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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5월29일 11시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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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백목사의 예수읽기 (25)
사도행전 2:1-21 "고통을 승화시키다"

백창욱(대구새민족교회) baek0808@hanmail.net

5월 19일 주일날, 대구새민족교회는 교회력으로는 성령강림절을, 세상력으로는 광주민주화항쟁 33주년을 기념하였다. 매년 광주망월동 구묘역에서 뜻을 함께하는 교회들이 5.18현장예배를 해 왔는데, 올해는 현장에 가는 대신 주일예배를 통해 이날을 기념했다. 성서대구가 만든 '5.18 광주민주화항쟁 33주년 고백문'으로 신앙고백도 했다.

▲성서대구가 만든 518 광주민주화항쟁 33주년 고백문

5.18은 생각이 제대로 박힌 한국사람이라면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다.

성령강림절은 구약시대에는 하나님께 선택받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내려온 하나님의 영이 신약시대에 이르러 요엘예언자의 예언대로 모든 사람에게 임한 날이다. 바로 오늘 성경말씀인 사도행전 2장에 그 사건이 나온다.

성령강림과 광주민주화항쟁은 시대도 이천 년이 넘는 차이가 있고, 사건의 내용도 별개이지만, 정신이나 의미 면에서 매우 흡사하다. 오늘은 그 흡사한 의미를 풀어보겠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행하는 회보 '인권'에서 강용주 광주트라우마센터장의 인터뷰를 매우 인상 깊게 읽었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한다.

"그때 광주는 해방의 공동체였지만, 다른 의미로는 고립된 트라우마의 공동체, 상처의 공동체였지요. 이제는 이곳이 치유의 공동체로 발전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 이 센터입니다."

"작년 연말, 광주트라우마센터는 광주시민 3천 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현황조사를 했어요. 5.18에 관한 조항도 포함했지요. 조사대상시민은 당시 항쟁에 참여했던 이들이 아니라 광주시민이었어요. 그런데도 5월이 되면 원하지 않아도 그때의 이미지나 그림이 떠오른다"고 절반 이상이 대답했어요. 33년이 지나도 집단적 트라우마가 치유되지 않고 저변에 그냥 그대로 남아 있다는 말이죠. 보통 시민들도 낮은 단계의 외상후스트레스(PTSD)의 고통을 겪고 있다는 말입니다."

강용주 소장 자신도 19살에 5.18을 직접 겪었고, 24살에 조작간첩단 사건에 연루되어 남산 안기부에 끌려가 60일간 고문을 당한 후, 14년간 감옥에 갇혀 지낸 사람이다. 강소장은 트라우마센터장을 하기로 한 소감을 이렇게 말했다.

"제게는 늘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이 있어요. 제 삶을 이끌어 온 동력이기도 하지요. 이제는 고통과 아픔에 대한 공감, 그 힘으로 상처 입은 분들에게 해 드릴 수 있는 게 이 일인가 보다, 그래서 하기로 했습니다."

80년 5.18이라는 비극적 사건이 개개인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아 있지만, 영혼을 가진 사람으로서 아픔을 아픔으로 두지 않고 우리 사회 공동선으로 극복해 나가려는 의지가 선명하다. 

이제 성령강림절을 조명하자. 이 사건을 간단히 요약하면, 오순절이 되어서 제자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 있는데, 급하고 강한 바람 같은 소리와 불의 혀 같이 갈라지는 것이 각 사람 위에 임하더니, 저희가 다 성령의 충만함을 받고 성령이 말하게 하심을 따라, 세계 각국 언어로 예수를 증거하자, 예루살렘에 순례 온 디아스포라 유대인들이 자기네 지방 말로 제자들이 말하는 것을 듣고서 매우 놀랐다는 이야기다.

오늘 본문이 모두 21절이다. 그런데 정작 성령강림 자체를 증언하는 분량은 단 세절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모두 그 사건 이후 일어난 일에 대해 사람들이 보이는 반응이 훨씬 더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우리가 해석할 때도 성령강림보다는 그 사건이 내포하는 뜻에 더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왜 그런가? 성경은 어떤 역사적인 사건 자체를 증거하는 데 초점이 있기보다는 그 사건을 접한 사람들이 어떤 믿음의 고백과 행동을 하는가에 더 큰 관심이 있음을 암시한다. 여기에서 성경에 대한 중요개념 하나를 소개한다. 성경은 수 천 년에 걸쳐서 여러 모양으로 하나님을 경험한 사람들이 그 치열함과 극한경계에서 경험한 하나님을 각각의 장르를 통해 고백하는 책이다. 그래서 시대를 초월해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동시에 가진다.

▲오순절에 일어난 성령강림

성령강림은 이스라엘의 삼대명절 중 하나인 오순절에 일어났다. (삼대명절은 유월절, 오순절, 장막절이다.) 1절 첫 말씀이다. "오순절이 되어서". 앞에서 사건보다는 사건이 내포하는 의미에 더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 그런 견지에서 오순절, 이 사건이 일어났다는 보도를 해석해 보자.

필자는 성령강림한 날이 역사적으로 실제 오순절 날이라고 보지 않는다. 성령강림을 오순절에 맞췄다고 본다. 왜? 오순절이 내포한 의미를 새로운 공동체에 극적으로 부각하기 위해서이다.

누가 저자가 이 글을 쓸 때는, (누가복음과 사도행전 저자는 한 사람이다) 그리스도 신자공동체들이 이미 그들이 알고 있는 모든 지역에 두루 퍼져 있었다. 누가의 의도는 가까운 데서부터 먼 데까지 흩어져 있는, 모든 공동체에는 공동의 기반이 있음을 증언하고자 한다. 공동의 기반은 성령께서 예수를 기억하고 고백하고 계속 증거하게 하신다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 교회가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 첫 시작 때, 성령께서 어떻게 교회에 역할을 하셨는가를 증언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서술이다. 누가는 그날을 오순절로 잡았다.
 
오순절은 유월절 이후 50일째 되는 날이다. 이미 기독공동체는 유대교의 유월절을 예수의 십자가로 무력화시키고, 새로운 속죄, 해방일로 삼았다. 예수의 십자가 죽음이 출애굽의 기원인 유월절을 능가하는 사건임을 신학화했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조상들은 시내산에서 하나님과 계약을 맺고 율법을 선물로 받았다. 출애굽한 달이 이스라엘 달력으로 아빕월, 즉 정월이다. 그리고 애굽 땅에서 나온 뒤 시반월(셋째달) 초하루날, 시내광야에 이르렀다. 대략 50일이 지난 시점이다. 거기서 모세는 산에 올라가서 이스라엘을 대표해서 하나님과 계약을 맺는다. 오순절의 절기적 의미는 첫 보릿단을 수확하는 날에 기원하지만, 영적 의미는 출애굽해방을 계약과 율법으로 완성한다는 뜻이 있다. 바로 오순절에. 그런데 바로 그날, 새로운 공동체에 새로운 일이 벌어졌다. 요엘예언자가 예언한 일이 모든 사람에게 폭포수처럼 이루어졌다. 새로운 오순절에 하나님은 성령을 보내, 이번에는 온 인류와 더불어 새로운 계약을 맺었다는 뜻이다. 절묘하지 않은가. 그래서 누가는 의도적으로 성령강림 사건이 오순절에 일어났다고 설정한 것이다.

오순절도 오순절이지만 그다음 말도 의미심장하다. "오순절이 되어서, 그들은 모두 한곳에 모여 있었다."(1절) 명절날 로마수비대는 혹시 일어날지 모르는 소요에 대비해서 비상경계령을 내린다. 그래서 북쪽지방 가이사랴에 주둔하는 병력도 명절 때는 예루살렘성에 상주한다. 요즘 말로 공안분위기가 서슬이 퍼렇다. 그러나 제자들은 주눅이 들지 않고, 집단으로 모였다. 모였더니 그런 대역사가 일어난 것이다. 강용주 센터장의 말 중에 가슴을 치는 말이 있다.

"제게는 늘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이 있어요. 제 삶을 이끌어 온 동력이기도 하지요. 중략. 나무에 못 박힌 자국이 계속 남아 있듯이, 완전히 떨쳐낼 수는 없는 것이지만 그래도 새로운 형태, 새로운 관계를 통해 다시 일어서는 것은 가능해요."

우리 중에 살아남은 자의 부끄러움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또 하나. "나무에 못 박힌 자국이라니!" 이 표현은 기독인의 고유언어이다. 예수께서 십자가처형을 당할 때, 손과 발에 깊이 박힌 못자국. 그 못자국은 그 뒤 살아남은 자들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은 죄책감으로 남았다. 그분 홀로 죽게 내버려 둔 기억, 죄다 도망하고 숨고 피한 경험. 그렇게 살아남았다. 똑같이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겪었다. 그러나 제자들은 그 상처에 매여서 좌절하지 않았다. 부활신앙으로 떨쳐 일어났을 뿐만 아니라, 성령강림에 힘입어 문을 박차고 나갔고 자신들을 드러내는 대전환을 이루어냈다.

광주시민들은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면서도 무력에 빠지지 않고, 이를 악물었다. 무엇보다도 국가권력이 개인과 공동체를 농락하지 못하도록 역사의식으로 재무장했다. 선거 때마다 탁월한 정치의식으로 그들이 지향하는 사회에 대한 열망을 드러냈다.

성령은 이처럼 다시 일어서게 하는 힘이다. 나날이 국가권력이 민주주의 공동선의 가치를 압살하는 오늘의 현실, 성령의 기운으로 사람으로 우뚝 서는 원동력을 삼기를 기원한다.

백창욱(대구새민족교회) baek080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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