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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4월27일 01시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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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민뎅의 사적인 시간 (2)
당신에게 펼쳐졌을 우연에 대하여

김민정 comica@naver.com

<글쓴이 주> 사람은 누구나 아티스트적 마인드가 '분명' 있다며 근거 없는 자뻑으로 어찌어찌 살아옴. 생각만 하고 글을 쓰지 못하면 어쩌나! 천성의 게으름에 허우적대다 일단 쓰기로 함. 여분의 시간을 책과 음악에 쓰며 여력이 되면 영화도 봄. '사적인 시간'은 말그대로 지극히 사적인, 중얼거림이라고 지금도 중얼중얼…안녕!

소리 내어 책을 읽는다. 어디에서 내가 읽게 될지 모르고, 함께 읽는 이의 속도에 맞추지 않으면 길을 잃기 쉬워 자연히 집중하게 된다. 내 목소리를 통해 타인이 책을 읽어가는 시간이기도 해서 제법 긴장감도 갖게 된다.

함께 책을 듣고, 읽어가는 모임이 있다. 그 모임에서 두 번째로 읽은 책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분명 몇 년 전에 읽었는데, 처음인 양 기억나지 않는 상실의 난감 모드에 첫 장에 나오는 니체의 영원한 회귀는 빙글빙글- 나를 어렵게 만들었지만, 다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썼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넓고 흡입력 강한 소설이다.

책을 읽어가는 초반에 마음이 무거워지며 때때로 붉어진 것은 별 도리 없이 테레자에게 시선이 내려앉았기 때문이다. 나는 테레자에게 투영되었고, 그녀의 눈길로 토마시를 바라보았다. 그를 괴롭혔을 또 다른 테레자인 나의 모습에 내쉬어지는 한숨은 깊어만 갔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서 전혀 다른 시선으로 그가 떠올랐다. ‘사랑을 하면~이러하다’는 그 굳고 굳은 명제의 키치를 갖은 프란츠를 보며 나는 왜인지 당신이 생각났다. 내 앞에 대답 없이 서 있는 토마시 같던 당신이 어느새 멀찍이 떨어져 다른 경계 위에 선 프란츠의 형상으로 나타났다.

‘물리 실험 시간에 중학생은 과학적 과정의 정확성을 확인하기 위해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인간은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므로 체험으로 가정을 확인해 볼 길이 없고, 따라서 자기감정에 따르는 것이 옳은 것인지 틀린 것인지 알 길이 없는 것이다.(p56)’

지금 이 생을 살아가는 우리는, 오직 한 번밖에 살지 못하는 이 삶 속에서 대체 어떤 가정을 세우고 어떤 확신을 할 수 있는 걸까. 작고 사소한 결정과 과정 사이에서도 수없이 발생하곤 하는 예기치 못한 상황과 결과에 놓이기 쉬운 한낱 우리가, 그런 당신이 마치 처음부터 온전한 완벽함을 기다리는 것. 그 순간, 그 사람, 그 사랑, 그 시간‘만’을 가슴 속에 그려놓고 있는 것은 따져보면 얼마나 무거운 것인가.

나는 그때의 당신이 우연을 받아들일 자세,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물론 단언할 수 없지만. 허나 당신과 어쩌면 나에게 펼쳐졌을 우연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는지. 토마시와 테레자 사이에 생긴 그 여섯 번의 우연에 대해 당신은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결국 운명은 우연이란 작은 점들이 모여 만들어 졌다면, 당신이 무심코 흘러버렸을 그 우연들을 돌아본 적 있는지.

하긴 우리의 우연은 각자의 유념일 테니 당신은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나 역시 당신의 우연을 알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 역시 따지고 보면 제각각의 여지인 셈이다. 서로 다른 높이로 다른 크기의 가능성을 감지하는 다른 생각은, 조금만 돌아보면 같은 방향의 시선과 놀라지 않을 비슷한 온도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를 무언가들. 그러나 도무지 내비치지 않고서는 알 수 없는 그 무언가들. 우리는 그렇게 수많은 갈래들 속에 놓여있는지도 모른다.

▲ 조금만 돌아보면 같은 방향의 시선과 놀라지 않을 비슷한 온도로 이어져 있을지도 모를 무언가들 [사진=SBS]

‘우연만이 우리에게 어떤 계시로 나타날 수 있다. 필연에 의해 발생하는 것, 기다려왔던 것, 매일 반복되는 것은 그저 침묵하는 그 무엇일 따름이다. 오로지 우연만이 웅변적이다. 집시들이 커피 잔 바닥에서 커피 가루 형상을 통해 의미를 읽듯이 우리는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쓴다.(p80)’

수없이 많은 관계의 파편 속에서 우리는 어떤 우연을 포착할 것이며 또한 포착해낼 것인가.  사랑에 빠진 사람들은 모두 우연하다. ‘사랑이란 꼭 그 사람이어야 할 필요가 없는 우연을 반드시 그 사람이어야 하는 운명으로 만드는 것.’ 팟캐스트 방송인 <빨간 책방>에서 이동진은 영화 <500일의 썸머> 20자 영화평을 이 책에도 고스란히 적용시켰다. 결국 모든 사랑은 그러한 것이 아닌가. 몇 번을 읽어봐도, 그러하다.

우연히, 우연한 사랑에 빠진 사람들. 그들의 사랑은 어떤 우연들의 이어짐일까. 모든 순간들은 우연이다 생각할 때, 당신도 분명 예사롭지 않다 여긴 우연의 의미를 해독하려고 애써본 적이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그냥 지나칠지도 모를 우연을 붙잡으려 할 텐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많은 우연들은 너무 서툴게 오거나 빗나가는 시점 투성일까?

하나의, 한쪽의 우연으로는 스러지기 쉽다. 각자의 우연과 우연들이 서로 맞닿아 일치하는 그  교차점이 두 사람 사이에서 ‘순간의 운명’이 될 것이다. 셀 수 없이 흩뿌려질 우연 속에서 접점을 만들지 못하는 우연들은 소멸되고 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러나 아이러니하거나, 당연하게도 또 다른 운명의 기로에 설 수 있을 우연들이 생성되고 있을 것이다. 역시 지금 이 순간에도.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재회한 두 사람이 결국 각자의 길을 걸었듯, 보이지 않는 걸림돌들과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들은 운명일지도 모를 우연들을 소멸시킨다. ‘달리 되었더라면 생각해봤나요. 엄청난 인연 거슬렀는지도 모르잖아요(멜로브리즈-달리 되었더라면).’ 뒤늦은 노래를 부른들 돌이킬 수 없을 시간이다.

과연 우리는 엄청난 인연의 기로에서 엇갈리는 걸까? 물음에 물음이다. 어쩌면 느낌표가 될 수 없는 물음표의 시간 속을 언제까지고 걸을지도 모르겠다. 이병률은 <끌림>에서 말했다. ‘그러니 나에게 시간을 달라. 나에게 당신을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러니 너에게 시간을 달라. 너에게 나를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을 달라.”

당신에게 펼쳐졌을, 지금도 펼쳐지고 있는 그 우연에 대하여 우리가 서로 맞닿을 수 있다면. 그리하여 운명의 길 위에 함께 설 수 있다면. 그런 사랑, 쉽게 놓기엔 우린 너무나 낭만적인 존재들이 아닌가. 그러니, 놓지 마시라. 당신과 내가 거스르지 않을 수 있게 우연의 조각들을 들여다 볼 시간을 가져달라.

당신의 우연에게, 시간을 달라ㅡ

김민정 comic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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