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청사진을 그릴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6일 공식 출범했다. 인수위는 대통령 취임식 전날인 내달 24일까지 50일간 새 정부 출범을 위한 국정 인수인계 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향후 인수위를 중심으로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과 기조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 기조의 방향을 아래의 몇 가지로 짚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박근혜 정부는 무엇보다 직선제 도입 이래 최초의 과반대통령이라는 점에서 형식적 대표성을 중심으로 국정 전반을 장악할 것이다. 게다가 국회도 여대야소 상황이며 야당인 민주당 내부는 이를 견제할 능력도 없으며 서로의 책임을 전가하기 바쁘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은 정부와 국회의 공조 하에 안정적으로 운영될 것이다.
둘째 박근혜 정부의 성격은 경제위기와 양극화에 따라 대중적 불만이 누적된 상황에서, 여야가 공히 제기한 경제민주화-복지국가론에 대한 일정한 수용에 기초해있다. 그래서 일정 부분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불만을 잠재우기 위하여 민생현안을 중심으로 몇 가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입안할 것이다. 예컨대 재정건전성과 기업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부지원, 중소기업과 영세자영업자 지원, 복지 확대가 상징적인 수준에서 이루어질 것이다.
셋째 박근혜 정부는 민생현안 중심으로 몇 가지 정책을 적극적으로 입안하겠지만 구조적으로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18대 대선 이후에만 전국에서 5명의 노동자와 민중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정도로 노동자민중의 삶은 벼랑 끝에 있다. 또한 지금 이 시간에도 철탑 등에서 정리해고, 비정규직을 반대하며 겨울 엄동설한의 칼바람을 온몸으로 버텨 가며 고공농성을 이어가는 노동자들의 호소에도 여전히 박근혜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더구나 애초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였던 KTX 민영화, 송도 영리병원 설립 등 공공부문의 시장화를 다시 공세적으로 추진해 갈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박근혜 정부의 핵심적 정책이라 할 수 있는 국민행복복지 즉,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구호는 요란한데 민중복지적 요구에는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수준이며 정작 이를 뒷받침할 증세 계획은 전무한 실정이다.
넷째 전 세계경제에 드리워진 어둠이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세계 경제의 침체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더더욱 치명적이다. 그래서 경제위기로 인한 노동자민중의 빈곤과 삶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절망스럽게 변해가고 있다.
예컨대 2012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인구 6명 중 1명은 연간소득이 1,000만원에도 못 미치는 '빈곤층'으로 나타났다.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어 소득 상위 20%는 하위 20%의 13배를 벌고, 교육비는 28배나 더 썼다. 지난해 3월 기준 빚을 가진 가구는 전체의 64.6%, 이들의 평균 부채는 8,187만원이었다. 계급간 계층간의 양극화는 이제 되돌릴 수 없을 지경이 되어 극단의 사회적 분노가 전면화 될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에 비하여 위기관리 능력은 다소 개선될 수 있을지언정 근본적인 노동자민중의 요구와 불만에 조응할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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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일 2013년 첫 희망버스 참석자들이 부산 한진중공업 앞에서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 | |
때문에 안으로는 노동자민중의 삶의 질 개선이라는 요구에 조응하지 못하고 밖으로는 세계경제위기로 인한 수출부진-경제성장 저조 등 박근혜 정부의 위기관리 전략이 가진 모순으로 인해 대중의 불만은 언제든 여러 형태로 다시 분출할 수 있다. 이에 자연스러운 노동자민중의 저항과 투쟁에 박근혜 정부도 예외 없이 탄압의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 맞서 노동자 민중운동은 새롭게 박근혜 정부에 대한 정세적이고 근본적인 비판과 투쟁을 전개하기 위한 태세를 갖춰야 한다. 박근혜 정부에서도 여전히 신자유주의적 정책에 반대하는 정치·경제·사회적 민주주의가 문제의 핵심이다. 현재의 경제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무엇보다도 자본주의의 근본적 모순이라 할 수 있는 신자유주의 경제위기를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인 전망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여전히 노동자민중의 투쟁에 진실이 있고 희망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민주주의 요구와 함께 1997년 이후 본격화된 신자유주의 시대를 넘어서는 투쟁을 한데 엮는 투쟁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서 박근혜 정부에서 또 다시 재현될 수 있는 낡아빠진 민주 대 반민주라는 구도가 아니라 민중 대 반민중의 대립각을 더욱 선명히 해야 할 시대적 책무가 우리 앞에 있다.
변한 것도 있고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그러나 확실한 것은 바로 지금, 이 세계에 절망해, 어떻게든 세계를 바꾸기를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 서경식, 『디아스포라 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