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심각한 계층 분열을 초래하고 인간의 생존을 위협한다. 지금은,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가 진보할 것이라는 믿음과 분열을 봉합할 것이라는 믿음도 유보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잠시 길을 잃고 망연자실하고 시점이다. 이 상황은 파업농성을 하는 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가 처한 상황과 맞닿아 더욱 절실하다.
영남대 비정규교수는 전체 수업의 46%를 담당하고 있으나 임금은 전체 예산의 1.7%를 차지하고 있다. 이 수치 하나만으로도 대학 내에서 시간강사가 어떤 차별을 감수하고 있는지 설명이 되지만, 임금은 전임교수의 1/10, 연구환경이나 신분보장 문제까지 고려하면 1/20의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말 그대로 승자독식이며 소수에게 집중된 권리와 혜택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불평등을 보인다. 여기에 교과부에서 발의해 2014년 1월 1일부터 시행예정인 유예된 고등교육법(일명 강사법)은 벼랑 끝에 매달려있는 비정규교수들을 벼랑 아래로 떨어뜨리는 의도일 뿐이다.
시간강사 처우개선법으로 시작한 강사법은 사립대학 교원확보율 높여주기법으로 둔갑했다. 평균 4.5시간에 못 미치는 시간강사들의 강의를 선발된 강사에게 몰아줌으로써 대학 내에서 비정규직을 고착화하고 대학원을 고사시킬 것이다. 또한, 그나마 겨우겨우 연명하던 시간강사들을 대량해고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대학선진화라는 명목으로 교과부에서 밀고 나가던 이 법을 대학은 겉으로는 반대, 속으로는 이용하려들 뿐이다.
현재 영남대학교 비정규교수노조의 2012년 임금협상은 학교 측의 1,000원 인상안을 끝으로 답보상태에 있다. 2013년 2월 1일 취임하는 신임총장이 임명되면서 협상의 주체인 현 총장은 아무런 결정권이 없음을 주장하며 무책임한 협상이 되었다. 이 상황에서 우리 노조는 농성과 성적입력거부 투쟁을 시작해서 새해 첫날, 16일째를 맞았다. 노조가 있는 타 대학(대구·경북권에서는 경북대와 대구대)과 점점 격차가 벌어지는 임금과 근로환경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끝까지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대학에서 교육의 주체인 교수는 어떤 신분이든 학생들의 교육에 온 힘을 다한다. 강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는 없다. 그러나 강의실을 나서는 순간에는 엄혹한 차별과 무관심에 시간강사들은 좌절하게 된다. 이 차별, 이 소외감을 대학과 교과부는 애써 외면하고 고착화한다.
기껏 개선안이라고 내놓은 것이 시간강사들을 대량해고하는 강사법이다. 2~3년 전에 우리가 반값등록금을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가? 결국, 의지와 철학의 문제임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교과부에서 요구하는 법정교원확보율만 지켜도 전국의 7만 7천여 시간강사들은 대부분 정규직이 될 수 있다. 이 차별을 넘어서려는 의지를 국가와 대학이 보여야 할 시점에 와있다. 이는 시간강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학생을 포함한 대학 교육 당사자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인 만큼 당사자들과 외부의 관심과 연대가 절실하다.
영남대학교는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다시피 시간강사의 문제를 철학과 의지의 문제로 재인식하고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교과부 역시 시간강사의 처우개선을 진정한 교육 개혁의 관점에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길 바란다. 그 첫걸음은 한국비정규교수노조에서 주장하는 ‘연구강의교수제’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투쟁에 얼마만 한 힘이 결집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우나 이것은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당위와 의무의 문제임을 자각하고 최선을 다해 투쟁할 것이다. 지금의 체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한 세상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 이 준엄한 역사적 사실에 숙연한 사람은 비단 우리만이 아닐 것이라 믿으면서 새해를 기다린다.
김임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영남대분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