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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11월12일 18시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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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대학이다]지역주민이 학생이 되고 선생이 되는 시부야대학
대구 찾은 시부야대학 학장,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 주는 곳"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편집자 주] 일본에 ‘시부야대학’이라는 것이 있다. 시부야대학은 ‘노는 것이 가장 즐거운 도시는 배우는 것이 가장 재미있는 도시가 된다’는 슬로건을 기본으로 2006년 일본에서 만들어졌다. 캠퍼스가 없는 대신 시부야대학에서는 지역주민 누구나 학생이 될 수 있고 선생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흥미로운 콘텐츠는 모두 교육의 대상이 되고 수업의 재료가 된다. 시부야대학을 대구에도 만들어보고자 시도하는 이들이 있다. 네트워크기획 아울러의 링커 박성익 씨를 비롯한 청년들은 시부야대학의 학장 사교 야스아키를 초청해 시부야대학의 이야기를 지역 청년들과 공유하고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화두를 던지고자 한다. <뉴스민>은 세 차례에 걸쳐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한다.

(1)[기고]시부야대학을 아시나요?
(2)지역주민이 학생이 되고 선생이 되는 시부야대학

“보통 대학은 빨리 졸업하면 모범생이라고 하겠지만 저희 학교에서는 졸업을 하지 않는 학생이 모범생입니다. 5년, 10년, 30년 학교를 다니다가 나중에는 손자의 손을 잡고 다닐 수 있는 대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 9일 시부야대학 학장 사교 야스아키 씨가 대구를 찾았다. 사교 씨가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시부야대학 학장, 사교 야스아키 대구 찾아
박성익, “우리 스스로 또 다른 대안을 만들어보고파”

일본 도쿄의 중앙부에 위치한 인구 20만의 시부야구에는 일본에서 가장 큰 캠퍼스를 가진 대학이 있다. “마을이 대학이다”는 슬로건으로 2006년 9월 설립된 시부야대학은 마을 전체가 캠퍼스다. 시부야대학에서는 누구나 선생이 될 수 있고, 학생도 될 수 있다. 시부야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게이샤도, 요리사도, 집에서 홀로 로봇을 연구하는 연구가도 선생이 될 수 있다.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을 다니던 사교 야스아키(33살, 남) 씨는 2005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006년 ‘마을을 캠퍼스로’라는 컨셉으로 시부야대학을 설립했다. 그는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시부야대학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설명하려면 2시간을 더 이야기해도 부족하다”며 “간단하게 설명하면 공공 영역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공공영역과 기업이 잘 융합된 유럽과 미국의 NPO(비영리민간단체) 사례를 보면서 설레었고, 그것을 일본에 도입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사교 야스아키씨가 대구를 방문했다. 지난여름 시부야대학을 방문한 한국의 청년 활동가들이 시부야대학의 이야기를 다른 청년들과 공유하기 위해 사교 씨를 초청했다. 사교 씨는 9일 대구를 시작으로 부산, 서울, 인천을 거쳐 시부야로 돌아간다.

대구를 방문한 사교 씨는 저녁 7시부터 2시간 30분가량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서 강연과 토크쇼를 진행했다. 이날 행사장에는 2,30대 청년 60여명이 참석해 시부야대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구에서 이번 행사를 기획한 대구청년네트워크(가칭)의 박성익(27살, 네트워크 기획 아울러) 씨는 “지난여름 일본 탐방을 마치고 나서 대구에서도 이러한 다양한 시도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서로 연대를 통해 좋은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 볼 순 없을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며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탐방에서 받았던 많은 느낌과 생각이 단순히 방문했던 몇몇 사람들의 머릿속 지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며 “이를 통해 어설프더라도 우리들 스스로 또 다른 대안을 만들어가는 시작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대구청년네트워크는 아울러, 핫트레블, 모디락 등 새로운 공동체 연대를 모색하는 대구지역 청년 활동가 단체들이 함께하고 있다.

▲ 행사장에는 대구 지역 2,30대 60여명이 참석해 시부야대학에 대해 사교 씨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시부야대학,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곳”
“일본 2,30대, 돈, 성공 보다 보람, 행복 찾아 변하고 있어”
 
2시간 30분가량 진행된 강연과 토크쇼에서 사교 씨는 “시부야대학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수업을 통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한 차례 진행되는 수업을 통해 선생님을 만난 후에도 선생님은 계속해서 시부야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시 찾아가 만날 수 있다”며 시부야대학의 기본 정신을 설명했다.

이어, “시부야대학의 주요활동은 매월 적어도 10가지의 새로운 강좌를 진행하는 것”이라며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진행한 수업은 모두 814강좌이고, 강의한 선생님은 742명이다. 선생님은 대부분 마을 주민들이고 수업은 시부야 안에 있는 카페나 영화관, 레스토랑 등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시부야대학은 특별하게 캠퍼스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부야 안에서 강의실로 활용할 수 있는 곳을 발굴해야 한다. 지금까지 그가 발굴한 강의 장소는 250곳이 넘는다.

모든 수업은 시부야대학 홈페이지 회원으로 가입하면 누구나 무료로 들을 수 있다. 지금까지 시부야대학 회원은 약 1만 6천명. 그 중 2,30대가 80%다. 이처럼 2,30대가 많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사교 씨는 최근 일본 청년 세대가 예전처럼 돈을 많이 버는 직장보다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그는 “2,30대 중에서도 학생보다는 직장인이 많다. 요즘 일본 청년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다. 스스로 해답을 찾아 움직이고 있다”며 “성공, 행복은 누가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하는 것이다. 다양한 사람을 시부야대학에서 만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익히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되었다”고 말했다.

시부야대학은 수업 뿐만 아니라 수업을 통한 새로운 공동체, 지역민간의 연대를 구현해내고 있다. 사교 씨는 “단적인 수업에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수업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동아리를 만들고, 연대를 이어간다”며 “400명 정도의 사람들이 합창 동아리를 만들어 공연을 이어가고, 6,70대 노인들과 2,30대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계기를 만들기도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 결정 믿고 나아가는 결단이 중요해”

행사를 마무리하며 한국의 20대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사교 씨는 “‘판단’과 ‘결단’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다. 판단은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그것이 지금에도 맞는지 안맞는지를 결정하는 것이고, 결단은 과거를 거슬러 봐도 무엇이 맞는지 알 수 없는 것을 결정하고 믿고 나아가는 것”이라며 “우리는 인생에서 선택의 순간이 오면 판단을 하고 싶어한다. 이 판단이 어떤 이점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평가할지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저는 자기가 한 결정을 믿고 나아가는 결단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날 강연에 참석한 대구 지역 2,30대는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는 듯 눈을 반짝이며, 사교 씨에게 쉼 없이 질문을 이어갔다.

취업에 대한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한국의 2,30대와 다르게 일본의 2,30대가 시부야대학을 통해 자기 만족을 찾아갈 수 있는 이유를 질문 한 양은진(23살)씨는 “가까운 일본에 이렇듯 생각의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환경이 있다는 것에 부러움을 느꼈다”며 “대구에도 이런 환경이 생긴다면 참여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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