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2012 연속기고]⑦ 해법은 여전히 현장에 있다. 현장으로 달려가자 - 뉴스민
뉴스민 로고
무제 문서
뉴스 오피니언 기획/특집 지역광장 사진/영상 주말판 노는날  
 
뉴스홈 > 오피니언 > 기고
뉴스관리툴 2013년01월01일 12시44분    
글자크기 글자크기 크게 글자크기 작게 기사내용 이메일보내기 뉴스프린트하기 뉴스스크랩하기

[아듀2012 연속기고]⑦ 해법은 여전히 현장에 있다. 현장으로 달려가자
파수꾼으로 보낸 지난 한해를 돌아보며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apsan@kfem.or.kr

수많은 분쟁의 현장들에서 

지난 한해는 참 많은 일이 일어났다. 낙동강 녹조대란,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말해주듯, 지난 한해는 지난 2년간 졸속으로 진행된 4대강사업이 마무리된 해라, 예상대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난 한해였다. 그러나 그 규모나 내용 면에서 환경단체 활동가인 나 자신도 놀랄 정도로 상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들이었다.   

 

‘녹조라떼’, ‘녹조곤죽’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녹조대란 사태와 4대강 보 누수 및 붕괴 우려 사태 그리고 26미터짜리 협곡(함안보)을 만든 강바닥 세굴현상 또, 보로 막힌 낙동강 본류의 강물이 빠지지 않아 지천의 제방이 붕괴하면서 일어나는 신종 홍수피해들, 페놀사태 때도 일어나지 않았던 낙동강 물고기떼죽음 현상, 생태공원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심은 나무 대부분이 고사해 사막공원이 된 생태공원들, 대구 취수원 위로 자전거도로 건설하는 기막힌 사태까지.

이 모든 사건이 지난 한해 낙동강에서 일어났다. 한 건 한 건이, 정권에 장악된 공중파 방송을 통해 잘 보도가 되지 않아 그렇지, 그 문제들은 아주 심각한 것이었다.

어디 그것뿐인가? 청도 각북면 삼평리의 송전탑 건설을 저지하려는 청도 할머니들의 투쟁 현장과 구미공단의 불산가스 유출로 말미암아 하루아침에 난민 신세로 전락한 구미 봉산리와 임천리 주민들의 투쟁 현장. 그리고 영주댐과 영양댐으로 인해 고향 땅이 수몰될 위기에 처한 주민들의 투쟁 현장 등등에 함께했던 일들 하며, 거의 한 달을 멀다하고 터진 이들 환경 사건 때문에 지난 한해는 사무실보다는 바깥에서 보낸 시간이 더 많았다.

그 분쟁의 현장에 누구보다 먼저 달려가 상황을 파악하고, 언론에 전하고, 주민들과 연대하는 일이 우리의 일이었다. 그러므로 주도면밀한 관찰자가 되어야 했고, 주민들에게는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해야 했으며, 언론에게는 충실한 안내자의 역할 또한 겸해야 했다. 말하자면 현장의 파수꾼 역할이 우리의 몫이다.

충실한 파수꾼의 역할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잠입자>를 보면, 극 중 주인공은 누구나 함부로 접근 불가한 ‘그곳’으로 사람들을 인도하는 안내인으로 나온다. 그의 안내를 받아야 사람들은 미지의 ‘그곳’에 도달한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에게는 극도의 긴장과 고뇌가 묻어있다. 그렇지만 그는 거의 종교적 신념마저 느끼게 할 정도로 그 일에 충실했고, 그런 주인공이 모습이 아직도 기억 한편에 남아있다.

지난 한해를 뒤돌아보는 이 시간, 이 영화가 갑자기 생각난 것은 극 중 주인공처럼 어쩌면 우리 또한 지난 한해를 그런 안내자의 역할로 살아온 것 같아서다. 현장에서의 팽팽한 긴장과 고민 속에서 보낸 지난 시절이기에 말이다. ‘천주교 대구 정의평화위원회’의 생태분과의 한 멤버이기도 하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마치 종교적 신념과도 같은 무언가의 끌림이 있었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든다. 그것은 다른 말로 저 자연과 나를 다른 별개의 존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나와의 관계 속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생태적 감수성의 발로 같은 것일 터이다.  

그러므로 합법이란 이름으로 국가가 저지르는 이 말도 안 되는 폭력 앞에 죽어가는 강과 그 안의 뭇 생명들과 쓰러진 사람들과 죽어간 사람들. 그 숱한 생명들의 명멸을 보아왔기 때문에 더욱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런 극도의 긴장감이 나를 헤친 것일까? 지난해 초엔 “아무리 해도 안 된다, 어쩔 수 없다”는 엄청난 심리적 좌절로 한때 꽤 고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초여름부터 강에서 일어난 그 상전벽해의 변화는 나를 다시 일어나게 했고, 또다시 충실한? 안내자의 역할을 돌아오게 했다. 그렇게 해서 낙동강으로, 청도 송전탑 현장으로, 구미 불산의 현장으로, 내성천으로 다시 달려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리라.

해법은 여전히 현장에 있다

그렇다. 충실한 안내자 겸 감시자로 나는 지난 몇 년간을 그렇게 살아온 것이다. 그것은 아무리 불합리와 비이성이 판을 치는 사회지만, 어떠한 일이든 누군가는 지켜보고 있다는, 반드시 지켜보는 눈이 있다는 것을 바로 저들에게 상기시켜 주기 위함에서였다.  

그리고 그런 역할이 어느 정도 성과를 낸 것도 사실이다. 묻힐 뻔했던 사건들이, 세상의 무관심과 냉소로 가려져 있었던 사건들이 세상으로 드러나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닦기도 했기 때문에 말이다.

그렇다. 이처럼 모든 분야에는 충실한 감시자들이 꼭 필요하다. 그런 건전한 감시와 비판기능이 주어져야 그 사회가 더 건강하고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이명박 정부 5년간은 그런 비판의 기능이 완전히 제약된 시간이었다.

그러므로 새로운 정부도 들어섰으니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 시민사회도 감시와 비판의 순기능을 이제 다시 회복해야 할 때다. 더는 침잠하지 말고, 모든 분야에서 충실한 감시자로서의 위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시민운동은 “시민을 계도하려 하기보다는, 시민의 아픔을 함께 대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래서 현장이 중요하다. 분쟁이 있고, 우리의 미력한 힘이지만 도움이 필요한 현장으로 달려가야 한다. 달려가서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그 아픔을 세상에 전하는 역할이라도 해야 한다. 현장의 시민을 만나야 한다. 그 만남으로 그 시민부터 변해야 이 사회가 바뀐다. 바뀐 시민이 이 사회의 주체로 우뚝 서게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시민운동이 아닌가.

바로 그런 충실한 안내자와 감시자들이 많아질 때 우리 사회는 그만큼 더 건강해지고, 더 안전한 사회로 나갈 것이다. 그러니 다시 활력을 되찾고 신년에는 새로운 시민들을 위해서 더욱 파이팅할 일이다. 그렇다. 다시 달려가자. 현장으로!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 생태보존국장

정수근(대구환경운동연합) apsan@kfem.or.kr

ⓒ 뉴스민 (http://www.newsmi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보도자료 newsmin@newsmin.co.kr

 
[아듀2012 연속기고]② 발레오만도, 민주노조로 희망을 만들자
[아듀2012 연속기고]① KEC지회에 ‘포기’란 없다.
[아듀2012 연속기고]⑤상신브레이크 해고자 이야기
[아듀2012 연속기고]④ 학교급식 노동자의 승리, 그리고...
[아듀2012 연속기고]③ 벼랑 끝의 시간강사
[아듀2012 연속기고]⑥탈핵기본법 제정으로 국민의 힘 모아야!
뉴스스크랩하기
이기자의 다른뉴스보기
기고섹션 목록으로

이름 비밀번호
 85892526  입력
다음기사 : 현대차 정규직노조 문용문 지부장께 (2013-01-08 16:16:50)
이전기사 : [아듀2012 연속기고]⑥탈핵기본법 제정으로 국민의 힘 모아야! (2013-01-01 01:53:54)
많이 본 기사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최근 기사
열악한 대구 시민 복지…”복지기준선 필요...
낙동강, 맹꽁이 사라지고 큰빗이끼벌레만
청도 송전탑 공사 강행 1년, 피해 주민 “...
중구청, 대구 지자체 중 비정규직 비율 1위
국가는 유령이다: ‘유일자(唯一者)’ 막스...
“학교 급식인원 감소 예상된다”며 조리원...
민주노총 대구본부, ’10월 항쟁’ 답사 진...
삼평리 주민과 연대자, 송전탑 넘는 넝쿨이...
노조탄압 논란 ㈜오토..."시급 5,270원 알...
그리스에 대해 프랑스인들이 보여주는 열정...
뉴스민 하단메뉴
하단구분바

사단법인 뉴스민 | 등록번호 : 대구 아00095(2012.8.24) | 발행인 : 노태맹 | 편집인 : 천용길
창간일 : 2012.5.1 |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동 72-18 노동복지회관 2층뉴스민
TEL : 070-8830-8187 | FAX : 053)211-4719 | newsmin@newsmin.co.kr

뉴스민RSS정보공유라이선스정보공유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