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간, 노동자들이 절망으로 숨져가고 있다. 일주일 새 4명이 세상을 등졌다. 한진중공업, 현대중공업, 한국외대의 노동자들. 모두 노동조합 활동을 했던 간부들이다. 정리해고와 노조탄압의 고통을 온몸으로 감당했던 노동자들이 간신히 쥐고 있었던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았다. 나의 동지인 이들, 나와 같은 몸인 ‘노동자’, 우리가 죽어가고 있다.
2012년 전국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들의 한 해는 파란만장했다. 새해 벽두부터 회사가 정리해고 절차를 밟으면서 또 한 번의 전면전이 벌어졌다. 기어코 금속노조의 깃발을 빼앗고 말겠다는 회사의 오기가 부른 대량해고였지만 우리는 승리했다.
정리해고는 2010년부터 노조파괴에 올인했던 KEC자본이 벌인 가장 추악하고 어리석은 꼼수였다. 어용노조를 앞세워 임금 100억을 삭감하고, 금속노조 KEC지회 조합원 75명을 잘라 관리자와 임원의 임금을 인상할 계획이었지만 회사의 기도는 좌절됐다. 오히려 지난 10월 12일 중앙노동위원회는 KEC 정리해고는 부당노동행위임을 인정했다. 노조탄압을 위해 정리해고까지 활용한 몰염치한 기업임이 확인된 것이다.
정리해고 투쟁에서 승리한 우리는 다시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직장폐쇄로 쫓겨난 후 1년 만에 공장으로 복귀한 작년 6월에 이어, 두 번째 귀환이다. 작년 공장복귀 때 우리를 기다린 것은 수없이 되풀이되는 퇴사강요와 징계협박, 인간적 모멸감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승리자가 우리였기 때문이다. 회사는 대표이사부터 현장관리자까지 몸을 사렸다. 임금 100억 삭감에 합의했던 어용노조는 갈팡질팡했다.
회사는 어용노조를 적극 활용하며 KEC지회의 활동은 일일이 제재했다. 복수노조법에 따른 교섭대표노조의 지위를 어용이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사의 이 계획마저 수포로 돌아가는 일이 생기고 말았다. 11월 12일 대법원은 금속노조 KEC지회가 제기한 단체교섭응낙가처분 재항고심에서 KEC지회의 교섭권을 인정하는 최종판결을 내렸던 것이다. ‘아,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구나!’ 이제 KEC지회는 노동조합으로서의 모든 권리를 되찾게 됐다.
2012년 1년 동안 우리는 회사와 수많은 다툼을 했다.
때로는 공문으로, 때로는 소식지로, 때로는 인터넷상의 글들로. 자본의 거짓과 왜곡에 맞서 사실과 진실로 맞붙는 순간들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나와, 우리와 같은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필요한 일임을 알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다. 이제는 어용노조의 조합원들조차도 이렇게 이야기한다.
“어용노조는 믿을 수 없지만 금속노조 KEC지회에서 알아서 회사와 다 싸워 줄 것”이라고. 그 혜택은 어용노조 소속인 자신들에게도 똑같은 돌아갈 것이라고.
참 어이없는 말이고 얄미운 생각이지만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싸워온 결과물이고 우리의 힘이라 자부한다. 그래서 비록 힘들지만 우리는 이 길을 거침없이 당당하게 간다.
지금 또다시 노동자들이 죽어가고 있다. 악랄한 손해배상과 또다시 같은 정권 아래서 5년을 견딜 자신이 없다는 노동자들의 절망이 낳은 죽음들이다.
KEC지회도 156억이라는 어마어마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그러나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KEC 손배소는 그 자체로 부당할 뿐 아니라 또 다른 비밀이 숨겨져 있다. 결국, 자본에 엄청난 부메랑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2013년은 더 힘들고 어려운 한 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또다시 회사와의 싸움을 준비 중이다.
말로는 타협과 대화를 이야기하며 여전히 꼼수와 노조탄압에만 혈안이 된 회사와의 대화는 어렵다.
2012년보다 더 많은 일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길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꼭 이길 것이다. 유예된 승리를 열광적으로 껴안을 2013년이 우리를 기다린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KEC지회 여성부지회장 이미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