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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11월10일 01시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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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시 청소환경미화원은 왜 죽어야했나
경산시, 업체에 책임전가...노후차량 운행하게 한 민간위탁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사진 제공: 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지부]

8일 오전 8시 20분께 경산시의 쓰레기수거업무를 하던 故 김상목(46세)씨가 사망했다. 그는 경산시 남산쓰레기 매립장에 수거한 쓰레기를 비우고 매립장을 나오는 길에 봉변을 당했다. 고인은 현재 경산시 옥산장례식장에 안치돼 있다.

▲경산시 남산면 쓰레기매립장 도로. 차량 탑 부분이 앞으로 무너져 내렸다. [사진 제공: 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지부]

차량이 완전히 부서지지도 않았는데 그는 왜 사망에 이르렀을까. <뉴스민>은 김 씨의 사망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그의 작업 경로를 추적했다.

사고 현장에 스키드마크 전혀 없어...
예비차량 운전자는 배터랑 운전자가 맡아

▲사고가 일어난 도로는 급경사와 급커브 지역으로 늘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다.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은 노후차량 교체를 요구해왔다. [사진 제공: 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지부]

김 씨는 경산시 쓰레기수거업무를 대행하는 5개 민간위탁업체 중 하나인 ㈜경산환경에서 승차원 및 예비기사로 근무하고 있었다. 경사로를 내려오던 중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왼쪽 가드레일에 한 번 부딪혔다. 다시 반대편 가드레일에 부딪혔다. 그리고 화물차의 탑 부분이 앞으로 넘어지면서 유리창 밖으로 튕겨져 나온 후 화물차 바퀴에 깔리면서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현장은 경사가 심했고, 커브길이 구비쳐 있었다. 그가 차량을 가드레일 양옆으로 부딪힌 것은 브레이크가 말을 듣지 않아 속도를 줄이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사고 현장은 브레이크가 흔적을 남기는 스키드마크가 전혀 없었다.

졸음운전으로 원인을 추정하기는 힘들었다. 매립장을 벗어나 1km도 되지 않는 거리에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과속으로 보는 것 또한 힘들었다. 복수의 환경미화원은 “경사가 심한 길이라 기어도 2단 이상 올리지 못한다.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내려가는 곳이다. 더군다나 1차 충돌과 2차 충돌 지점의 거리도 20m 정도”라고 말했다.

예비차량 운전자는 상황에 따라 운행하기 때문에, 배치된 차량 중 무작위로 운행한다. 한 기종의 차량을 운행하는 것이 아니기에 운전 능력이 뒤처지지 않는 사람이 이 역할을 맡는다.

평소 차고에 세워두기만 한 14년 된 노후차량
2007년에도 사고 발생했던 차량... 평소 운행 없어


왜 차량은 브레이크가 듣지 않았을까. 평균적인 운용 차량과 사고 차량을 비교해봤다.

경산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청소차량은 5~7년이 교체주기다. 청소차량은 매일 운영되는데다 적재량이 많아 차량 수명이 길지 않다. 민간위탁 업체들은 차량 연식이 오래된 차량도 보유하고 있다. 이날 김 씨는 회사 관리이사가 예비차량 투입을 지시해 평소 차고에 세워놓던 14년 된 노후 차량을 끌고 나왔다.

동료 환경미화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차량은 2007년에도 큰 인사사고가 났던 차량으로 평소 운행이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날 별다른 점검 없이 투입됐다.

▲정비공장에서 차량을 들여다봤다. 차량은 심하게 녹이 슬고 부식된 상태였다. 왼쪽부터(시계방향) 하부 판스프링 부분, 차량 하부 변속기계통, 에어탱크, 탑 부분.

사고차량이 있는 진양자동차정비공장을 찾았다. 차량의 탑 부분이 부서지고 유리창이 깨져 있었다. 차량 내부 장치를 살펴보니 녹이 슬지 않은 곳이 없었다. 차체 무게를 지탱하는 판스프링(흔히 쇼바라고 부르는)과 변속장치 부분은 오랫동안 방치된 흔적이 역력했다. 무너져 내린 탑 부분 연결고리는 끊어진 것이 아니라 빠져 있었다.

브레이크에 압력을 넣어주는 에어탱크도 녹이 잔뜩 슬어 있었고, 수동장치는 움직이지 않았다.(대형차량은 승용차량과 브레이크 작동 방식이 다르다. 에어탱크에 저장된 공기가 브레이크액에 압력을 가하면서 브레이크가 작동한다. 추운 겨울 에어탱크 안의 공기가 얼어 물이 몇 방울이라도 같이 있으면 이 물이 브레이크액으로 침투해 브레이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때문에 에어탱크에 차인 물을 빼기 위해 수동으로도 작동 가능하게 한다)

고인은 왜 이 노후한 차량을 운행해야만 했을까
8일 동안 밀려있던 불법쓰레기 수거 않았다가 주민 항의로 수거 지시

고인은 경산환경 관리이사가 예비차량투입 지시로 ‘노후차량’을 운행했다. 최근 경산시는 불법쓰레기반입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생활쓰레기에 재활용쓰레기, 음식물쓰레기 등이 함께 있을 경우 수거하지 않아야 한다. 남산매립장은 생활쓰레기만 매립하는 곳이다. 썩지 않는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매립할 수 없다는 말이다.

때문에 환경미화원들은 며칠간 불법쓰레기를 수거하지 않았다. 남산쓰레기매립장이 8일 동안 쓰레기 매립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다가 6일부터 쓰레기 매립을 다시 재개했다.

환경미화원들은 “남산매립장 주민협의회에서 전수조사(불법쓰레기 수거여부)를 다음 주 월요일에 실시한다고 해서 수거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경산시 주민들이 쓰레기 수거 안하냐고 항의가 들어왔는지 적체된 쓰레기를 무조건 토요일까지 다 매립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무리한 업무지시로 그동안 적체된 쓰레기를 수거하기 위해 노후한 예비차량까지 동원된 것이다. ㈜경산환경 노동자들은 “경산시가 불법쓰레기 투기에 대해 제대로 관리감독 하지 않았다. 불법쓰레기 수거하지 말라고 하다가 주민들 항의 들어오면 전체 수거지시로 업무량이 급격히 늘어난다”고 입을 모았다.

청소환경 민간위탁 업무를 담당하는 경산시청 환경관리과를 찾았다. 노후차량 관리감독 여부를 질문하자 “경산시가 차량 관리감독을 다 할 수는 없다. 위탁 준 것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알아서 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예견된 사고...관리감독 책임 떠넘기는 ‘경산시청’
차량 바퀴 세척기도 고장

㈜경산환경은 노동조합 조합원이 많다. 노조(공공운수노조 대경지역지부 경산환경지회)를 만들기 전까지 이들은 업체 사장의 개인적 업무에 동원되기도 했다. 노동조합을 결성하면서부터 노동환경이 조금씩 나아졌다. 크고 작은 사고가 일어나 그동안 사고위험에 노출된 노후차량교체, 적정인원충원을 요구해왔다. 매립장의 급경사와 급커브에 대해서도 위험을 알려왔다.

노조는 9월부터 사고 당일까지도 경산시청 앞에서 농성을 이어오고 있었다. 지난달 27일에 무면허 운전자가 청소차량을 들이 박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환경미화원 한 명이 하반신 불구가 됐다. 하지만 경산시청은 업체의 몫이라고 떠넘겼다.

쓰레기매립장에 설치된 시설 관리도 문제가 있었다. 매립장을 찾았을 때 세륜기(차량 바퀴 세척기)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였다. 사고를 당한 김 씨도 이날 오전 세륜기 위에 차량을 올려놓았다가 작동하지 않아 차량이 빠지는 일을 당했다. 당시 김 씨는 동료에게 “차량이 빠졌으니 와이어를 가지고 와 달라”고 전화했다. 몇 분 뒤 동료는 김 씨에게 “차량을 빼냈다”는 전화를 받았다. 그것이 고인과 마지막 통화였다. 세륜기를 빠져 나온 김 씨는 5분여 뒤 사고를 당했다.

▲빨간색 동그라미가 세륜기 체인이 끊어진 부분(윗 사진), 환경사업소 직원들이 시험 중이었다. 이 때도 차량이 잠시 끼여 있었다.(아래 사진)

고장낸 세륜기를 찾았을 때 매립장을 관리하는 경산시 환경시설 사업소 직원들이 세륜기 작동 여부를 시험하고 있었다. 직원들과 함께 고장 난 곳을 찾아보니 두 군데 중 한 쪽 체인이 끊어져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다.

함께 동행한 ㈜경산환경 환경미화원이 “요즘 수차례 잦은 고장을 일으켜왔다”고 말하자 환경사업소 관계자는 “그럼 왜 이야기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사업소 쪽은 고장 여부를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수리여부 확인대장을 살펴보니 지난 9월 17일 다른 쪽 체인이 끊어져 한 차례 수리한 적이 있었다. 이전기록은 찾을 수 없었다.

환경사업소 관계자는 “고장난 부분에 신경을 못 쓴 것은 저희 불찰이다. 우리 뿐 아니라 운영체계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다”며 “고인의 사망이 세륜기 탓은 아니겠지만 앞으로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근본적인 원인, 영세업체에 떠넘기는 ‘민간위탁’
이윤 나는 지역만 민간위탁 맡긴다?

그동안 경산환경지회 노조의 요구를 경산시가 받을 수 없었던 근거는 ‘민간위탁’이었다. 민간위탁한 업체의 역할을 강조한 것이다. 때문에 노조는 민간위탁이 아닌 경산시 직고용을 요구해 왔다. 노후차량과 적정인원충원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봤다. 경산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면 책임여부가 분명해지기 때문이다.

경산시가 직영으로 운영하는 청소 차량은 5년마다 교체를 하고 있다. 차량 상태가 양호할 경우 2년 정도 더 운영하기도 한다. 경산시는 민간위탁 업체에도 매년 차량 감가상각비를 지불하고 있다. 하지만 업체는 비용절감을 이유로 중고차량을 구입해 사용하고 있다. 연식이 오래돼 고장이 나면 고장난 부분만 수리해 사용했다.

경산시청 환경관리과를 찾아 차량관리 현황자료를 요청했다. 하지만 파악하고 있지 않다는 답을 들었다. 자료 요청을 하자 그제야 차량현황 파악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업무를 담당하는 관리계장은 “농촌 지역, 인구가 밀집해 있지 않는 곳은 직영한다. 민간위탁 공고를 해도 이윤이 나지 않기 때문에 업체들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파트 등 밀집지역 중심으로 업무를 위탁한다”고 말했다. 이익이 나는 곳만 민간에 내주고 운영해온 것이다.

최근 대구 북구, 수성구 등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서 청소환경민간위탁이 문제가 됐다. 업체들이 시청으로부터 받은 임금항목의 전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다. 경산도 유사한 경우다.

경산시의 말대로 이윤이 나는 곳을 민간에 주고, 안 나는 곳을 직접 운영 하면 경산시 입장에서도 손해다.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함에도 업체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직접운영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김은미 산업안전보건연구회 사무국장은 “노후한 차량이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이 같은 차량을 방치하게 만든 민간위탁 제도 자체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경산시가 책임져라”

이날 경산환경지회 조합원들은 작업거부를 선언하고 경산시청으로 집결했다. 오후 3시께 경산시청 로비 앞에 분향소를 설치하고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재발방지 책임을 지겠다며 로비 앞에 농성 중인 조합원들에게 말하는 경산시 생활지원국장(위), 고인의 빈소 입구(아래)

이에 경산시 주민생활국장이 조합원들과 만나 “오늘 불의의 사고로 고인이 되신 김상목 님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며 “사고에 대하여 원인 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해 경산시가 책임지고 논의테이블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이후 출장 중인 경산시 부시장이 사과와 재발방지대책위를 제안하면서 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시청 정문 앞 천막으로 분향소를 옮겼다. 노조는 “재발방지대책이 제시될 때까지 작업을 거부한다”며 “이번 사고에 경산시가 책임지고 직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밝혔다.

10일(토) 오후 2시 노조와 회사, 경산시청 3자는 재발방지대책회의를 진행한다.

천용길 기자 droadb@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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