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는 누군가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주요한 일이다. 매일 누구보다 일찍 거리 이곳저곳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청소노동자뿐만 아니라, 대학교, 각급 관공서, 병원 등 곳곳에서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존재한다. 하루라도 이들이 없으면 거리는 쓰레기로 넘쳐나고 대학, 관공서, 병원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지만 이들은 여전히 보이지 않는 사람, 비정규직 노동자로 천시받고 있다.
지난 2012년 한 해 동안 대구경북 지역에는 유난히 청소노동자들이 거리에 서야 하는 사건이 많이 발생했다. 심지어 지난 8일 경북 경산시에서는 노후한 차량으로 쓰레기 매립을 마치고 돌아오던 청소노동자가 노후차량 브레이크 파열로 사망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김은미 산업안전보건연구회 사무국장은 “노후한 차량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이 같은 차량을 방치하게 만든 민간위탁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동구청 관할 환경미화원, 7월에는 북구청 관할 환경미화원 등 구청이 쓰레기 수거 업무를 위탁한 업체의 청소노동자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관할 구청은 “위탁 업무를 준 이상 구청 소관이 아니”라며 발 빼기에 급급했다.
공공기관인 국립대 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21일 경북대병원 청소노동자들은 단체협상을 번복하는 위탁업체에 대항해 파업을 하고 나섰다. 이때도 위탁을 내준 경북대병원은 “도급을 준 상황이라서 도급 업체와 노동조합 간의 단체협상에 관여할 부분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북구청, M사의 사례... 버티고, 징계하기
폐업 처리 할 것이라 으름장 놓고, 실제로 입찰 포기하기까지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가 있지만 결국 한 해 동안 벌어진 일련의 사건 중심에는 공공기간의 청소업무 위탁 시스템이 버티고 있다. 손쉽게 위탁 업무를 줘버린 공공기관은 이후부터 벌어지는 모든 상황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업체는 계약기간 버티기에 들어가거나 문제가 되는 노동자에 징계를 주는 방식으로 무마하려 한다.
올해 벌어진 사건 중 가장 이런 상황을 잘 보여준 사례는 북구청의 위탁업체 M사의 경우다.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북구청과 수의계약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수거, 생활쓰레기 수거 업무를 위탁받았던 M사는 올해 6월 노조가 결성되고 단체교섭 등 성가신 절차를 거치게 되자 “폐업 단계를 밟을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기 시작했다. 당시 이 업체 이사는 <뉴스민>과의 통화에서 “올해 안에 음식물쓰레기 뿐 아니라 생활폐기물 대행업무도 정리할 생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로 지난 8월 M사는 공식적으로 북구청 음식물쓰레기 위탁 입찰을 포기했다. 노조 조합원 대부분이 음식물쓰레기 업무를 하고 있었기에 노조를 와해시키기 위한 꼼수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은 27일 “M산업은 지난 10월 1일자로 생활쓰레기에 근무하는 직원 중 조합원들만 일방적으로 음식물 사업으로 부당인사를 하고 이번 음식물대행입찰에 참가하지 않는 방식으로 실질적으로 조합원들의 일자리를 뺏으려고 하고 있다”며 북구청 앞 천막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M사는 10월 노조 조합원 8명에 대해 정직 및 감봉 등 징계를 내리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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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대구참여연대, 대구지역일반노조, 통합진보당 북구지역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북구청 주민감사청구 청구인 명부를 대구시에 접수했다. | | |
위탁업체, 인건비 착복 의혹 다수 제기돼
문제는 업체와 노동자 간의 다툼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9월 수성구의회 제18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김성년 수성구의원(진보정의당)은 수성구 관할 청소대행 업체 중 한 곳의 임금착복 의혹을 제기했다.
김 의원은 “2009년부터 올해까지 4년간 우리 구가 D업체에 대행용역 계약금으로 지급한 금액은 모두 32억 7,423만원이며, 이 가운데 미화원 인건비는 18억원 가량이 지급되었다. 그런데 미화원들이 실제 받은 임금은 11억 5,000만원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업체의 착복의혹을 제기했다.
이는 북구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대구지역일반노조, 대구참여연대 등은 지난 1일 북구청의 생활폐기물, 음식물쓰레기 수거 업무를 대행하는 M사와 K사가 북구청으로부터 산정 받은 인건비 중 약 4억원을 착복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대구시에 북구청 주민감사를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 1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추진지침’을 북구청이 전혀 지키지 않고 있으며, 그로인해 주민 세금이 낭비되고, 환경미화원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며 주민감사청구 발의 서명 운동에 돌입했고, 2주 만에 서명 운동을 마무리했다.
정부지침 유명무실...
“궁극적으로 공공기관이 직고용해야”
1월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추진지침’은 열악한 환경에 있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의 고용조건과 임금을 안정화하려는 의도가 있었지만 현재로선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30일 M사와 ▲새로운 업체에 조합원 고용승계 ▲업체에 남는 조합원의 신분 보장 ▲징계철회 등에 합의하고 천막농성을 해소한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은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권택흥 대구지역일반노동조합 비정규사업위원장은 “업체와 단협 체결로 모든 문제가 해결됐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며 “북구청이 정부지침을 이행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다”고 강조했다.
권택흥 위원장은 “유급휴일 수당, 연차수당, 상여급 등 정부지침에 명시된 부분에 대해서 북구청이 이행하도록 감시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면서도 “궁극적으로는 공공기관이 직고용해서 비정규직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