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의 차이가 너무나 큰 것 같다. 만촌역 변전소 정전 사건 이야기를 하면서 지금까지 ‘한건만’ 있었다고 이야기하셨다. 그 ‘한건만’이라는 인식 자체가 잘못된 것 아닌가. 그런 사고 자체가 없어야 되는 것 아닌가. 중앙로역 화재도 지금껏 ‘한번만’ 일어났다. 그것과 같은 차원의 이야기 아닌가. 그런 인식 차이에 놀랐다”
4일 저녁 7시 30분 대구 북구 동천동 주민자치센터 3층 강당에서 ‘안전한 3호선을 위한 강북주민모임’이 주최한 ‘불안한 3호선 안전문제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에 참석한 50대 남성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내년 10월 개통 예정인 대구도시철도 3호선의 30개역 중 10개역이 강북(옛 칠곡읍)지역에 건설 예정이다. 때문에 1, 2호선과 달리 무인 모노레일로 건설되고 있는 3호선에 대한 안전문제에 지역 주민들의 관심이 뜨겁다.
강북주민모임은 지난달 22일 대구 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무인역사, 무인운전으로 운영될 3호선 안전문제에 우려를 표명한데 이어 이날 유경수 대구도시철도건설본부 차량신호과장을 초청해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는 지역 주민 30여명을 비롯해 이승용 대구지하철노조 위원장, 김규학 대구시의원(북구, 새누리당) 등이 참석했다.
무인운전, 무인역사 돌발 상황 대처 못해
“주민안전위원회 설치해서 함께 대책 마련하자”
토론회 패널로 나선 이승용 위원장은 무인운전, 무인역사 운영이 돌발 상황에 대처할 수 없으며, 비상대피로가 없고, 지상에 그대로 노출되어 자연재해와 주변 환경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선로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3호선 안전대책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조명래 강북주민모임 대표도 무인역사, 무인운전, 안전시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주민안전위원회를 설치하여 남은 기간 동안 시와 주민이 함께 대책을 마련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이 잘못 알고 있는 부분이 많아…홍보 많이 못한 점 반성”
“세계 유례없는 화재안전기준, 초속 70m 바람에도 끄떡없어”
이에 유경수 차량신호과장은 “일단은 저희가 생각하는 것과 주민들이 알고 있는 것 사이에 차이가 많다”며 “반성한다. 홍보를 많이 하고 알렸어야 하는데, 말씀을 들어보니 충분히 이해는 하지만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유 과장은 “사고 사례를 보여줬는데 일단 사례로 제시된 도쿄 모노레일 사고와 시드니 모노레일 고장은 우리와 다른 시스템 때문”이라며 “도쿄와는 전력 공급 체계가 다르다. 우리는 지금껏 만촌변전소 화재를 제외하고는 정전으로 선로에서 열차가 멈춘 적이 없다. 시드니 사고는 굴착 작업 과정에서 예상치 못하게 전력선을 절단해서 생긴 사고”라고 사고 사례와 3호선의 시스템 상 차이점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모노레일은 궤도빔을 안내륜과 안전륜이 끌어안고 가는 구조라서 탈선시키려고 해도 탈선 안된다. 태풍으로 초속 70m 바람이 불어도 전복되지 않는다”고 3호선의 안전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또, 화재에 사고에 대한 우려에도 “중앙로 화재 사고 이후 만들어진 정부화재안전기준이 있는데 대구는 이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가장 강도 높은 영국 기준까지 충족시키는 설비를 갖췄다”며 “스프링클러가 아니라 물안개가 쏟아지는 소화시설로 웬만한 화재는 모두 진화가 가능하고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무인운전, 무인역사 운영이 안전상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대구시 이야기 들을수록 더 불안해져”
“최소한 안전성 담보 전까지 대비해야”
하지만 유경수 과장의 상세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설명을 듣고 나니 더 불안해졌다”며 “대구시는 주민들이 불안하다고 지적하는 부분에 기존 대책을 중언하면서 우리가 잘 모른다고만 한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세 아이의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 30대 여성은 “설명을 듣고 나니 더 아이들을 못 태울 것 같다. 대구시의 접근 방식 자체가 사실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솔직히 사람이 있는 걸 탈거냐, 없는 걸 탈거냐 하면 아무리 안전하다고 해도 사람이 있는 걸 타고 싶을 것이다. 시민의 돈으로 만드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걸 반영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이 여성은 “지금 대구시가 하는 이야기는 발생할 사고에 대해 변명하는 걸로 밖에 안들린다. 홍보의 문제가 아니라 다시 한번 생각하셔야 하는 거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조명래 강북주민모임 대표는 “이렇게 긴 구간을 무인으로 운행하는 건 최초가 아닌가. 그렇다면 최소한 안전성을 담보하기 전까지는 여러 가지 대비책을 세워둬야 하는 것”이라며 “아무리 시설이 좋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작동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이냐. 2, 3단계의 대비책을 대구시가 이야기 해줘야 한다. 기술이 좋아서 괜찮다는 말을 들으려는 게 아니”라고 힐난했다.
유경수 과장은 “모노레일을 채택하는 단계에서부터 안전문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고 보완도 많이 했다. 오늘 많은 분들이 다르게 알고 있는 내용도 있는 것 같아 장황하게 설명도 드렸다”며 “주민들의 안전 인식이라든지, 2, 3차 대책이 필요하다는 말에 충분히 공감한다. 가능한 부분에 대해서 얼마든지 보완해서 안전한 모노레일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