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진보정치의 기수를 자처하는 두 후보가 동시에 대구를 찾았다. 진보정의당 심상정 후보,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가 그 주인공. 불과 얼마 전까지 한 배를 탔지만, 지금은 악수조차 하지 않는 관계가 됐다. 이날 두 후보의 행보 속에서 두 정당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했다.
주요 정책은 큰 차이 없어...
개혁진영 후보와 '진보적 정권교체' 자리 놓고 각축
두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제출한 정책은 큰 차이점이 없다. 공통적으로 ▲노동 3권 보장 ▲대학통합네트워크 구축 ▲부자증세를 통한 경제민주화 ▲탈핵 ▲한반도 평화통일 ▲여성차별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식량주권 확보 ▲무상의료를 내걸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제출하지 않은 공약이 있을 순 있어도 전체적인 입장에서는 차이가 없다.
두 후보 모두 반MB, 반새누리당이라는 큰 기조 안에서 야권연대 전술에 동의하고 있다. 통진당 사태 이후에도 이정희, 심상정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5%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현재 이들의 지지율이 1% 미만을 기록하는 것은 선거를 끝까지 치를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개혁진영으로 표현되는 문재인(민주통합당), 안철수(무소속) 후보와 진보정당과의 정책적 변별점도 이전보다 흐려졌다. 때문에 심-이 사이의 신경전은 문-안 단일화 사이에서 ‘진보적 정권교체’의 한 축을 누가 담당할 것이냐를 두고 각축을 벌이는 형세다.
차이는 두 후보가 대구에서 찾은 방문지와 발언에서 드러났다.
 |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왼쪽)과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선후보(오른쪽) | | |
대구를 먼저 찾은 심상정 후보는 오후 1시 15분 동대구역 귀빈실에서 기자간담회로 일정을 시작했다. 이후 노동자자주관리기업인 달구벌버스, 대구지하철노조, 노마어린이집 방문, 체인지대구가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후 진보정의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했다.
이정희 후보는 오후 4시 30분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서 대구경북선거대책본부 발족 기자회견을 진행한 후 49인혁당 희생자들의 묘소가 있는 경북 칠곡 현대공원을 찾았다. 이후 선대본 발족식에 참석했다.
두 후보 모두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한 반 새누리당 전선에 있어서인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비판했다. 하지만 그 비판의 강도는 달랐다. 이정희 후보가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유신시대 회귀’로 표현하며 국가보안법 폐지와 분단 문제 해결을 강조한 반면, 심상정 후보는 “대구경북지역의 1당 독점은 정치제도의 문제”라며 정치제도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통진당 사태 이후 이정희 후보가 언론과 야권 진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현실과 관계가 깊다. (얼마전 영화 <남영동1985> vip 시시회에서 야권후보들이 함께 포토타임을 가질 때 이정희 후보는 빠진 사진이 화제가 됐다. 이정희 후보가 왕따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이정희 후보가 “어렵지만 주눅 들지 않겠다”는 입장인 반면, 심상정 후보는 야권연대의 파트너로서 통진당 보다 우위에 서겠다는 입장이다.
이정희 “진정당은 실패할 것” vs 심상정 “진보정치 치부 도려냈다”
 |
▲ 이정희 후보 대구시당 선거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당원들의 카드 섹션(위), 진보정의당 대구시당 창당대회에서 심상정 후보(아래) | | |
서로에 대한 신경전도 진행됐다. 같은 날 같은 시각에 창당대회와 선대본발족식이 예정된 것만으로도 신경전은 예상됐다.
이정희 후보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진보정의당에 대한 입장을 드러냈다. 최근 통진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을 수사중인 검찰이 관련자들에게 구속 영장을 청구하자 비판의 날은 더 날카로워졌다. 이정희 후보는 “6개월 간 국민들에게 많은 실망과 어려움을 드렸던 사태가 비례후보 가운데 문제를 만든 오옥만, 이영희 후보가 가장 큰 조직적 부정행위로 구속되었다는 사실로 사건의 전말은 드러났다”며 “진실에 기반하지 않은 진보정치는 없다. 탈당은 실패로 귀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보정의당은 무관심한 듯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은 채 통진당에 대한 우회적 입장을 지속적으로 드러냈다. 심상정 후보는 “(통진당 사태로) 국민들이 진보정치에 화가 많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고, 창당대회에 참석한 조준호 공동대표는 “진보정치의 치부를 도려냈다. 이제 새롭게 진보정치를 시작해 나가자”고 말해 통합진보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노동자독자후보에 대한 입장차... 선거 전술 차이?
최근 ‘완주하는 노동자독자후보’를 표방하며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활동가 모임(변혁모임)’에서 선출한 김소연 후보를 바라보는 시각에서도 차이를 드러냈다.
이정희 후보는 자세를 낮췄고, 심상정 후보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했다.
 |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 대구경북선거대책본부 발족식 참가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 |
 |
▲진보정의당 대구시당 창당대회 참석자들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 | |
이정희 후보는 “후보를 낸 분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그동안 쌍용차를 비롯해서 통합진보당이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출마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분들의 이야기가 곧 통합진보당이 풀고 싶은 이야기다. 해결하는 데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후보의 김소연 후보에 대한 입장은 노동현장의 기반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날 이정희 후보는 학교비정규직 노동자의 파업을 언급하며 “노동자를 박수부대로 만들지 않겠다. 여성의 권리는 스스로 투쟁하는 이들이 제일 잘 해결해 나가는 것”이라며 노동자 투쟁을 강조했다. 더불어 3개월 째 이어진 경산환경 청소노동자의 투쟁, 대구 북구 청소환경노동자 투쟁, 상신브레이크 해고자 복직투쟁 등 지역 노동현안 문제를 언급했다. 지역의 핵심 정책은 “노동탄압 문제 해결”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반면, 심상정 후보는 “(김소연 후보 출마는)진보정당이 노동을 대표하지 못한 것 때문이다. 그 가운데 여러 노력중 하나다. 여러 노력들이 이루어져도 진보정치 없이는 부족하다. 대선 이후 실천 속에서 진보정치로 결집하길 바란다”며 김소연 후보 쪽에 비관적 입장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