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대구에 지어졌거나 지어질 대형문화기반시설의 숫자와 규모는 참으로 어마어마하다. 얼마 전 개관한 대구미술관과 대구예술발전소를 비롯하여 올해 개관을 앞둔 대구문학관, 클래식음악 전용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대구시민회관, 건립 예정인 이우환과 친구들 미술관까지. 하지만 문화기반시설의 범람이 시민들에게 문화예술의 풍요를 가져다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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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음악 전용관으로 리모델링하고 있는 대구시민회관 | | |
소위 ‘뮤지컬도시 대구’를 알리기 위해 대구시가 2008년부터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한 뮤지컬전용극장이 지난해 2월 주체들 간의 의견 차이로 만 4년간의 협상이 결렬되고 백지화되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대구시의회가 올해 예산에 시립뮤지컬전용극장 건립을 위한 연구 용역 비용 3천만원을 편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400억에 육박하는 대형 대구시립시설을 또다시 짓겠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가관인데 대구시 문화산업과장은 모 일간지와 인터뷰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달된 대구의 10대 대선공약 중에 공연문화중심도시 사업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했다고 한다.
대구예술발전소는 개관이 임박한 현재까지도 어떤 용도로 이용할지 자세히 밝혀진게 없다. 옛 전매청 별관을 미술관과 미술레지던시에 알맞은 현대식 미술관으로 몰개성스럽게 리모델링 하였음에도 다른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듯 은근히 여론을 형성하고 있을 뿐이다. 현재 상황은 지난 6년간 대구시와 문화예술계, KT&G 간의 동상이몽이 깰 수 없는 악몽처럼 지속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구(區)마다 지어져 가장 주민과 가까워야 할 문화기반시설인 문예회관은 그 지역의 인문사회적, 문화예술적 특성에 따라 회관형, 체육관형, 광장형, 전용공연장형 등 다양한 형태로 고려될 수 있다.
그러나 권력의 기념비마냥 외향만 신경 쓰다 보니 구민들의 문화예술향유권과 연관성이 낮은 공연과 전시를 유치하게 되어 결국 여론악화, 낮은 활용도, 만성적자라는 3고(苦)에 시달리고 있다. 다른 시설들 역시 탁상행정으로 기획돼 우선 짓고 나서 활용방법을 찾는 후진적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는 매한가지이다.
때문에 거대한 시설들이 속속 들어서는데도 시민들에게 체감되는 문화예술의 훈기는 미미하다. 풍요속의 빈곤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인가? 그것은 대구시가 산업과 토목에 방점을 두고 문화예술진흥정책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대구시는 지금이라도 문화기반시설에 대한 정책 방향을 재점검해야 한다.
현재 대구에는 시와 구에서 운영하는 문화기반시설 외에도 천마아트센터, 계명아트센터, 경북대 대강당(현재 개보수 중) 등 대형극장들이 상당수 존재한다. 이렇게 대형극장이 즐비한 대구에 정작 필요한 극장은 상시로 활용할 수 있는 50석에서 200석 사이 규모의 소규모, 중규모 극장이다. 무턱대고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이미 관객수요가 있어서 민간에서 지어놓았고, 꾸준한 홍보와 공연유치로 대중인지도가 높은 기존의 민간공연시설들을 발굴하여 시설 개보수와 홍보, 유통을 지원하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문화예술 관련 예산은 전체예산의 1~2% 정도로 다른 분야에 비해 매우 낮게 책정되어있고, 일 년에 한두 차례 진행되는 대구문화재단의 공모사업에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이 응모하여 지원받는 예산은 사업건당 평균 삼백만원 정도다.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이 이렇게 열악한 현실 속에 있는데 하나 짓는데 수백억을 필요로 하는 건축물에 대부분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투여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무턱대고 번듯한 시설을 짓기에 앞서 문화예술생태계에 대한 꼼꼼한 연구와 조사과정을 거쳐서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관객과 예술인들이 현재 어느 정도 있는지, 앞으로 어느 정도의 가능성이 있는지 면밀하게 따져봐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미 지어져 있지만 골칫거리로 전락한 문화기반시설을 활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복안을 구상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예술을 당장 투자한 금액을 회수하는 하나의 사업으로만 바라보는 시선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문화산업 역시 문화예술이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의 일부분이긴 하지만 예술의 역할은 철학적, 치유적, 창의적, 미적, 공동체적 영역까지 광범위하게 자리하고 있다. 진정한 문화산업인프라의 형성은 하나의 시설로 손쉽게 형성되지 않는다. 그것은 기초예술과 생활예술에 대한 지원을 통해 선순환적 문화예술생태계가 담보된 상황에서야 비로소 도약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