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대구시교육청이 학교비정규직 무기계약 전환을 포함한 처우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교육청은 학교비정규직에 대한 고용안정과 처우를 개선하는 획기적 대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지난해 초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발표 이후 1년이나 지났고, 15일 서울행정법원의 “학교비정규직 교섭당사자는 교육감”이라는 판결 이후 나온 대책이라 생색내기용이라는 지적도 있다.
교육청 무기계약 전환 직종 확대, "획기적" 처우개선 대책
교육청이 발표한 주요개선 내용으로는 무기계약 대상 직종 확대, 신분보장 및 고용안정, 처우개선을 위한 임금인상, 일반직 계약 공무원 전환, 근로여건개선 및 사기진작 방안 등이 포함됐다.
교육청은 학교회계직원 6,809명 중 일반직 계약 공무원 및 무기계약 전환 가능 인원을 기존 3,504명(51.5%)에서 2,779명(40.8%) 증가된 6,283명(92.3%)로 내다봤다.
우선 지난해 말 계약기간 종료로 사실상 해고 당한 학교도서관 사서 300여명에 대한 고용보장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사서노동자들은 해고 후 교육청이 뚜렷한 대책이 없자 지난 11일부터 교육청 앞 농성을 벌여왔다.
교육청은 학교도서관 사서를 일자리 창출사업에서 학교도서관 활성화 사업으로 계획을 변경하고 자격증 소지자에 한해 무기계약 직종으로 고용하겠다고 밝혔다. 자격증 미소지자 중 무기계약자 및 2년 이상 근무자는 3년 이내에 자격 취득을 조건으로 고용하고, 2년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도 직종 전환 유도 등으로 신분유지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사서 385명 가운데 자격증 소지자는 313명, 미소지자는 72명이다.
사서 외에도 무기계약 신규전환 직종에는 교육복지사와 초등돌봄강사 등 9개 직종이 추가돼 모두 27개 직종으로 확대됐다. 특히, 교무행정실무원은 교직원 업무경감을 위해 모든 학교에 1명을 추가 배치하기로 했다.
정말 획기적 대책일까? 1년전 정부지침에도 미달
행정소송 패소 후 교섭 회피용 아니냐는 지적도
교육청은 “이번 대책에 따라 학교회계직원의 고용안정 및 처우가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규직과의 차별 시정에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이 밝힌 것처럼 이번 대책이 획기적인 개선안 인지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안정 대책을 발표하고도 한참이 지났기 때문이다. 노동부의 대책 발표가 2011년 11월 있었고, 각 시도 교육청에 하달된 것은 지난해 1월이다. 더군다나 교육청은 교육감이 교섭당사자라는 중노위의 판정에도 노조와 교섭을 거부해왔고, 15일 서울행정법원 소송에서도 패배한 직후 나온 대책이라 ‘생색내기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최영오 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 대구지부 조직부장은 “무기계약 직종에 대한 원칙을 세운 것은 환영한다”면서도 “24일에 노조와 고용관련현안협의회를 거친 후 대책을 발표하기로 했는데 행정소송 패소 후 갑작스레 대책을 내놓은 점은 교섭을 회피하기 위한 물타기가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 운영계획이 없어 대책에 대한 세부적인 평가는 어렵다”면서도 “전체적으로 다른 지역에 비해 노조의 요구안이 다수 삭제됐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대책 전반을 꼼꼼하게 따져보자. 먼저 무기계약 대상 기본원칙 중 두 번째를 보면 ‘2013.02.28 기준 실무근무기간이 2년 초과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평가위원의 검증을 거쳐 학교(기관)장이 무기계약 전환 여부 결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기간제 근로계약의 반복갱신 등의 경우에는 그 계속 근로한 총기간이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지키지 않으면 법률을 어기는 꼴이 돼 당연한 내용이 기본원칙으로 포함되어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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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부가 2011년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대책 발췌 | | |
세 번째 원칙으로 밝힌 ‘2013.02.28 기준 실근무기간이 2년 미만되는 기간제 근로자에 대하여는 평가위원의 검증을 거쳐 학교(기관)장이 기간제 근로자 고용 결정’은 정부가 지난해 발표함 지침도 지키지 못하는 수준이다.
노동부 지침은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서는 근무기간과 상관없이 2년 이상 계속 되는 업무를 담당하는 기간제를 원칙적으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교육청이 발표한 대책은 2년 미만 근무자에 대해서는 무기계약직 전환이 아닌 기간제 근로자로 재고용 하도록 하고 있어 노동부 지침 보다 후퇴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무기계약 직종에 포함된 초등돌봄강사는 정부의 온종일돌봄교실 연장(오후 10시) 계획 검토에 따라 추진된 것이고, 사서 또한 대구시의회가 학교도서관 활성화 조례안과 사서실무원 인건비 지원금을 통과시킨 데 따른 것이어서 교육청의 생색내기가 아니냐는 지적에 무게가 실린다.
처우개선 대책을 살펴보면 교육청의 생색내기라는 사실은 다시 한 번 확인된다. 2012년 대비 2.8% 인상계획을 밝힌 연봉액은 공무원 보수 인상률과 같아 연봉액 인상이 아닌 물가상승률(2.2%)에 따른 자연 인상분이라고 보는 것이 더 설득력 있다. 조리종사원 근무일수 확대도 지난해 여성노조 급식조리원 파업 당시 합의안을 이제야 명문화한 것에 불과하다.
한편,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교육청이 교섭에 불응하자 지난해 11월 9일 전국에서 일제히 파업에 돌입해 교육감 직접 고용과 단체교섭 등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요구해왔다. 이번 교육청 대책이 생색내기가 아니라 그동안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력과 행정법원의 판결에 부응할 만큼 실질적인 비정규직 고용개선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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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11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파업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