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뉴스민>은 지난 5월부터 3달 동안 악조건 속에서 일하고 있는 돌봄노동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공모받았습니다. 글을 쓸 시간이라고는 고된 노동을 마친 늦은 밤, 쏟아지는 잠을 쫓아내며 만드는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공모작이 많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쓸데없는 걱정을 무색게 할 정도로 많은 분들이 공모에 응해주셨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공모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오늘부터 공모작 중 심사를 거쳐 선정한 당선작 4편을 연속 기재합니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사랑과 봉사하는 마음 없이는 할 수 없다
부문 : 보람이 묻어나는 상
수상자 : 여상귀
새해가 되어 들뜬 마음이 점차 제자리를 찾아갈 즈음이었다. 지난 며칠 간 추위가 사람들을 움츠리게 하였는데, 오늘 아침도 예나 다름없이 찬바람이 얼굴을 가로지른다. 아침 7시, 어두컴컴한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10분이 그렇게 길고, 찬바람이 더 매섭게 느껴지는 그런 날이었다. 병원에 도착하여 병실에 들어가니 보통체구로 ‘중학생 정도는 되겠구나’ 싶은 환자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혼자 누워 있었다. 바로 이민호(가명)였다.
중환자실에서 어제 나왔다기에 우선 가래를 뽑고 호스로 죽은 먹이고 하였으나 아무도 알아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대화조차도 불가능한 그런 중환자였다. 그러는 사이 간호사가 들러서 하는 말이 “보호자는 지금 없고 이 전화번호로 연락하면 됩니다.”하면서 전화번호만 하나 주고 나갔다.
우선 옷을 갈아입히고 시트를 바꾸고, 기저귀를 봐주고 아침식사(피딩)를 하는 등 기본적인 일들과 주변을 정리정돈 하고서야 보호자(민호아버지)에게 전화를 했다. 그런데 몇 번을 해도 신호는 가지만 받지 않았다. 얼마후에 또 연락을 취하였으나 역시 마찬가지로 받지 않았다. 간호사실에 들러 전화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하고서는 다른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래서 알게 된 전화는 민호어머니였다. 하지만 어렵게 연결된 민호어머니가 하는 말이 “나한테 전화하지 말고 민호 아버지한테 하세요.”하고는 내가 뭐라고 말하기 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순간 황당하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연유가 있는걸까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당장 환자에게 필요한 수건, 비누, 일회용장갑, 기저귀, 물티슈 등 필요한 물품이 있어야 하는데 민호의 부모가 저렇게 외면하는 입장이니 걱정이 앞섰다. 그리고 또 민호아버지께 여러 번 연락을 취하였는데 신호만 수없이 가고는 받지 않는다. 어쩌다가 겨우 통화가 되었는데 그렇지만 들려오는 민호아버지 목소리는 “나한테 전화하지 마소.” 이게 전부였다.
어린 생명이 꼼짝도 못하고 누웠는데 이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곰곰이 생각하다가 우선 수간호사 선생님과 의논해보자는 생각으로 수간호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보호자와 연락했던 사실과 이후 간병에 필요한 물품 등을 협의하고 앞으로 계속 간병하게 되면 간병비 지출도 어려울 것 같아 자원봉사자 지원도 함께 의논하였다. 수간호사 선생님의 도움으로 자원봉사자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환자를 돌보기로 하고, 동료들의 물품 도움으로 하루하루를 지낼 수 있었다. 5일 정도 지난 어느 날 저녁 어떤 아저씨 한 분이 와서 “아주머니, 간병비를 어떻게 받으려고 이렇게 하고 있습니까?”라고 나무라듯 말하는 것이었다. 나는 그 순간 당황해 하면서 무심결에 “아 예~ 저는 간병 일을 하지만 최선을 다해 한 생명을 지키고 있습니다. 부모가 있으니 언제라도 찾아올 것이라 믿고 그 때까지 있을 것입니다.”라고 대답하니 그 아저씨는 계면쩍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렇다. 우리는 간병비 문제 때문에 이런 환자를 두고 갈 수 없다. “환자를 돌보는 것은 사랑과 봉사하는 마음이 없이는 할 수 없다.”고 하자 그 아저씨는 그냥 말없이 나가버렸다.
그렇게 며칠 지나자 민호는 가끔 눈을 뜨기도 하고 내가 이쪽에서 부르면 고개를 이쪽으로 돌리기도 하면서 조금씩 차도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난 어느 날 저녁, 안동에서 오셨다고 하면서 민호할머니, 삼촌, 숙모 등 친척들이 처음으로 민호를 찾아왔다. 할머니 말씀이 “민호 부모님이 이혼을 하고 내가 키우고 있었는데, 나쁜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면서 공부도 안 하고, 지난 크리스마스 이브에 친구들과 모텔 3층에서 놀다가 떨어져 많이 다쳤다.”면서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야기를 하는 동안 민호 할머니는 고맙다고 하시면서 내 손을 놓지 않는다. 며칠 전에 왔던 그 아저씨는 바로 민호 삼촌이었으며 “여기서 퇴원하면 민호를 데리고 가서 키우고 공부도 가르치겠다.”고 하면서 눈시울을 붉혔고, 민호도 할머니와 삼촌을 알아보고는 밝게 표정 짓는 모습이 확연하였다. 할머니가 다녀가신 뒤에 민호 친구들도 몰려왔다. 민호는 좋아서 웃기도 하고 친구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리기도 하는 등 그 또래 아이 그 자체였다.
이후 민호의 회복 속도는 눈에 보이게 빨랐고, 민호의 닫혀 있던 마음도 차차 열리기 시작하였다. 병원에서 퇴원하면 “다시는 부모님이나 할머니 삼촌에게 걱정을 끼치지 않겠다.”며 다짐도 했다. 마침내 민호가 퇴원하는 날이 왔다. 민호의 어머니와 삼촌도 함께 오셨다. 잃어버릴 줄 알았던 아들과 조카가 회복되는 모습에 다들 기뻐하고 가족들 간의 갈등도 점차 개선되어 간다고 하기에 이를 지켜보는 스스로도 무척이나 뿌듯하였다. 그리고 민호의 쾌유와 미래에 대하여 안도감도 가져본다. 민호 삼촌은 내 손을 꼭 잡으며 “정말 고맙습니다. 간병하시는 분이 이렇게 훌륭한 마음으로 간병하는 줄 이제 알았습니다. 제가 살아가면서 고마운 사람으로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하면서 몇 번이나 감사하다고 하면서 “경대병원 하면 간병사님이 먼저 생각날 것 같다.”며 차에 올랐다.
환자를 돌보는 것은 꿈과 희망을 찾아주는 일이고, 신체와 마음에 상처가 있는 환자, 가족 간에 갈등을 겪고 있는 환자 등 온갖 환자를 보게 되지만 그들이 치유되어 웃음을 되찾는 모습에 도움을 주었다고 생각하면 이 일이 보람되고 그래서 할수록 이 일이 좋아진다.
민호야! 장미꽃이 만발한 5월에 잘 지내고 있는 거지? 건강한 모습 보고 싶다. 할머니와 삼촌도 잘 계시지?
심사평
고된 노동 속에서 나름의 즐거움과 보람을 찾아 솔직하게 표현해낸 부분이 좋았다. 특히 한 가지 사건에 대해서 당시의 기분이나 스스로의 생각을 설명하기 보다는 사건 자체를 잘 드러내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