 요건으로 파견근로자와의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것은 강제조항이고 사용사업주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라며 “사업주의 계약체결 자유와 상대를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견근로자를 2년 동안 고용한 것은 사용 사업주가 ‘계속 채용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직접 채용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며 “기업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으면 기업의 자기 결정권은 박탈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파견근로자에게만 반대의사 표시 기회를 부여하고 사용사업주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사내도급이 직접고용으로 간주될 경우 조선업종, 제조업 등 전체 산업에 커다란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고, 한국은 고용유연성이 경직되어 있다”며 “사용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반드시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98년 파견법을 제정할 때 현대차가 환영했는데, 이제 와서 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현대차 쪽은 “IMF 외환위기 당시 큰 그림에서 환영했는데, 고용간주 조항을 실수로 넘겼고,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로 인해 잠재적 위험성이 이렇게 드러날지 몰랐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반대 입장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박 소장이 고용간주 조항 등 비정규직 보호 장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이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고용 안정은 우리도 인정해 3,500여명은 직접 고용으로 신규 채용할 계획이지만 갑자기 13년 전 당시 근로자를 동일하게 해 달라는 것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불법파견을 부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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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고용노동부, 헌재 재판관이 3시간 가까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현대차, 쌍용차 사내하청 노동자 등 10년 동안 불법파견에 시달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없이 지켜봤다. [사진=참세상] | | |
고용노동부, “현대차가 불법 간접고용을 계속 해달라고 한다” 합헌 주장
“현대차가 노조법 자체를 심판대에 올린 것”
고용노동부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의 이경우 변호사는 “한국은 간접고용을 금지하고 규제해왔으며 현재도 변함이 없다”며 “청구인의 주장은 불법적인 간접고용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간착취의 위험이 있는 파견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되므로, 현대차가 주장하는 사내하도급은 실제로는 사용자 책임 회피 등의 결과를 가져오는 간접고용에 해당해 이를 규제한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파견근로자들은 노동관계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근로자들로서 근로계약 체결 관계에서 갑, 을 관계도 아닌 병, 정 뒤의 가장 취약한 근로자”라며 “이 사건의 법률조항은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조항은 적용요건을 ‘2년 초과’로 규정해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있고 사용사업주는 이 규정으로 인해 기존에 금지된 파견근로자를 비로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옛 파견법상 고용의제 조항이 2006년 국회에서 과태료를 포함한 고용의무 규정으로 바뀐데 대해서도 “고용의무로의 개정은 과태료 등을 통해 직접고용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것으로, 고용의제의 위헌성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동자쪽 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 변호사도 “근대 노동법의 주요 원칙인 중간착취 금지 또는 직접고용의 원칙은 결코 가벼운 가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고용의제 규정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노조법 자체를 심판대에 올린 것으로 위헌 판결이 내려진다면 노동 자체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강하게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참고인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견근로는 간접고용과 기간제고용이 결합된 형태로 노동법이 전제하고 있는 직접고용과 상시고용 원칙에서 모두 벗어나는 원칙”이라며 “파견 업무 허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청구인쪽 주장은 기업의 경영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론에서 노동자 쪽은 “현대차가 오늘날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제반 정책적 지원, 지역사회의 협력, 국내 소비자의 지지, 직접 및 간접 고용된 근로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자 국가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은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누린 혜택과 지원을 배반하는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파견법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내걸고, 한국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1998년 제정됐다. 헌법에 명시된 중간착취금지를 완화하는 대신 중간착취 남용을 막기 위해 고용의제 조항을 넣은 것으로, 기업들은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대거 고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했지만 현대차는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고용의제 조항이 계약과 기업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오히려 헌법소원을 냈다. 김준규 씨 등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6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현대차 울산공장 최병승 씨 부당해고 소송이 이번 공개변론에서 다뤄졌다. (기사제휴=참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