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부처님 덕분에 얻은 연휴를 즐기러 방천시장을 찾았다. 벽화골목 좀 걷다가 차 마시고, 배고프면 보리밥과 막걸리까지 먹을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거리의 춤꾼 박정희가 특별한 실내 춤 공연을 한다니까.
공연 장소는 정태경의 그림이 전시 중인 갤러리였다. 큰 꽃 그림이 무대 배경이 되었고, 박정희와 문하생들은 태평무와 창작무로 그림과 어우러졌다. 마지막 공연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였는데, 정태경 화가의 전시회 제목과 같았다. 정태경 화가도 출연하여 백자 항아리에 채운 물감에 찍은 큰 붓으로, 물감을 뚝뚝 흘리며 무대 바닥을 그려나갔다. 춤꾼 박정희는 그 그림에 이끌려 춤사위를 이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김광석 바람을 타고,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예술가들이 자리 잡았던 방천시장. 그때는 골목마다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 김광석 벽화골목에서 열리는 거리공연도 적지 않았다. 지역예술이 자리 잡을까 바랐지만 그때뿐이었다. 지자체의 도움으로 생산한, 소비되지 않은 예술품 혹은 공연물은 더 이상의 창작활동을 방해했다. 그리고 지원이 중단되자 그 골목에서 예술가들과 작업실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한 번 방천시장에 들렀던 사람들은 발걸음을 줄이긴 했으나, 끊지는 않았다. 예술가들이 사라졌지만, 벽화골목과 드문 거리공연이 그들을 맞았다. 그리고 방천시장을 떠나지 않은 예술가들도 정체를 숨긴 채 김광석보리밥주막에서 예술을 노래하며 방문객을 맞기도 했다.
이렇게 주민과 어울리던 예술가들이 있었다. 지역주민으로 살면서 예술을 하는 것이 가능할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인 정태경은 부산 태생이지만 30년 넘게 대구 사람이다. 그가 방천시장 ‘토마갤러리’에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라는 작품전을 열었다. 지자체 지원이 끊긴 방천시장에서 지역예술가로 살아남길 바라며 지역민들에게 손을 내민 것이다. 그리고 공연할 곳을 구하던 거리의 춤꾼 박정희에 화답하여, 춤과 그림이 어울린 공연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같은 곳에서 열 수 있게 했단다. 대구현대미술가협회장까지 역임한 화가답게 말이다.
서울에 밀리고, 외국에 밀린 지역예술과 예술가들이 너무 힘들단다. 지금처럼 소외된다면 지역예술가와 예술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거란다. 그러니 예술도 우리 지역에서 살아남을 수 있게 지역에서 소비해달란다. 예술하는 사람도, 하고 싶은 사람도 대구를 떠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말이다.
‘로컬푸드’가 식생활에서 한 바람이 되고 있다. 지역 농민도 살고, 가격거품도 없애서 소비자 부담은 줄고, 운송연료 덜 쓰니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일 거다. 예술에도 지역 생산과 소비가 바람이 되면 좋겠다. 우리 동네 예술가의 작품을 가까이서 자주 보고, 부담 없이 문화생활을 누리고, 그 예술가들도 밥은 굶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