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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4월02일 07시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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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대구의 공공기관도 인사검증을 강화하라
수암, 노욕으로 문화판과 방송판을 욕보이다.

한상훈(편집위원, 대구민예총) ktpac@hanmail.net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가 손을 내밀었던 고위직 인사들이 인사검증과정에서 드러난 치부 때문에 줄줄이 자진사퇴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30일에는 대변인을 통해 일련의 사태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인사검증 시스템의 강화를 약속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내세운 인사들을 살펴보면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하차로부터 시작해 정부 출범 후에는 한 달 새에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후보자, 황철주 전 중소기업청장 내정자,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김병관 전 국방부 장관 후보자 등이 모두 자진사퇴했다. 평생을 바라마지않던 고위공직을 코앞에 두고 뒤돌아서는 내정자와 후보자들의 입맛도 떫디떫겠으나 이런 꼴을 지켜보고 있는 국민들의 마음은 오죽하랴? 생각하면 할수록 이렇게도 대한민국에 인재가 없는가 하는 걱정에 혀를 차기 일쑤이다.

적절하지 않은 인사를 감행하는 꼴은 꼭 멀리 청와대, 중앙정부 행정관료 들에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지역의 이야기다 보니 중앙정부처럼 인사청문회를 거듭하며 숱한 어록을 만들어 내거나 화제가 되지는 않지만 잘 살펴보면 대구의 공공기관 혹은 준공공기관의 인사행정도 만만치 않게 허술하다.

2012년 5월 23일에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에 취임했던 수암 김정길(매일신문 논설주간)은 2013년 3월18일 대구방송(TBC)의 제19기 정기주주총회 및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되면서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취임 초기 ‘시민과 예술인 모두가 도시에 대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도시 분위기를 만들도록 힘을 쓸 것이다’라고 밝혔던 그의 포부는 공수표에 불과했다. 그에게 대구 최고의 문화예술전문기관인 대구문화재단은 자신의 이해관계에 더 유리한 자리로 옮겨가기 위한 징검다리에 불과했다.

3년 임기 중에서 불과 10개월도 채워내지 못하고 바삐 자리를 옮긴 그는 사임하면서 대구시에 사표는 물론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가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이라는 자리를 얼마나 가볍게 여기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대구의 대표적인 친박인사인 수암 김정길은 그간 매일신문 수암칼럼을 통해 수많은 물의를 빚어왔다. 2009년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언 형식을 빌려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기술한 칼럼 ‘천국서 보내는 두 번째 유언’은 고인의 입을 빌리는 형식을 통해 시종일관 고인과 지지자들을 조롱하는 내용으로 가득 채워놓아 전국적인 비난을 받다 결국, 온라인에서는 칼럼을 내리기까지 하는 수모를 당했다. 지난해에는 민주통합당으로부터 공직자임에도 선거를 앞두고 지면을 통해 특정 후보를 연속적으로 지지해왔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수암 김정길은 대구경북, 아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구논객이었다. 그의 졸필을 옥고마냥 싣고 있는 대구의 대표적 지방지 매일신문을 보며 사람들은 ‘대구에 그렇게 인재가 없는가?’라고 한탄했었다. 이번에 벌어진 ‘대구문화재단 이사장 광탈’사건을 보면서 이 한탄은 다시 반복되고 있다.

대구문화예술회관장, 대구예술대 총장 등 대구문화예술계의 요직을 오르내렸지만 결국, 그는 대구문화예술 발전 보다는 일신의 영달을 위해 자리를 쫓는 부나방에 지나지 않았다.

정도를 벗어난 이가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이 되는 것도 문제였지만, 신문쟁이가 방송사의 사장에 임명되는 것 또한 방송민주화에 역행하는 태도이다. 신문사에서 잔뼈가 굵은 이는 신문발전에, 방송계에서 한길을 걸은 이가 방송발전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전문성을 살린 좋은 방향이다. 한겨레 논설주간을 하다 KBS사장자리에 오른 정연주 전 KBS사장의 경우, 결국 노조의 분열을 초래한 전례가 있었다. 모름지기 지역의 방송국이라면 지역방송에 꾸준히 기여한 사람이 임명되는 것이 이상적이다. 잘 찾아보면 지역방송국 내에 방송국을 잘 경영할 수 있는 인재는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늘 서울의 방송국이나 다른 분야의 낙하산 사장을 받는 관행들은 이제 달라져야 한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노욕 탓에 방송인들과 대구의 문화예술인들을 욕보인 수암 김정길의 사례를 보며 공공기관의 기관장직을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사임한다면 무책임한 선택의 대가로 한동안 다른 직책도 못 맡게 하는 대안을 마련했으면 싶다. 당사자들이야 간보기 위한 자리, 더 높은 단계로 오르기 위한 잠시 스쳐가는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러한 영욕 때문에 낭비된 기간 동안 얼마나 많은 문화예술인들에게 혼선을 주었으며 얼마나 많은 예산을 낭비하게 되는 것인가?

또한 정치적 이해관계로 인한 임명을 막기 위해 밀실인사가 아니라 전문성과 인성의 진단을 위한 시민검증단과 관련전문가가 함께하는 공개청문회를 개최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전임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은 대구시의 과도한 참여와 권한제한으로 인해 심한 갈등을 빚어왔다. 그동안 섣부른 집중기획사업에 대한 비판에 시달리며 대구시의 심부름센터에 지나지 않는다는 오명을 쓰고 있던 대구문화재단은 이사장의 공석으로 더욱 입지가 좁아지고 말았다. 신임 대구문화재단 이사장은 정치적 관계나 허울 좋은 경력이 아니라 문화예술현장에 대한 이해,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적극적인 파악, 창의적인 젊은 예술을 끌어안을 수 있는 포용력이 있는 인사로 선임되기를 바란다.

한상훈(편집위원, 대구민예총) ktpac@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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