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일이다. 중대한 하자를 발견했다. 3타석 2타수 무안타. 타격 자세조차 제대로 잡지 못했다. 지난 추석 연휴 첫날, 우리 팀은 어머니, 와이프, 누이의 눈치를 보며 운동장에 모였다. 감독, 구단주, 총무 등등등 10명의 팀원이 나왔다. 가볍게 캐치볼을 하고, 내야 수비 연습, 외야 수비 연습을 했다. 운동장에는 우리팀 뿐 아니라 다른 두 팀도 서너 명씩 나와서 간단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외야 연습을 마치고 쉬고 있는데 가장 열성적인 팀의 총무가 “다른 팀이랑 섞어서 간단하게 연습시합이나 해볼까요?”라고 운을 떼더니 순식간에 두 팀에 의사를 타진했다. 눈 깜빡할 새에 연습경기가 성사됐다. 초등학교 시절 동네 아이들과 삼삼오오 시합 아닌 시합을 했던 기억 말고는 시합다운 시합을 해본 기억이 없었다. 떨렸다. 하지만 자신도 있었다. 오다가다 보이는 타격 머신으로 타격 연습도 자주했고, 수비도 나름 자신이 있었다.
5번 타자, 2루수. 내가 속한 팀이 말 공격이었다. 출발이 좋았다. 1회초 깔끔하게 땅볼 수비도 하나 해냈다. 느낌이 좋았다. 1회말은 타석 순번이 돌아오지 않았다. 2회말 첫 타석이었다. 깔끔하게, 삼진. 하하하. 첫 타석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자세도 제대로 못 잡았지만 첫 타석이니까. 그런데 이어서 돌아온 두 번째 타석에서 겨우겨우 공에 방망이를 갖다 대고 1루수 플라이 아웃. 헐, 대박.
이럴 수 없었다. 알만한 지인들은 안다. 타격 머신의 웬만한 공은 다 받아쳐 냈다. 항상 가장 빠른공이 나오는 머신 앞에 섰고, 한, 두 번만 공을 보면 칠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아니었다.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더 이상 팀의 승패는 문제가 아니었다. 쳐야 한다는 생각만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세 번째 타석, 겨우 볼넷. 그리고 경기가 끝났다. 초등학교 4학년 야구를 시작한 이래 가장 굴욕적인 경기였다.
경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자주 가던 타격 머신장을 찾았다. 2천원을 500원짜리 동전으로 바꿨다. 500원이면 공이 12개 나온다. 가장 빠른 공이 나오는 기계 앞에 섰다. 내리 48개를 받아쳤다. 나쁘지 않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단순히 기계와 사람의 차이인 걸까.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찌해야 하나. 다음 주 일요일 청도에서 연습경기가 잡혔다. 그날도 같은 결과가 나온다면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