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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4월11일 07시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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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현의 그 노래를 들어라] (23) 당부
누가 가난한 마을과 가난한 사람들의 소중한 터전을 짓밟고 있는가

신경현(시인, 노동자) jinbo73@hanmail.net

당부

오래 보아 두거라
해가 뜨고 해가 지는 돌각담 아래
무심히 불어오는 바람의 숨소리를
층층이 쌓인 다랑논의 이마를 쓰다듬는
쭈글쭈글한 생의 허리 굽힘을
꾸불꾸불한 누대의 가난을 지켜온
마을 어귀 당산나무의 부르튼 수피를
탈탈거리는 경운기 소리에
불쑥불쑥 피어오르는 마른기침 소리를
오래 보아 두거라
눈을 들면 앞산 뒷산
지천으로 꽃은 피는데
굵은 땀방울 아래 점점 아득해 지는 세상을
뻐꾹새 우는 밤이 오면 달이 뜨고
그 달 아래 흙물 든 바지 둥둥 걷고
밥 냄새 달라붙은 집으로 흘러드는 풍경을
오래 보아 두거라
새 몇 마리 날아들고 날아가는
딱딱한 겨울 들판을
깊은 산골의 먼데로 나부끼는
아궁이 속에서 타는 나무 소리를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부터
바람이 잦아드는 곳 까지
한 눈 팔지 말고
두 눈 똑바로 뜨고
오래 오래 보아 두거라


*오래 오래 보존하고 지켜나가야 할 자연과 인간의 마을들이 자본과 정권의 일방적인 정책으로 죽어가고 있다. 마을 입구에 온천을 개발하겠다는 이 곳 산내 뿐 만 아니라 밀양, 청도. 영양, 제주 강정 등...오래 오래 보아 두어야 할 일이다. 누가 가난한 마을과 가난한 사람들의 소중한 터전을 짓밟고 있는가를 그리고 누가 가난한 마을과 가난한 사람들의 소중한 터전을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는가를...


신경현(시인, 노동자) 그는 '해방글터' 동인으로 시집 '그 노래를 들어라(2008)', '따뜻한 밥(2010)'을 출간했다. 그는 대구와 울산 등지에서 용접일을 해왔다. 2011년까지 성서공단노조에서 선전부장으로 일하다가 현재는 지리산 실상사 산자락으로 들어갔다. 도시를 떠나 산골에서 자연과 사람의 이야기를 노래하고자 한다.
신경현(시인, 노동자) jinbo7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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