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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12월22일 04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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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는날] 사랑예감
타임레터

이영철(화가) grim-s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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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예감

194cm x 97cm(부분), 캔버스에 아크릴 채색. 2012년 작

타임레터

모든 결말은 늘 새로운 시작과 맞물려 있는 것이 순환의 섭리다. 그러나 살다보면 시작이 끝이고, 끝이 곧 시작이라는 대원칙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삶의 매듭 하나하나 마다 우리는 늘 미련과 반성, 희망과 기대를 함께 담아내곤 한다. 한동안 대학 4학년 강의를 자주 담당했었던 나의 연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개강 때의 다짐과는 달리 막상 종강시간이 다가오면, 이미 지나가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졸업 후의 기대와 불안감으로 실기실 분위기는 복잡 미묘하다.
 
이맘때쯤이면 나는 기억지도와 나침반 이야기를 꺼냈다.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자신의 삶에 느낌으로 침전된 것들은 기억 속에 일일이 지도를 그려둘 것, 그리고 그것들을 찾아갈 나침반을 마음 깊이 간직하라고 말했다. 비록 일상의 폭풍우가 삶의 좌표마저 뒤흔들어대는 시기가 오더라도, 정신을 가다듬고 가만히 내려놓기만 하면 변함없이 한 곳을 가리키는 나침반처럼 그림공부를 할 때 처음 세운 목표지점을 잊지 말자는 당부도 빠트리지 않았다.
 
그 다음에 주로 하는 이야기는 연필과 지우개다. 제 몸과 살을 깎아 헌신하거나 타인의 실수를 지우고 고쳐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삶은 그들로부터 배울 일이다. 나아가 쓰레기통에 깎아버린 흑연가루는 쓰레기가 되지만 화면 위에 칠해진 그것은 예술작품이 되는 이치, 즉 쓰임에 따라 엄청나게 달라지는 효용성을 본받자고  말하곤 했다.
 
여기에다 노동과 운동에 대해 덧붙였다. 하나같이 온 몸을 땀 흘려 사용하는 일이지만 노동은 돈을 벌면서도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고, 운동은 돈을 쓰면서도 즐거워하는 것을 봐서는 돈도 따지고 보면 목적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그 가치척도가 전혀 달라짐은 환기시킨 후 궁극적으로는 몸의 정직함에 귀 기울이길 권해왔다. 몸이야말로 주변 환경에 거짓 없이 반응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이 과도하게 그것을 억제하고 통제하려 하기 때문에 많은 불협화음이 발생하곤 하므로 정신을 담는 그릇을 소중하게 대해야한다고 역설했다.
 
마지막으로, 예술가는 미래를 예언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최소한 예측하며 사는 사람이 되어야한다고 톤을 높이곤 했다. 창조적 사고란 새로운 것을 드러내는 것이므로 결국 미래에 대한 비젼을 제시하는 일이다. 그래서 종강시간이 오면 학생들에게 예술가로서 출발선에 선 지점에서 삼 사 년 후의 미래에 걸어가고 있을 자신을 상상하며, 그에게 정중하게 편지를 쓰게 했다. 아주 조금만 앞을 내다보고 늘 앞서가고 있을 또 다른 나에게 지금의 내가 말 걸기를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장차 세상 어느 곳으로 달려가더라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맞물린 자신과 동행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잠시나마 그들의 인생에 끼어든 인연으로 학생들이 쓰고 자신의 미래 어느 지점에서 받아볼 수 있는 주소를 적어 밀봉한 타임레터를 보관했다가 약속한 해가 되면 일제히 우표를 붙여 돌려보내는 일을 맡아왔다. 물론 그 사이 주소지가 바뀌어 반송된 우편물은 꼼꼼하게 수소문해서 나의 시간배달 우체부로서의 소임을 다 하고자 했다. 그래서 한 해의 후반부는 늘 새로운 타임레터를 보관하는 일과 때가 된 편지들을 부치는 일로 바빴었다.
 
그들이 나침반을 잃었는지, 세상 한 곳의 연필과 지우개가 되었는지, 또한 몸과의 대화는 순조로운지는 과거 어느 해 몸도 마음도 추운 겨울 자신이 보낸 편지를 받아든 그들의 기쁨에 찬 메아리를 들어보면 훤히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꽤 오래 계속된 나의 우체부 생활은 한 해의 끝과 새 해의 시작이 맞물릴 때 마다 감동과 그리움으로 나를 들뜨게 했다.
이영철(화가) grim-si@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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