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이 시작됐다. 대구 초중고 학교도서관도 기약 없는 방학이 시작됐다. 2012년 대구시교육청이 학교도서관 지원 사업을 종료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작된 학교도서관 사서 노동자 해고 문제가 교육청이 별다른 대안을 내놓지 않은 채 해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학교마다 사서실무원 계약종료기간이 달라 모든 학교의 도서관이 문을 닫은 것은 아니다. 11일 계약만료가 2월인 대구동중학교는 문이 열려 있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대구중학교 도서관은 굳게 잠겨 있었다. 도서관 입구는 1월 2일부터 휴관한다는 안내문과 새해를 맞아 구입한 책 박스만이 쌓여있었다.
방학 중 도서관 운영 중단 이유를 묻자 대구중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교육청의 학교도서관 사업이 종료됐다. 학교 자체 예산으로는 턱 없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휴관을 공지했다”며 “하지만 주변 대봉도서관도 있어 학생들의 불편은 크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닫은 대구중학교 사서로 일한 최병선 씨는 “학교도서관을 문 닫을 것도 아니고, 지난해 3월부터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이 지경으로 방치한 대구교육청이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최 씨 뿐 아니라 대구지역 학교도서관 사서 363명 중 90% 이상이 계약종료를 통보받았다. 사실상 해고통보다. 학교도서관 사서들은 지난해 3월부터 이 문제로 수십 차례 집회를 열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교육청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좀만 더 기다려 달라”였다.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대구시 학교도서관 사서 해고 문제가 지적되기도 하면서 대구 학교도서관 문제가 공론화되기 시작했다. 12월 26일에는 대구시의회에서 사서인건비 예산 27억원과 학교도서관 사서 직원 배치를 명시한 '대구 학교 독서진흥조례안'이 통과됐다.
학교도서관은 문을 닫았고, 기다려달라는 말만 반복하는 교육청을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사서노동자들이 교육청 앞에 진을 치고 나섰다. 11일 오후 2시 공공운수노조 전회련 대구지부 소속 사서 노동자 100여 명은 대구시교육청 앞에서 “학교도서관 사서 고용 보장과 학교도서관 정상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앞선 10일 계명대를 제외한 대구경북지역 대학교 문헌정보학과 학과장 협의회도 성명을 내고 “교육청이 학교도서관 비정규직 사서들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통한 학교도서관 공백사태가 없도록 해달라”며 “이번 사태 추이를 주시하며 결과에 대한 추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수 전회련 대구지부 조직국장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가 2015년까지 공공부문부터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밝혔지만 대구교육청은 사서뿐 아니라 학교비정규직 2년 미만 노동자들이 대대적으로 해고 되고 있다”며 “지난 11월부터 사서고용방침을 발표하겠다던 대구교육청이 발표를 미루어 해고를 조장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심경용 대구시교육청 행정회계과장은 “무기계약직 전환 문제는 사서 뿐 아니라 전체 비정규직 문제라 빠르게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며 “현재 기준과 인원 확정문제를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계획을 결정하는 구체적 시기와 관련해서 심경용 과장은 “확답을 할 수 없다. 1월 말 경에는 확정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해 12월 노조와의 협의에서 대선이 끝나고 통보할 것을 밝힌 바도 있어 검토 중이라는 답변이 설득력을 얻기는 어려워 보인다. 되려 노조 관계자의 “박근혜 인수위 눈치 보기 중 아니겠나. 그렇지 않고서야 계속 시간 끌 이유가 없다”는 말에 힘이 더 실린다.
얼음이 채 녹지 않은 대구시교육청 앞. 천막을 치고 “해고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나선 사서노동자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천막 아닌 학교도서관 문을 열고 싶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