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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11월28일 20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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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대학이다]청년네트워크, 생존을 위해 네트워크를 선택하다
[인터뷰] 청년네트워크 김민정, 박성익, 서민정, 이재헌 씨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편집자 주] 일본에 ‘시부야대학’이라는 것이 있다. 시부야대학은 ‘노는 것이 가장 즐거운 도시는 배우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도시가 된다’는 슬로건을 기본으로 2006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캠퍼스가 없는 대신 시부야대학에서는 지역주민 누구나 학생이 될 수 있고 선생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흥미로운 콘텐츠는 모두 교육의 대상이 되고 수업의 재료가 된다. 시부야대학을 대구에도 만들어보고자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네트워크기획 아울러의 링커 박성익 씨를 비롯한 청년들은 시부야대학의 학장 사교 야스아키를 초청해 시부야대학의 이야기를 지역 청년들과 공유하고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뉴스민>은 세 차례에 걸쳐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기고]시부야대학을 아시나요?
(2)지역주민이 학생이 되고 선생이 되는 시부야대학

(3)청년네트워크, 생존을 위해 네트워크를 선택하다

“최초는 추석 뒤풀이 파티 하면서 시작됐어요”
“일단 포럼 뒤풀이 파티 일정부터 잡자”

가라사대, 처음과 끝에 파티가 있으라. 김민정(26, 여), 박성익(27, 남), 서민정(27, 여), 이재헌(31, 남) 씨가 경북대학교 북문에 있는 한 음식점에 모여 앉았다. 이들은 지난 9일 일본 시부야대학 학장 사교 야스아키 씨를 초청해 ‘유쾌한 잉여’라는 슬로건으로 청년포럼을 진행한 청년네트워크(가)의 구성원이다.

이후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이들이 가장 먼저 계획한 일정은 뒤풀이 파티. 청년포럼에 참여했던 이들을 묶어내고, 그들과의 만남을 이어나가는데 파티만한 것은 없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생각이었다. 물론 포럼에 대한 반성과 평가는 냉정하게 해야 한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포럼에 참여한 사람들을 유기적으로 엮어내는 데는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결국. 다시 파티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어렵게 다가가면 호응을 얻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이들다운 결정이었다.

각자 정치(김민정), 네트워크 기획(박성익), 문화예술(서민정), 공정여행(이재헌)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은 재미있는 연대와 새로운 창조에 공감하며 함께 하고 있다. 회의에 열중인 그들을 찾아가 이야기를 들어봤다.

▲ 이재헌, 서민정, 김민정, 박성익 씨(왼쪽부터)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생존을 위한 네트워킹

박성익 : 청년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씨즈’라는 단체에서 지난여름 ‘2012 시커스(Seekers)’라고 외국의 사회적기업 혁신모델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그때 저희 ‘아울러’가 시부야대학을 방문하게 됐어요. 돌아와서 포럼을 다섯 차례 열어야 했는데 시부야대학 학장을 초청해 지역의 다른 청년들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추석 뒤풀이 파티할 때 처음 제안을 했어요.

김민정 : 처음 성익에게 제안을 받았을 때 좋다는 생각을 했어요. 대구에는 너무 많은 NGO가 있는데 이 사람들이 서로 잘 모른다는게 문제라고 생각했거든요. 이들을 네트워킹하는 작업을 했으면 했어요. 기획에 들어가면서 마음에 들었던건 성익이 말한 ‘생존을 위한 네트워킹’이라는 거였어요. 그게 너무 와 닿았어요. 내가 여기에서 발을 빼지 않고 대구에서 산다면 크게 돈을 벌지 못할 거라는 건 인정하고 가야 하겠더라구요. 그렇다면 우리끼리 느슨하든 촘촘하든 네트워크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 생각했어요.

이재헌 : 대구에서 활동하면서 생존하는 방법을 모색해보자는 말이 일단 마음에 들었어요. 무엇보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일이 대구의 사람을 알리는 여행을 만드는 것이니까요. 그러려면 사람을 모으고 사람을 알아야 할 것 아니에요. 그런 취지에서 시부야대학 그 자체에 매력을 느끼게 됐어요.

서민정 : 일단은 시부야대학이 마음에 들었어요. 하지만 그보다 모두 그럴 테지만 생존을 위해서 끈끈한 뭔가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너무 따로 놀고 있으니까... 이번 기회에 좋은 사례를 같이 보면서 공감하는 부분이 있으면 뭔가 같이 할 수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 했죠. 다 다른 분야잖아요. 이렇게 같이 만나면 더 재미있는게 나오고 하니까 참여하게 됐죠.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 이들이 청년네트워크라는 지붕 아래 모이게 된 이유였다. 생존을 철저히 ‘개인’에게 일임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이들은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를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들이 하는 일이 무엇이기에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가 필요한 걸까.

김민정-사사로운 보통 날
돈은 안되지만 내가 즐거워 죽겠는 사사로운 작당

김민정 : 정치를 공부하는 휴학생이에요. 지금은 문재인 캠프에 있어요. 대선 끝나고 별일 없으면 복학을 할 거에요. 선거캠프에 있긴 하지만 원래 올해 가장 하고 싶은건 서울 홍대의 ‘유어마인드’라는 유명한 독립출판 서점에서 하는 ‘우리 모두의 책 읽는 시간’이란 걸 대구에서 해보고 싶었어요. 

‘우리 모두의 책 읽는 시간’은 일종의 낭독회인데요. 책 읽어주는 남자 같은 거예요. 에세이를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됐는데, 프랑스 셰익스피어 서점에서는 낭독회도 많이 하잖아요. 유어마인드에서는 인디밴드, 소설가, 일러스트 등 예술가들이 낭송자가 된데요. 그들이 책을 선정해서 노래와 함께 읽든, 시와 함께 읽든, 자유형식으로 15~20분 정도 책을 읽어주는 거죠. 제가 책을 좋아해서 대구에서도 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너무 없어서 내년으로 미루게 됐어요.

지금까지 했던 일도 보면 소소한 작당들을 만들고 있는데요. ‘사사로운 보통 날’이라는 타이틀로 돈 안되는 일을 하고 있어요. 네트워크 파티를 두 번 했었는데, 나를 중심으로 아는 사람을 모으면 본인들끼리 서로 연계하고 짝짜꿍이 맞아서 기획을 하기도 하더라구요. 그런 파티를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하는게 바람이고, 12월 초에는 카페를 대관해서 ‘밤새는 금요일’이란 프로그램도 진행할 거예요. 이런 식으로 소소하게 모이고, 네트워크하고, 같은 취향을 찾는 것. 정말 돈 안되는데 내가 즐거워 죽겠는 사사로운 작당들. 그런 것들을 계속하고 싶어요.

이재헌-핫트레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공정여행

이재헌 : 천문대기학으로 박사과정을 5년째 하고 있어요. 5년째 박사과정을 밟으며 유학도 준비했는데 그게 내 길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길을 찾기 시작했죠. 물리치료와 여행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느 날 학교 홈페이지에 ‘핫트레블’이라는 벤처를 준비하는데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는 공지를 보고 ‘이거다’ 싶었죠.

핫트레블은 노동부가 주최한 창조캠퍼스라는 대학생 벤처 콘테스트에서 공정여행을 테마로 선정된 대학생 벤처에요. 지난 3월부터 11월까지 정부 예산을 받아서 활동을 했구요. 이제 곧 있으면 벤처 콘테스트가 종료돼요. 함께 했던 멤버들도 다 떠났구요. 지금은 정산 작업을 하고 있는데 끝나면 내가 하고 싶은 여행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싶어요.

공정여행이란게 청년들에겐 너무 흔한 주제라서, 지역별로 많이들 시작은 하는데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어요. 기존의 규모가 큰 공정여행사도 해외여행은 사업이 되는데 국내는 잘 안되죠. 국내는 본인들이 정보를 찾아서 갈 수 있으니까요. 핫트레블은 컨셉이 대구에서 여행 상품을 개발해서 대구 이미지를 바꾸고, 대구를 알려서 도움이 되도록 하는 거였어요. 지난 1년 동안 대구올레길을 만든 녹색소비자연대에서 공부도 하고,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올레길 걷기, 골목투어, 아동복지센터 아이들과 소풍가기 같은 프로그램을 진행했었죠.

지금 관심 있는 프로그램은 기존의 골목투어가 아니라 골목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골목투어예요. 사람의 이야기를 골목에서 들어보면 어떨까 하는거죠. 대전의 대흥동 활성화 사업이라고 있는데 거기에 ‘공감만세’라는 사회적기업이 개발한 공정여행의 컨셉이죠. ‘대구에 오면 대구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이것이 컨셉이고 관심 있는 사람을 모으는 것부터 해서 고민하고 있는 중이에요. 우리 지역에서 여행해볼 만한 플랫폼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서민정-모디락(樂)
대구에 예술의 옷을 입히고 싶어

서민정 : 모디락은 문화예술기획을 하고 있어요. 원래는 문화예술 소논문 공모전 준비를 하면서 기획한 아이디어인데 공모전에 응모하면 아이디어가 넘어가게 되는거니까. 이러지 말고 직접 해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어요. 

모디락이 지향하는 건 공동체를 만들거나 지역이 발전하는데 문화예술의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하는 거예요. 또 그런 일이 경제적으로도 괜찮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하구요. 예를 들면 대구에도 미트패킹 디스트릭트 같은 문화거리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원래 도살장, 축산 가공 공장이 모여 있는 지역이었는데 예술가들이 찾아서 죽어있는 거리가 예술의 옷을 입은 관광지가 되었죠. 그렇게 되면 예술하는 사람들이 예술을 통해 사회적으로 환원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도 경북대 대학로 거리에 문화거리 조성 사업을 준비 중이에요. 카페든, 술집이든 공간 운영하는 분들이랑 이야기도 잘돼서 겨울에는 카페 투어 콘서트나 뮤직데이라고 음악 공연하는 공간을 모아내는 기획도 준비 중이에요. 문화공간을 잘 살려내면 영업하는 분들한테도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걸 보여줘야 문화거리 조성도 수월해질 거고, 지역발전도 될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미술학과를 나왔고, 경북대 북문에서 공간 'at' 이라는 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해봤기 때문에 예술하는 분들의 어려움을 잘 이해한다고 생각해요. 처음 이런 일을 시작하게 된 것도 예술하는 분들이 열악한 환경에 있는걸 봐왔기 때문이기도 하구요. 기획자에게 맞춰서 예술을 해야 하고, 돈 안되는 것은 기획조차 안되고... 그렇다고 제가 그렇게 정의감에 불타서 그러는 건 아니구요. 같은 예술을 해봤으니까 그분들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를 잘 헤아려서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박성익-아울러
사람이 가장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 순간은?

박성익 : 여행을 갔다가 한 여행가에게서 <나는 런던에서 사람책을 읽는다>는 책을 추천받았어요. 런던에서 이뤄지고 있는 사람도서관에 관한 이야기였죠. 저자는 미혼모, 장애인, 성 소수자 등 평소에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사람책으로 섭외하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공유해서 사회의 오해나 편견을 줄이자는 취지로 사람도서관을 시작했다고 했어요. 책을 읽고 사람도서관이면 지금껏 내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한 것들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아울러를 시작하게 됐어요.

정말 자주 하는 이야긴데 한 사회학자가 ‘사람은 언제 가장 창의적인 발상을 하는가?’에 대해서 연구를 했다고 해요. 맛있는 것을 먹을 때, 잠자리에 들 때, 여행을 갔을 때 등 다양한 사례를 연구했는데 ‘나와 전혀 다른 영역의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때’ 사람은 가장 창의적이라는 실험 결과가 나왔데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또 다른 자극과 동기를 전해주는 것이 바로 사람도서관의 꿈이에요.

대구가 참 ‘보수적인 도시’, ‘죽어있는 도시’라는 말을 많이 듣잖아요. 그런데 지난 1년 동안 대구에서 발품 팔며 다양한 사람을 찾고 만나 보니 대구에도 충분히 많은 사람이 자신만의 꿈과 비전을 두고 활동하고 있었어요. 단지 이들이 함께 모일 방법이 없었을 뿐이었던 거죠.

변화를 생각할 때 우리는 항상 혁신, 새로운 커리큘럼, 많은 자본투입 등을 생각하죠. 하지만 짧은 시간 사업을 운영하면서 느낀 건 그런 것들도 중요하지만 주변에 있는 자원과 이야기들을 이끌어내는 것만으로도 많은 다수가 만족할 수 있고, 이미 존재하는 주변의 역량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조금은 느리고 어설픈 방식이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목소리를 내고 관계를 지속해가며 여기 살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다면 충분히 대구도 살기 좋은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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