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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11월02일 09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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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소라의 부실대학] (3) 회계법인의 돈주머니 자처한 대학
회계정보가 권력이 되지 않으려면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구소라(영남대 날라리당) volvol6287@naver.com

대학에 입학하고 나니 ‘수’에 능한 ‘회계사’가 인기직종이란다. 주변 많은 사람이 관련 자격증을 따서 회계사가 되겠다고 했다. 아무리 돈을 많이 준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숫자와 씨름하면서 살 생각을 하지. 이렇게 생각하며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수’와 멀어지는 사이, ‘수’를 만지는 사람들은 엄청난 권력이 되어 갔다.

회계사 하면 떠오르는 인상은 고액연봉의 전문직이라는 정도? 사실 회계사가 무슨 직업인지도 잘 몰랐다. 그런데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의자놀이’를 보고 난 뒤, 수의 집합이자 경제활동의 기록인 회계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핵심이었다. 특히 기업회계는 조작될 가능성이 있으며 경제활동의 기본인 회계가 불투명하면, 누군가는 억울하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사실. 경영진이 책임을 회피하려고 일부러 회계를 틀리게 작성한다면 제2, 제3의 쌍용차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뭐, 아직 나는 직장이 없는 백조니까 기업회계랑 큰 연관이 있겠어...라고 생각하던 찰나, 모교인 영남대학교는 교직원 횡령비리를 미리 적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안진 회계법인을 상대로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영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의 전 팀장 김 모 씨는 7년 동안(!) 기업체 연구비 30억 원을 동생 명의의 계좌로 빼돌렸단다. 당시 이 사건에 분개한 친구 금 모 군은 학교 게시판에 글을 올렸으나, 총학생회 관계자는 산학협력단 지원금은 국가에서 지원받는 만큼 등록금교비와 상관없으니 흥분을 자제하라고 답변했다. 등록금이나, 국가재정지원이나 우리 주머니에서 나오는 건 똑같지 않나. 여하튼 이 사건은 총학의 묵인 아래 학교에서 조용히 묻혔다.

영남대 직원, 횡령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

하지만 이번 횡령 사건은 계좌관리를 김 씨에게만 맡겼다는 점 등을 미루어 볼 때 영남대도 비난을 회피할 수 없다. 대학은 자체적으로 내부감사를 시행하는데, 7년 동안 횡령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걸 보면 대학 회계 관리의 허술함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런데 생각보다 횡령사건에 대한 학생들의 성토가 크지 않고 잠잠해지니, 대학이 선수치고 외부 감사를 맡은 안진 회계법인을 부실감사로 고소한 것이다.

내부감사의 객관성과 신뢰성이 떨어지니, 사립대학은 사립학교법에 따라 대학 재정의 합리적인 운용과 회계의 신뢰성 및 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독립된 공인회계사 또는 회계법인으로부터 외부 감사를 받아야 한다. 2009년부터 영남대 외부 감사를 진행한 안진은 2009년과 2010년 감사보고서에서 영남대 회계를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30억의 횡령은 이들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걸까, 보고도 못 본채 한 걸까. 이 부분은 여전히 의혹으로 남는다. (안진을 더욱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 법인이 쌍용자동차 부실회계의혹과도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마나 한 부실한 외부 감사 비용에 59억원 들어

그런데 이런 하나마나한 부실한 외부감사에 사립대학은 5년간 총 59억원을 써왔다. 정진후 의원이 제공한 자료를 보면, 교과부의 회계감사를 통해 지적받은 사항과 대학이 법정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사항이 외부감사 시 제대로 지적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대구대가 법인비용을 교비회계에서 지출한다든가, 법인회계를 부당지출한 사실을 교과부로부터 적발당했지만, 이러한 사실은 외부감사에서 지적되지 않았다. 그리고 대학이 법을 어기고 있는 사항들 -법정부담금을 내지 않는 것과 수익용 기본재산 확보기준을 지키지 않는 것-조차 언급하지 않는다.

이쯤 되면 회계법인은 대학을 견제하는 게 아니라, 그냥 대학 편인 것 같은데. 이처럼 외부감사자체가 허술하지만(혹은 의도적으로 허위보고를 일삼지만) 회계 법인을 처벌할 법령이 없다. 돈만 받고, 그럴듯한 회계 보고서만 뽑아주면 그만인 것이다. 왜 단기간에 회계 법인이 그렇게 많아지고, 급성장했는지 알 것도 같다.

회계정보, 권력이 되지 않도록 모두에게 공유되어야

돈이 모이는 곳엔 콩고물이 있어서일까. 돈이 많은 대학 주변엔 높은 수임료를 받고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친(親)대학적인 회계 법인이 많다. 대학과 회계법인의 유착을 막기 위해서는 엄격한 법령과 조치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건 어떨까. 외부감사 회계법인 선정과정에 학생이 참여하고, 그 과정을 회계학과와 경영학과 학생들이 지켜보는 프로세스가 정착된다면 감사도 제대로 하고, 학생들도 실무를 경험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대학 회계정보를 소수가 독점하는 것이 아닌, 모두가 세부 정보를 열람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지식사회 정보는 권력이지만 모두에게 공유되는 순간 더는 권력이 아니다. 문자가 권력이던 시절 한글의 등장으로 문자권력이 힘을 잃었듯이.


구소라. 영남대 졸업생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박정희 대학원 설립 이후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등록금이 비싼 것도 분하고, 닭장차에 닭마냥 강의실에 100명이 쳐박혀 듣는 수업도 어이없지만, 대학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동체가 무너지고 외로운 개인들만이 남아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현재 대학 내 무너진 공통체와 학생담론의 복원을 위해 결성된 '영남대 날라리당'에서 '졸업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구소라(영남대 날라리당) volvol628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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