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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4월13일 02시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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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네이키드 조창의 병맛 축구 (1)
위르겐 클롭, 이 남자의 축구

조창훈 mrjochang@gmail.com

솔직히 메시와 호날두에 질렸다. 매 경기 골을 넣고, 매 경기 이긴다. ‘엘클라시코’(레알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의 대결) 역시 어찌나 자주 하는지. 견우와 직녀도 1년에 1번 만나야 눈물 콧물을 뺄 텐데, 자주 만나니 감흥이 예전만 못하다. 이야기가 재미있으려면 앞선 위기 상황이 필요하다. 반전이 맛있는 법이지 않은가. 그런데 이 둘은 흔한 부상조차 없다. 나는 감히 요즘 축구판의 재미를 갈아먹는 주범을 이들이라 생각한다. (리버풀이 세 시즌째 챔피언스리그를 못 나가서가 결코 아니다...)

허나 이번 챔피언스리그에는 유난히 관심이 가는 팀이 있다. ‘진정한 사랑(Echte Liebe)’이 팀 모토인,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다. 지난밤 스페인 말라가와의 8강전에서 후반 인저리 타임에 2골을 몰아치며 4강에 안착했다.(오심논란은 잠시 접어두도록 하자)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vs 말라가의 챈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출처: 스팟tv 갈무리]

한국에선 가가와 신지의 전 소속팀으로 더 유명한 곳, 유럽에서 경기당 평균 관중 수가 가장 많은 팀(80451명), 노란 유니폼 덕에 ‘꿀벌’이란 애칭이 있고, 경기마저 꿀벌처럼 쉴 새 없는 압박과 스피드로 무장한 팀. 무엇보다 도르트문트 스토리의 정점은 이 팀이 2005년만 해도 파산 위기에 몰린 경험이 있고, ‘빅 팀’이 아니라는데 있다. 그렇다고 한 시즌 ‘반짝’하는 팀은 결코 아니며, 한두 선수에 의존하는 팀은 더욱 아니며, 미래가 더더욱 기대되는 팀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45세의 젊은 감독 ‘위르겐 클롭’이 있다.

2008년 그가 마흔에 도르트문트로 온 이후의 업적만 보자. 지난 시즌과 지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우승. 지난 시즌 포칼컵 결승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5-2로 물리치고 우승. 최고 이적료 수입은 일본 미드필더 가가와 신지다. 최대 2200만 유로(약 330억원). 35만 유로(5억원)로 데려온 말 그대로 잭팟이었다. 현재 도르트문트 주전의 몸값은 마리오 괴체(4000만 유로), 네벤 수보티치(2000만 유로), 멧 훔멜스(2000만 유로), 레반도프스키(2200만 유로) 등으로 선수단 가치는 2배 이상 뛰었다. 또 지난 시즌에 실패한 챔피언스리그는 이제 4강. 무서운 건 평균 나이 24세에 불과한 팀이라는 것이다.

사실 더 매력적인 건 가시적인 부분이 아니다. 그의 축구는 어찌 보면 아주 단순하다. 운동량을 극대화하고 팀으로 하나가 되라는 것. 선임될 당시 그는 서포터들에게 “목구멍이 터지도록 열정을 갖고 뛰는 축구를 보여주겠다”고 공언했고, 그는 팀을 그렇게 만들었다. 한 경기 동안 선수들이 뛰는 거리의 총 합이 120km를 넘어가는 경기도 종종 있다. (활동량이 좋기로 유명한 구자철이 많이 뛴 경기에 11~12km를 뛴다. 공격수, 수비수가 포함된 팀 평균이 12km를 뛰어야 전체 120km가 가능하다) 그의 컨셉은 ‘상대가 공을 갖고 있을 땐 말벌처럼 달려들어 빼앗아내면 된다’는 압박이다.

또한, 수비진이 상당히 높은 지역까지 올라와 자리를 잡아 상대에게 공간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다. ‘바르셀로나 축구’로 유명한 티키타카(짧은 패스를 주고받는 것)형 축구와도 비슷하지만, 이를 상당히 빠른 속도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양 옆으로도 크게 벌리지 않고 팀 대형을 중심으로 뭉쳐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어느 감독이든 자기만의 이상적인 축구가 있고, 실현됐을 때 엄청난 위력을 지닐 것이다. 중요한 건 그 감독이 얼마만큼 이상적인 축구에 가깝게 팀을 만들 수 있느냐에 달렸다. 사실 좋은 감독은 단순하다. 이상에 가깝게 팀을 만들 수 있는 감독이 좋은 감독이다. 90분 내내 뛰어다니는 팀은 모든 축구 감독이 꿈꾸는 팀이다. 하지만 선수를 관리하고 동기를 부여해 이것이 가능하도록 하는 감독은 드물다. 위르겐 클롭에게서 놓치지 않아야 할 부분 역시, 그가 팀을 어떻게 만들어 왔느냐는 것이다.

▲위르겐 클롭 도르트문트 감독 [출처: http://www.bvb.de 도르트문트 공식홈페이지]

클롭에 관한 일화가 하나 있다. 분데스리가 홈경기 중 4대0으로 이긴 경기가 있는데, 그는 거기서 분통을 터뜨렸다. 선수들이 원정 온 것 마냥 너무 소극적으로 플레이했다는 것이다. 그는 대량 득점 앞에서도 격정적으로 “선수들이 나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말했다. 그의 기준은 언제나 명확하며 그 목표를 향해 “모든 걸 다 쏟고 들어간다”. 경기장에서의 그의 모습을 본다면 이해가 될 법도 하다. 경기를 독려하고 머리를 잡아 뜯고 패트병을 걷어차고 세레머니에도 동참한다. 몇 번이고 협회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마인츠에서 감독과 선수로 만났던 차두리에 따르면, 그는 신기할 정도로 친밀하게 지낸다고 한다. 그는 선수들을 ‘아들들’이라 부르며 “팀 메이트의 악담 이외의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이야기해도 좋다. 우리는 한 가족이다”라고 말하고 다닌다. 도르트문트는 ‘내분’이나 ‘스캔들’ 이 거의 일어나지 않는 팀으로 꼽힌다. 그가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지는 독일의 유망주 미드필더 스벤 벤더가 “감독님을 위해서라면 불 속에서라도 걷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것만으로는 ‘도르트문트’만의 독창적인 스타일이 나올 수 없으며, 아무리 독려한 들 선수들이 그만큼 뛰어줄 수 없다. 도르트문트만의 스타일은 그들의 스카우팅 시스템에도 그 비법이 있다. 그는 단순히 유명한 선수를 데려와 이들에게 팀 스타일을 입히려 하지 않는다. 자신만의 확고한 스타일을 정립하고는, 그에 맞는 선수들을 찾은 뒤 그중에서 고르는 방식이다. 그래서 그의 선수는 언제나 스테미너가 넘치며, 쉴 새 없이 뛰어다니고, 좁은 공간에서의 패스를 즐긴다. 그 기준에 맞는 선수라면, 이름값이 높지 않아도, 보여준 것이 크게 없어도 영입한다. 또한, 이는 저비용 고효율의 방식이 나오기 쉬운 구조다. “장기적인 관점을 세우고, 효율적으로 투자하며, 명확한 철학을 갖고 이상적인 축구를 추구한다”는 아주 단순한 가치를 모든 방면에서 적용하는 것이다.

최근 몇 년, 축구계에선 괜찮은 스토리가 보이지 않았다.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와 같은 1등 클럽들이 수위를 다투는 일이 다소 반복됐다. 더 많은 돈을 버는 클럽이 더 좋은 성적을 낸다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야기다. 축구 클럽은 모두 금융자본화됐고, 금융자본의 최대 목표는 리스크 관리다. 변수들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준비된 변수’ 도르트문트가 반가운 건 이 때문이다. 더 이상 로맨스가 없을 것 같은 이 판에 적당한 균열을 안겨 줘서. 그리고 그 방식도 ‘많이 뛰고’, ‘팀으로 움직이는’ 가장 단순하고 축구적으로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글쓴이: 조창훈
축덕. 리버풀빠. 리버풀 이야기를 쓰고 싶지만, 혈압을 더 이상 올리고 싶지 않다.

조창훈 mrjoch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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