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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6월08일 02시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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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삼성라이온즈 팬임에 당당하지 못한 이들에게
네이키드 조창의 병맛 축구 (4)

조창훈 mrjochang@gmail.com

▲출처: 삼성라이온즈 공식홈페이지

한국 사회에서 삼성만큼 호불호가 갈리는 기업도 없다. 대다수 사람은 삼성에 대해 우호적인 반응을 보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 삼성은 참 더러운 조직문화에 착한 척까지 하는 치사한 기업으로 찍혀있다. 전자는 삼성을 높은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에 세계 시장에 먹히는, 소위 ‘국뽕(국가주의 히로뽕)’으로 본인의 자부심을 높여주는 기업으로 생각할 테다. 후자는 노조 하나 허용하지 않고, 반도체 노동자 산재를 회피하는 후진적 기업문화에, 이른바 ‘떡검’으로 대표되는 검찰과 정치권까지 쥐락펴락하려는 비윤리적인 기업집단으로 여길 것이다.

<뉴스민>에 들어와 이 글을 보려는 이는 후자가 많을 것이다. 진보, 좌파 진영에서 삼성을 옹호하기란 쉽지 않다. 아니 좋아할 수 없다. 문제는 <뉴스민>의 터전은 대구고 프로야구팀 삼성라이온즈의 연고지라는 것이다. 아무리 정치 성향과 스포츠는 별개라지만, 1주일에 6번 ‘최강 삼성’을 소리 높여 외쳐대는 자신을 바라본다면 자신의 정치적 진정성에 의문이 들 법도 하다. 아예 그게 싫어서 삼성라이온즈의 응원을 멈추는 이도 있을 테고, 자신이 삼성라이온즈의 팬이라는 ‘삼밍 아웃’을 하지 않은 채, 스마트폰만 보며 속으로 응원하는 이들도 있을 테다. 오늘은 이것에 대해 다뤄보려 한다. 삼성라이온즈를 당당하게 응원하지 못하는 분들과 삼성라이온즈를 응원하는 이들을 아니꼽게 보는 이들을 위해.

천용길 편집장은 삼빠다. 그가 연애하기 전, 나와 술을 종종 마실 때는 “요즘에 낙은 집에서 맥주 한 캔 따면서 삼성 하이라이트 보는 것밖에 없어”라고 푸념했을 정도다. (저 요즘 한참 술 고픕니다. 버리지 마요.) 제대로 물어보진 않았지만, 아무리 천 편집장이라도, 공적인 자리, 특히 처음 보는 분들 앞에서 ‘어제 삼성 이겨서 팔짝팔짝 뛰고 싶을 정도로 기분 좋다’는 말을 쉽게 할 순 없을 것 같다. 천 편집장과는 달리 이상원 기자는 NC를 응원한다. 어릴 때는 삼성을 좋아했는데 양준혁, 선동열을 버리듯 쫓아낸 이야기를 듣고는 정이 떨어졌단다. 이 기자의 팬질은 본인의 정치성향과 비슷한 것 같다. 이제 프로에 갓 들어온 팀을 응원하며, 그 약한 팀에 미약하게나마 힘을 줘서, 마치 프로야구 전체(!)가 잘나가는 판을 꿈꾸는 것 같다. 어째 꼿꼿하고 모범생 같은 이 기자 이미지랑 어울린다.

이렇게 스포츠 응원팀에까지 신실함을 요구하는 건 이 땅 진보의 숙명 같아 보인다. 해방 이후 한국 기득권층의 최대 약점은 사회 경제적 권력을 얻기 위해 비도덕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을 자주 사용해왔단 점이고, 진보는 여기에 선을 긋는 것이 가장 대중에게 호소할 수 있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진보는 세상에 대한 비전을 보이기에 앞서, 도덕성과 신실함, 진정성 등을 기초에 깔아야만 저항 세력으로 본인의 존재를 드러낼 수 있었다.

이 맥락에서, 80년대 대학 운동권들은 성인군자의 재래이자 과잉된 신실함의 상징이었다. 연애도 못했고, 외국산 물품사용도 안 됐으며, 사회과학서나 끼고 살아야 했다. 이들이 당시의 주적인 전두환이 만든 프로야구를 시청한다는 건, 뒷방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일이 아니었을까. 현재의 정치성향은 왼쪽이지만 삼성라이온즈를 사랑하는 이들의 고뇌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 같다. 진보에겐 스포츠팀을 좋아하고, 생활 물품을 하나 사는 데까지 도덕적이고 신실해야 할 것 같다.
 
리버풀빠인 나 역시 이런 시선이 상당히 불편하다. 리버풀과 같은 메가축구클럽은 이미 초국적 기업이 됐고, 이들은 전 세계, 국가, 지역의 클럽 축구들을 죽이는 주범이 되고 있다. 기량이 좋은 선수를 끌어모으고, 최고의 중계 기술로 전 세계 안방을 찾아간다. 중계권료, 상업적 이익들은 메가클럽들로 모이고, 또 이 돈은 더 큰돈을 벌기 위해 재투자한다. 그런 메커니즘까지 생각하면 주말 밤마다 나 하나부터 TV를 꺼야 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그럴 순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름 생각해본 합리화 논리들을 삼성라이온즈에도 적용해 볼까 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홈 구장 에미레이츠 스타디움. 출처: 아스널 공식홈페이지 http://kr.arsenal.com/

구단은 기업은 서로 ‘윈-윈’하기 위한 파트너라는 것이다. 삼성라이온즈를 삼성이란 모기업에 복무하는 구단이라 생각하는 것보다 돈을 받고, 삼성 광고를 해주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넥센히어로즈는 복수의 스폰서가 있다. ‘넥센 타이어’가 가장 많은 스폰서비를 냈기 때문에 정해진 팀 이름이다. 축구판을 보면 EPL의 아스널이나 챔피언스리그 우승팀 바이에른 뮌헨은 구단 경기장 명명권을 아예 계약기간을 정해 팔았다. 그래서 경기장 이름이 각각 ‘에미레이츠 스타디움’과 ‘알리안츠 아레나’다. 프로야구팀의 모기업도 EPL 첼시 유니폼에 삼성전자를 단 것처럼 광고주라고 떼어 놓는 게 편한 것이다. 수지가 삼성전자 CF에 나왔다고 수지가 영혼을 팔았다고 생각하지 않지 않은가. 언제든 수틀리면 끝날 관계고, 돈으로 맺어진 계약관계라 생각하는 게 가장 속 편한 것 같다.

무엇보다 거부감이 드는 이유가 ‘대구’라이온즈가 아닌 ‘삼성’라이온즈이기 때문인데, 이것도 1980년대 배경만 살펴보면 당시 상황이 이해될만하다. 전두환은 3S 정책의 하나로 프로야구를 시작했다.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견적도 안 나올’ 프로팀을 창단한다. 정부 차원에서 조금이라도 더 상업적 메리트를 줘야 했고, 아예 구단 명명권까지 기업에 넘겨준 게 아닐까란 추측이 그것이다. 그러니 삼성과 라이온즈가 철학과 가치관까지 공유하는 정도로 밀접하지 않다는 말이다. 창단 당시 삼성라이온즈가 대구에 연고를 정한 가장 큰 이유는, 당시 대구 지역이 야구 선수들의 산실이었다는 말도 이를 대변해줄 수 있겠다.

스포츠팀에 대한 사랑은 사람 간의 사랑만큼이나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이 있다. 좋아하는 이유를 대기란 거의 불가능하고, 싫은 이유를 꼬집어 말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 것 같다. 라이온즈 팬에게 ‘삼성’이란 것도 비슷하다. 삼성이란 단어가 붙더라도 좋으면 그냥 좋아해야 하는 것 같다. 스포츠 하나에까지 정치적 이유로 ‘좋아해선 안 된다’라 붙이는 건 너무 팍팍하지 않은가. 게다가 진보들은 가엽게도 사소한 것까지 하나까지 도덕적으로 더 완벽한 모습을 요구받지 않는가. 스포츠는 모든 힘든 삶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녀석이다. 큰 시간이나 금전적 희생 없이도 비교적 쉽게 희노애락을 경험하게 해준다. 라이온즈를 사랑하는 진보들에게도 라이온즈가 계속해서 그런 존재였으면 좋겠다.
 

조창훈 mrjo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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