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미 불산사고 환경영향 조사가 주민대표와 민간위원들의 의견은 무시한 채 진행돼 비난이 일고 있다. 사고 초기에도 지적된 문제가 또 한 번 반복돼 환경당국의 신뢰는 더 떨어지게 됐다.
‘불산사고 민관합동 환경영향 조사단’에 참여한 주민대표(김상호, 박찬욱), 주민추천민간전문가위원(김해동, 류승원, 조근래) 5명은 5일 오후 3시 구미 구미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단 구성과 운영이 불투명하고 공정성을 잃었다”며 조사단에서 전원 사퇴했다.
주민추천 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민관합동’조사라는 애초 취지는 사라진 반쪽자리 조사단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들은 “10월9일 정부조사단인 환경영향조사단이 구성되어 객관적이고 공정한 조사가 이루어져 사태가 해결되기를 기대하였으나 조사단의 활동은 사태 수습을 위한 단계적이고 형식적인 절차에 지나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또 “농산물과 식생을 조속히 제거하자는 것에 주민대표와 민간위원들은 합의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구미시와 현지정부종합대책단에 요청하는 것에 대해서도 동의한 적이 없음에도 사실인양 발표한 것은 환경당국이 문제를 조속히 종결시켜 주민들을 마을로 복귀시키고자하는 논리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사단은 지난달 31일 “불산 피해지역, 환경영향 현재까지 미미한 것으로 확인”이라는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검토회의를 거쳐 면밀한 검증과 주민대표와의 합의를 거쳐 조사결과를 발표했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퇴한 위원들은 발표한 조사 내용을 합의하지도 않았으며 기자회견 참석여부조차 전달받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조사단측이 “영농이 가능하고, 낙동강 수질이 안전하다”며 “신속한 농작물 제거와 마을청소를 추진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김상호 봉산리불산피해주민대책위 부위원장은 “조사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인터넷을 통해 뒤늦게 알았다. 정부측은 주민들과 합의했다고 밝혔지만 전혀 합의가 없었다”며 “정부당국이 진실성 있게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수습하는데 급급하다는 사실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상호 부위원장은 “주민들이 농작물 제거와 마을청소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환경영향평가를 공정하게 진행하고 주민들의 불안감을 고려한 대책이 세워지고 이루어져야 한다”며 “현재로서는 합동조사단에서 하는 일 자체를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정부측이 불산 피해지역의 벌목과 청소를 일방적으로 진행하면서 조사단에 대한 주민들의 신뢰는 불신으로 바뀌었다. 현재 주민들은 임시대피소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있다.
조사단에 참여한 민간전문가들은 “몇몇 부분에 대한 조사만으로 전체가 안전하다고 밝히는 태도 자체가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사퇴한 민간전문가 김해동 계명대 교수는 “회의에 두 번 참석했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자체는 결과만을 밝히고 지속적으로 조사해야 함에도 환경부는 주민들을 빨리 돌려보내 이 사태에서 손을 떼려는 의도로 보였다”며 “주민들이 안심하게 되는 과정 없이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주민들의 불안감을 무시하는 태도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날 동반사퇴한 류승원 영남자연생태보존회장은 “조사단 구성에서부터 주민이 추천한 전문가 중 두 사람을 배제시켰다”고 구성 문제를 지적하면서 “생태계에 대한 조사는 정밀하고 장기적인 조사를 해야 함에도 빠르게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리는 것은 사건의 축소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류승원 회장은 “농작물 검사는 다른 지역 농작물과 불산 농도를 비교하고, 이 농작물을 키웠을 때 어떤 반응이 일어나는지까지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민대표와 사퇴한 전문가들은 시민단체와 협의를 통해 조사단 활동을 지속적으로 감시하며, 민간조사를 따로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