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지고 읽을 만한 책 한 권이 출간됐다. 출간일보다 조금 일찍 받아든 이 책, <강냉이, 공부하다 빵 터지다>(2013, ‘청소년 인문학 모임 강냉이’ 지음, 한티재). 덕분에 한 주 동안 공부에 대한 의욕으로 불타올랐다. 그리고 대학시절 읽고서 지금은 책장 구석에 처박아 둔 <껍데기를 벗고서>가 떠올라 꺼내 들어 한 구절, 인용해 본다.
“국어교과서는 그것이 거꾸로 되어 있는 듯 보인다. 두괄식 문장·미괄식 문장·양괄식 문장이라는 것을 학생들이 배우고 있다. 문학인의 한 사람으로 글을 쓰는 필자이지만 ‘무식하기 짝이 없어서인지’ 이런 문장들이 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추보식 문장이 어떠한 것인지 아는 시인이 얼마나 있을까. 필자는 덧붙여 출제해 본다. 풍유법·대유법·제유법·환유법·활유법·중의법 등을 학생들은 배우고 있다. 그러나 이런 각종 법을 그들이 어떻게 언어생활에 써먹고 있는지 모르겠다. ‘법’은 갈수록 휘황찬란해진다. 점강법·설의법·돈호법 등과 같은 ‘법’에 이르게 되면 국어문장이란 사람이 쓰라고 있는 게 아니라 이런 법망에 걸리지 않으면 천만다행이다 싶게 ‘무서운 것’으로 느끼게 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 우리는 왜 공부하고, 누구를 위해 글을 쓰는가에 대한 고민. 3부로 구성된 <강냉이>의 1부는 서평과 영화평, 역사 현장 기록을, 2부는 자신의 자화상 그림과 짧은 글, 3부는 시에 대한 글이 실렸다.
학교라는 공장에서 경쟁하면서도 틈을 내 책을 읽어내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 흔적이 고스란히 베였다. 제목 그대로인 학교를 나와, 도시를 거쳐, 농촌에 간 박준하는 성인과 미성년자 사이에 존재하는 성숙/미성숙의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까지는 예측 가능한 것일지도. 뒤이은 고민의 흔적이 농촌으로의 유학에서 드러난다. 그는 “농부라는 직업이 천대받으면서부터 이분들은 반(反)농민 의식을 가지게 되고 자연과는 분리된 사회의 모습과 욕망에 자발적으로 복종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것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가에 대한 불만족으로 이어집니다”는 통찰을 보여준다.
이들은 미사여구와 수사가 넘쳐나는 현학적인 글밭에서 허우적거리지 않는다. 자신, 그리고 마주하는 사회와의 관계를 학습 속에서 펼쳐진다. 또래의 친구들에게, 그리고 글과 공부와 떨어져 지낸 어른들에게 공부에 대한 거부감을 떨쳐내고 의욕을 샘솟게 하는 데 제격이다.
많은 글 가운데서도 유독 몰입해서 읽은 김태형의 ‘사춘기 레포트’는 일상에서 건져 올린 재미난 결과물이다. 김태형은 여자와 남자의 사춘기적 특성을 살피며“사춘기 남자와 여자의 공통점 1. 괜히 철학적인 말들을 사용한다. 2. 어른들에게 반항적이 된다. 3. 식욕이 왕성해진다”고 말한다.
그리고 “요즘 불량 청소년들 문제를 많이 얘기하는데, 그건 다 어른들의 관심이 부족했거나 아니면 그들의 말을 들어주지 않아서 생긴 문제라고 본다. (중략) 중2는 어른들 생각처럼 사실 그렇게 무서운 아이들이 아니다”고 맺는다.
중2병. 실은 소통하는 법을 몰랐던, 거부했던 이들이 만들어 낸 환상일지도. 2013년 공부에 대한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