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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12월21일 22시03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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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영혼 없는 정치행보
[18대 대선을 말한다](1) 참정권 확대 뒤로 숨은 야당 지지운동
이승철(노동전선 정책위원장)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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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8%.
누구도 예상 못한 높은 투표율이었다. 야당도 놀랐고, 여당은 더 놀랐다. ‘참정권 확대 운동’은 민주노총이 사활을 걸고 추진했던 대선 핵심 사업이었다. 그 결과 10년의 세월을 거스르는 높은 투표율이 나왔으니, 민주노총 투쟁은 성공한 셈일까. 그런데 왜 아무도 기뻐하지 않을까.
민주노총은 특별한 ‘정치방침’ 없이 이번 대선에 임했다. 대신 ‘참정권 운동’을 핵심으로 삼았다. 총선 뒤 내내 ‘야권연대’의 늪에서 허우적댔던 민주노총이다. 총선 과정에서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당명부 투표 통합진보당 일당 지지’ 방침을 강행해 조직이 토막났다. 이런 상황에서 ‘참정권 운동’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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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투표시간 연장을 목 놓아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사력을 다해 이를 막았다. ‘참정권 확대’는 누가 봐도 ‘문재인 지지’ 전술이었다. 세상이 다 아는데, 민주노총만 부인했다. ‘투표권은 투쟁을 통해 얻은 것’이라며 이수호-권영길만 민주노총 후보라고 강조했다. 대신 ‘진보적 정권교체’라는 이현령비현령으로 대답했다. ‘진보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또 다른 개념어로 대체했다. 누가 ‘진보적’인지 답변도 없었다. 대신 ‘이번 대선에선 노동자 후보가 없다’는 말이 따라붙었다. 자기 조합원이 두 명이나 대선에 출마했지만, 민주노총은 그들을 외면했다. ‘참정권 보장’은 ‘문재인 지지’와 이음동의어다. 결국 ‘진보’는 사라지고 ‘정권교체’만 남았다. 4월 총선 때는 동의여부를 떠나 ‘야권연대’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대선 때는 아예 ‘참정권’ 뒤에 숨어버렸다. 오히려 총선 때보다 솔직하지 못했다.
어찌 보면 예견된 상황이다. 민주노총은 총선 이후 벌어진 진보정치의 수렁 속에서 아무 교훈도 얻지 못했다. 그저 통진당 지지와 지지철회를 우왕좌왕하며 책임을 피하는 데에 집중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총선방침의 핵심 문제점은 ‘야권연대’에 있었다. 노동조합이 노동의제보다 야권연대에 치중했다. 야권연대는 정치공학이다. ‘다수석 확보’를 절대반지처럼 떠받들 뿐이다. 연대의 전제와 노동의 가치는 부차적으로 취급됐다. 민주노총은 야권연대 실현을 위해 주요 노동법 개정요구도 후퇴시켰다. 2011년 민주노총은 민주당이 끝끝내 반대하고 나선 산별교섭 제도화와 손배가압류 제한, 필수유지업무 폐지를 삭제한 법개정안에 동의하고 만다.
하지만 총선 결과는 참혹했다. 주요 요구안까지 정치공학에 양보한 것 치고는 너무 초라했다. 정치에서 ‘노동’은 사라졌다. 더 슬픈 것은 정치판에 ‘노동’을 이야기할 조직된 주체마저 증발한 점이다. 민주노총은 야권연대의 성적표를 받아들고 한 숨만 쉬다가 한 해를 보냈다. ‘총파업을 선언한 것 자체로 성과’라는 총파업 평가가 중집에 제출됐다. 우여곡절 끝에 국회 환노위가 ‘여소야대’로 꾸려졌지만, 노동관련 개혁입법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정치공학은 정당에겐 필요에 따라 취할 수도 있는 전술이지만, 계급대중조직인 민주노총이 취할 태도는 아니다.
‘야권연대’의 본질은 오히려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드러났다. 이수호 선본의 핵심 관계자는 선거 직전인 12월 17일 민주노총을 찾아 “이수호 후보가 투표용지 2번째인 줄 알고 있는 사람이 많다. 지금 이게 제일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만과 오판이다. 오히려 문제는 문재인을 찍은 표가, 이수호로 오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여기에 야권연대의 본질이 있다. 야권연대에 취한 진보는 민주당에 표를 던지지만, 애초부터 ‘진보’가 아니었던 민주당 지지표는 결코 전교조로 오지 않는다. 이수호 후보의 ‘출신’을 문제 삼은 것은 이미 예비경선 때 민주당 내부에서부터 시작되지 않았는가. 야권연대는 민주당에게는 남는 장사지만, 진보진영에게는 이득이 없다. 오직 민주당이 인정하는 범위 내에서만 성공이 가능한 구조다. 이득이 없는 쪽이 적극 나서니, 민주당은 이 상황이 얼마나 신통하고 방통했을까.
민주노총이 아파해야 하는 것은 ‘문재인 낙선’이 아니다. ‘4월 총선에서의 야권 과반의석 확보 실패’도 아니다. 울화가 치밀지만, ‘정권교체 실패’도 아니다. 총선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고, 대선에서도 똑같이 ‘영혼 없는 정치행보’를 이었다는 점이야말로 아파해야 할 핵심이다. |
이승철(노동전선 정책위원장) newsmin@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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