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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3년03월04일 11시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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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보통의 사회’에서 추방당하는 사람들
“왜 그런가”에 대한 물음보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전근배(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편집위원) re-left@hanmail.net

그 상담

병원에 입원하는 방법밖엔 없는 건가요?
   가족들의 요청도 있고… 지금으로선 그렇습니다.
입원해선 어떤 치료를 받죠?
   일종의 훈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얼마 정도 입원하면 치료가 끝나나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보통 ‘평생’이라고 봅니다.
완치가 어렵다는 말씀인가요?
   보통 60~70세 정도로 들어서면 증상이 약화한다는 게 현재 중론입니다만.
그건 자연스럽게 기력이 달리는 것 아닐까요?
   …….

얼마 전 상담차 방문했었던 정신병원 의사와 나눈 이야기입니다. 의사는 고지식하지도, 권위적이지도 않았으며, 오히려 합리적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사전에 약속을 잡지 않았음에도 담당 환자에 관한 이야기라는 말에 선뜻 시간을 내어줄 정도였으니까요. 어머니와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과 다른 행동으로 가족을 애먹이더니,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난 뒤에는 수차례 아내와 자식을 때리고, 부모를 위협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지나가는 이웃들에게 딱히 이유 없이 폭언을 일삼고 시비를 걸기도 하여 동네에선 입에 꽤 오른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웃들은 시설로 보낼 것을 이야기했고, 매번 출동한 경찰은 정신병원에 입원시킬 것을 권유했다고 합니다. 어쩔 줄 모르는 상황, 정신병원으로의 입원은 그렇게 의사, 가족, 이웃, 경찰이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 되었습니다.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당했어요. 나가고 싶은데 아무도 말을 들어주지 않아요’ 
 다급하게 전화를 걸었던 그 사람은 지금 예닐곱 번째쯤 될 또 다른 병원에 입원 되어 있습니다.


돌파구(Breakthrough)?

최근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the lancet)에는 미국 하버드대학 의과대학 정신과전문의 연구진이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조울증(양극성 장애), 주요우울증, 조현병(정신분열증) 등 5가지 정신장애가 4개 특정 변이유전자를 공유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유전자검사를 통해 4개 유전자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밝혀내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 유전자가 어떻게 구체적으로 정신장애에 관여하는지는 모르지만, 위험률이 높아질 수 있음을 알려준 “최초의 단서”라고 합니다. BBC 인터뷰를 통해 연구자들은 “정신질환에 대한 잠재적인 새 시대의 가능성을 열었”으며, “장애에 관한 생물학에 귀중한 장을 준 연구”라고 평가했습니다. 공공연하게 ‘돌파구(Breakthrough)’라고 확신하는 연구자들에게서 그것이 무엇에 대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무척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곤 얼마 전에 있었던 상담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묵직한 답답함이 여전히 돌처럼 매달려 있는 걸 보면, 어찌할 줄 몰랐던 그때의 여러 감정을 위해, 병원에서 나가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던 그를 위해 이 돌파구가 발견된 것은 아닌가 봅니다.

방화, 살인, 강도, 강간, 알 수 없는 숱한 범죄들이 일어날 때마다 별다른 증거가 없어도 충분히 지명될 수 있는 집단, 가족과 의사의 권한으로 범죄자가 아님에도 영구적으로 사회에서 추방하는 것이 합법적으로 가능한 사람들. 국민 4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한 번 이상 정신질환을 경험하지만, 상담과 치료를 받는 것조차 무서운 사회, 어느 학자의 말처럼 환자만 입원시키면 가족들은 정신적‧경제적 고통을 덜 수 있고, 치료시설은 고정 수입원이 확보되고, 지자체들은 사회불안요인을 제거할 수 있어 모두가 '편안한'구조가 되는 사회. 이 합리적인 이성에 길든 보통 사람들의 사회에서 ‘유전자 변이 때문이야, 원래 그런 사람들이야’라는 이 돌파구가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벌써 두려워집니다.

“(그 사람)왜 그런가”보다 중요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SBS <그것이 알고싶다> 영상 갈무리

사실 몇 개월의 상담을 통해 얻어낸 것은 그의 말이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 점과 꾸며낸 말을 있는 그대로인 양 이야기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가족에 대한 폭력이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추측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설령 아내를, 자식을 폭행했다 하더라도. 그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폐를 끼쳤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그가 정신병원에 강제로 입원 되어 마땅한가, 사회에서 격리되고 추방되는 것이 정당하냐는 것에서 여전히 돌은 흔들립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879회 <공모자들>이 방영된 이후, 정신보건법 24조에 따르면 보호자 2인이 동의하고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경우, 환자의 동의가 없어도 강제입원이 가능하다는 법 조항이 얼마나 악용되고 있는가에 여론이 들끓고 있습니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돈의 화신’이라는 드라마에서도 재산문제로 누명을 쓰고 정신병원에 강제입원 된 박기순씨가 나옵니다. 예능프로에서 사진작가 김중만씨가 강제입원 당한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두 ‘보통의 사람들’이 겪은 억울함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멀쩡한 사람들인데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됐다’는 게 요지인 점은 좀처럼 드러나기 어려운 문제가 공론화되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지만, 오히려 근본적인 문제를 희석하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는 ‘괴상하다’고 합니다. 보통과 달리 이상야릇하거나, 마땅한 도리나 이치에서 벗어난 상태를 볼 때 말입니다. 하지만 ‘정상’이라는 개념 자체가 ‘괴상’, 일종의 비정상이라는 배타적 경계를 긋지 않고서는 존재할 수 없는, 실체가 없기에 애초에 보편화할 수 없다면 ‘괴상해’라고 치부된 사람들은 조금 억울해집니다. 어차피 모두가 다를 수밖에 없음에도 유독 몇 명만을 콕 집어 계속 “넌 왜 그러니”, “그 사람 왜 그래”라고만 추궁하고 있는 셈이니까요.

유전자변이설은 이 사회적 추궁이 가져다준 하나의 과학적 성과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성과가 정신장애로 차별받고 배제되고 있는 당사자들에게 돌파구가 될지, 장애에 대한 더 없는 공포를 심어주고, 추방하는 데에 효과적인 근거가 될지는 모를 일입니다. ‘왜 당신들은 그런가?’에 대한 물음 전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로 주제가 바뀌길 간절히 바라봅니다.

전근배(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편집위원) re-lef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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