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을 밝혔지만 칠곡경북대병원이 2년간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노조(공공운소노조 의료연대 대구지부 경북대병원분회)는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앞장서야 할 국립대병원이 해고에 앞장서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칠곡경북대병원은 2010년 11월 개원 당시 정부로부터 의사, 간호사, 의료기술직 등은 정규직 정원을 확보했으나 진료보조 기능직업무는 외주 용역화를 시도했다. 노조가 반발하자 병원과 노조는 진료보조업무 기능직을 직접고용 임시직으로 채용하고 정규직 정원 확보를 통한 정규직화 추진을 합의했다
하지만 병원은 기간제 근로계약 2년이 도래하는 노동자 40명 중 34명만 무기계약직 전환을 확정하고 6명에게는 2012년 12월 14일 계약만료를 통보했다. 병원은 계약만료를 통보한 6명의 업무에 대해서는 또 다시 비정규직 노동자를 신규채용 했다.
병원 “계약만료일 뿐” vs 노조 “고용불안에 병원서비스 질 저하”
8일 오전 11시 노조는 칠곡경북대병원 앞 기자회견에서 “2년 동안 동고동락한 상시업무 비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한 칠곡경북대병원을 규탄한다”며 비정규직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박배일 공공운수노조 대경본부장은 “여야 할 것 없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한다. 이를 실천하고 모범이 되어야 할 국립대병원이 해고에 앞장서는 게 말이 되느냐”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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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고 당사자 배기숙 씨가 발언을 하고 있다. | | |
해고 당사자인 수술실 업무원 배기숙 씨는 “개원과 함께 일하면서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다. 피묻은 기구를 세척하면서도 환자중심 병원으로 거듭나는 데 최선을 다해왔다. 병원 경영이 나빠진 것도 아닌데 신다버린 헌 운동화처럼 내다버렸다”며 “다시 일하게 해 달라. 우리는 한가족이라는 말은 거짓말이었느냐”고 심경을 토로했다.
경북대병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탈락한 임시직원 6명은 채용 시에 기간제로 명시하여 채용하였고 약속대로 고용계약 기간이 만료된 것일 뿐 해고가 아니”라고 밝혔다. 또 병원은 개원 후 정규직 정원을 일부 확보하여 임시직원 중에서 채용해왔고 무기계약직을 신설해 공공기관으로서 고용안정에 노력해왔다는 입장이다.
김성만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총무파트장은 “무기계약직 전환 근로자는 기간제와 다른 기준으로 채용할 수밖에 없다. 업무실적, 업무능력, 태도 등 종합적 평가를 진행했다”며 “본원으로부터 19명이 넘어와야 하는 상황이라 TO가 제한돼 있어 40명 전부 전환하면 정규인원을 넘어서기 때문”이라며 계약만료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김영희 경북대병원분회 수석부분회장은 “병원은 분원이 개원하면 본원 환자가 줄어들 것이라며 본원 TO 전환을 이야기했으나 예상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아 인원 이동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분원 자체적으로 TO를 늘려나가야 하는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어 “병원이 밝힌 것처럼 임시직의 2년 근무가 도래하는 2월, 3월에도 해고는 계속 지속될 것”이라며 “언제 계약해지 될지 모르는 고용불안 속에 사기가 떨어지는 병원이라면 환자에게만 전념이 불가능해진다”고 덧붙였다.
노조의 주장처럼 표현은(노조는 해고, 병원은 계약만료) 다르지만 앞으로도 해고가 이어질 것이라는 점은 병원도 부인하지 않고 있다. 병원은 평가를 통해 무기계약직 전환을 결정한다고 하지만 “TO가 한정돼 있어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병원 관계자의 말처럼 무기계약직 전환 기준이 업무 부적합 기준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즉, 평가 점수가 우수하더라도 TO 문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계약해지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TO 문제는 노조도 양보하고 있는 문제점으로 노조는 당장 전원 정규직화를 요구하고 있지 않다. 김영희 수석부분회장은 “정부 총정원제 영향이 있기 때문에 당장 정규직화 하자는 게 아니다. 고용승계를 통해 고용안정을 시킨 후 정원확보 노력을 통해 전원 정규직화를 하자는 게 노조 입장”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보호법안, 또 한 번 노동자 발목 잡나
2006년 법률 제정 당시 ‘비정규직 보호법안’이라고 불린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이번에도 추운 겨울 노동자의 삶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형국이다. 당시 노동계에서는 이 법안이 비정규직 노동자 처우 개선보다 악용될 소지가 높다고 비판해왔다. 이러한 우려는 법률 시행 후 2007년 이랜드-홈에버 노동자들이 대거 해고 되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이번 칠곡경북대병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병원이 무기계약직 전환을 회피하기 위해 비정규직을 해고하고 다시 비정규직을 채용하는 방식을 사용한 것.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 사용자는 원칙적으로 2년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 안에서 기간제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다.
제4조 2항. 만일 사용자가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근로자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제근로자는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로 본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비정규직 대책을 말하고 있지만, 추운 겨울 병원노동자들은 천막으로 내몰렸다. 칠곡경북대병원에서 ‘계약만료’는 이번이 끝이 아니다. 남은 기간제 노동자들 역시 불안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