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경선이 벌어진 진보신당 5기 대표단 선거유세가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3명의 후보가 출마한 당 대표 선거에서 후보들은 당 노선 강화를 통한 재창당에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당 이념과 노선을 두고 대립각을 세웠다.
지역 순회 중인 진보신당 대표단 후보들은 17일 대구 민중행동 교육관에서 대구경북지역 유세를 진행했다. 주요 논쟁 주제였던 대선평가 보다는 당 노선과 이념 정립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금민, 이용길, 김현우 당 중심 재창당에는 한 목소리
당 이념과 노선 두고는 대립각 세워
처음 대표 후보 유세에 나선 금민 후보는 “방향이 분명한 대중적 좌파정당을 세우겠다. 진보는 대중적이고 좌파는 대중적이지 않다는 말은 문제가 있다”며 “지금까지 슬로건 중 어떤 것보다 기본소득, 근로시간단축, OECD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은 대중적”이라고 말했다.
금민 후보는 “우리가 진보라는 이름을 때야 하는 것은 통합진보당 때문이 아니라 시대가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좌파정당 건설에서 이름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당의 성격을 분명히 하자”며 당 노선을 확실히 세울 것을 강조했다.
금민 후보는 “민주노조 운동, 조직노동자 운동에서 계승할 것은 계승하되 바뀌어야 할 것이 많다. 당 기반을 노동자당화 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 하던 방식이 아닌 변화가 필요하다”며 민주노총 중심의 노동자정당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어 “제가 마치 진보신당 대표가 되면 민주노총을 탈퇴해 좌파노총 할 것이라고 이용길 후보가 말하고 다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실이라면 개인 명예훼손과 형사소추가 일어날 정도로 큰 일”이라며 “선거가 공명하지 않고 네거티브로 흐르고 있다. 유세 끝나고 이용길 후보와 독대했으면 한다”고 말해 이용길 후보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용길 후보는 “진보신당 5년을 평가하면 임시정당이었다. 당 대표가 임기를 채우지 않거나, 당을 등지는 등 대표의 모습이 신뢰받지 못했다”고 평가하며 “신뢰받는 대표단과 중앙당, 안정된 당과 함께 지역에서 당 활동에 매진하는 대표가 되겠다”고 말했다.
이용길 후보는 “당의 이념 지향을 분명히 해 진보신당의 강화와 혁신이 먼저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해야할 조직과 개인이 있다면 우리 원칙 속에서 함께 손잡고 가야한다”고 재창당 과정을 제시하며 “우리의 혁신과 강화, 함께하는 진보정치 재편, 이 둘을 묶어 진보정치를 재건하자”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당원 1만 5천명인데 3만 당원을 만들어 안정된 당과 함께 10년을 출발하는 14년 지방선거를 치르자”고 말했다.
김현우 후보는 “우리가 왜 이 작은 당을 지키고자 남아있는지 생각해야 한다. 왜 이 당이 응원하고 지지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하며 재창당과 지방선거를 준비해야 한다”며 “우리를 떠나간 명망가들을 비난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우리가 재기할 수는 없다”며 당 노선 정립을 강조했다.
김현우 후보는 “현재는 위기다. 민주노총의 지원과 대중적으로 유리한 정세가 없다. 조직노동운동도 우리에게 힘이 되기는커녕 우리가 일으켜 줘야한다”고 진단하며 “녹색사회주의도 나오고 있지만 몇 개 골라서 우리 깃발을 만들 수는 없다. 자본주의 때문이란 걸 모두 알고 있지만 지속가능한 대안을 풀어가는 무지개좌파반자본주의정당 노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후 토론에서도 당의 노선에 대한 대표 후보 간의 논쟁은 이어졌다.
김현우 후보는 금민 후보에 대해 “좌파대안정당의 방향과 내용은 적절하지만 정치적 상징으로는 별로”라고 지적했고, 이용길 후보의 녹색사회주의에 대해서는 “혹평을 하고 싶다. 너무 평화롭고 급진적이고 불안한 게 없다. 재창당의 방식에서도 노동중심의 대중적진보정당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노동을 강화하자는 데 동의하지만 중앙파 일부와 함께 하는 것 밖에 없어 우려스럽다”고 평가했다.
금민 후보는 “제가 주장하는 대안좌파가 이름값에 비해 도발적이지 않다고는 생각한다. 궁극적으로는 김현우 후보나 제 주장이나 같다. 하지만 김현우 후보는 구체적 계획이 없다. 이행강령, 순서도 등을 이번 선거에서 제시하기 싫으신 것인지 되묻고 싶다”며 김현우 후보의 평가에 반박했다.
이용길 후보도 “조직노동운동 뿐 아니라 진보적 학자들과 여타 세력들도 함께 할 수 있다. 지난 대선(김소연 선투본)을 함께 치룬 이들도 선거를 치러보니 변화한 것이 있었다. 많지 않을 수 있지만, 함께 해보는 노력을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일반명부 부대표 후보도 경선
‘노동중심’ 두고 의견차이 드러내
이어진 여성명부 부대표 유세에 나선 이봉화 후보는 “지역에서 좋은 사업은 하지만 정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지역거점사업을 모으고 정치화 하는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하며 “노동을 중심에 둔 당 강화와 더불어 분열된 진보운동, 사회운동 세력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은지 후보는 “민주당에 의해 진보가 잠식됐다고 해서 다른 말을 써야 한다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민주당을 보고 진보정치 한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진보정치는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며 “우리가 선을 그어야 할 대상은 진보정치의 독자성을 허물어뜨린 이들이다. 사회주의 이상과 민주주의 기본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라면 함께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명을 뽑는 일반명부 부대표 선거에도 3명이 출마해 치열한 양상으로 진행됐다.
이해림 후보는 “지난 대선을 두고 쟁점과 논란이 있었지만 대표단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당원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줬다”고 지난 지도부를 평가하며 “올바른 정책과 방향도 중요하지만 지금 남아있는 당원의 의견을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받아 안아야 한다. 이를 현장에서 끝까지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장석준 후보는 “대선 끝나고 나서 당직선거를 하는 유일한 당이다. 이 의미를 잘 살려야 한다. 자본가들이 망가뜨려놓은 세상을 우리가 인수해 어떻게 다르게 살 것인지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며 “제 1공약으로 내세운 종이기관지 창간을 시작으로 녹색사회주의라는 비전을 가지고 3년의 계획, 10년의 전망을 세우는데 한 몫 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우 후보는 “우리가 만드는 정당 건설하는 문구를 고치기 위해 진보니 좌파니 하다가 진보좌파정당이라는 아름다운 신조어를 만드는 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 대표단은 논쟁을 넘어 어떻게 싸울 것인지가 중요하다”며 “진보신당을 생존시키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야할 이들과 함께하는 정당으로 가는 것이 진보신당의 숙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치하는 대표단이 아니라 함께 울고 웃는 대표단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진보신당 선거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상한 ‘노동중심’에 대한 후보자 간 입장 차이가 드러나기도 했다.
금민 후보는 “조직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시대는 끝났다. 민주노총이 혁신해 갑자기 변할 가능성도 없다”며 “정당을 통한 정치주체화가 노조로 이어져야 한다. 교육선전하고 당원으로 가입시켜 노동자의 새로운 정치주체화를 통해 기존 민주노조운동의 베테랑들과 핵심 역할을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용길 후보는 “민주노총은 비판하고 혁신해야 할 대상이지 배제 대상이 아니”라고 반박하며 “새로운 주체를 조직해 나가되 정규직노동자와 함께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진우 부대표 후보는 ‘노동중심’을 두고 벌어지는 과도한 논쟁을 비판하고 나섰다. 정진우 후보는 “진보신당이 민주당이나 진보정의당처럼 노동중심을 슬로건으로 내 거는 상황이 우려스럽다. 노동은 진보신당이 기반을 두어야 할 가치”라며 “중요한 것은 구로의 전력조직화 사업에 대한 성과와 평가 같은 문제의식 발굴에 있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대표단 선거는 26일까지 지역별 순회유세가 이어진 후 1월 28일~2월 1일까지 1인 1표 투표로 진행된다.
한편, 대구경북은 시도당 위원장 선거가 함께 진행되며 이석범, 김영수 후보가 각각 위원장 후보로 단독 입후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