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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관리툴 2012년10월03일 14시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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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홍 총장! 응답하라 대학생, 대구대의 2012년
[기고] 비정규직 천지 대학, ‘사랑, 빛, 자유’는 빛 좋은 개살구

성빛나(대구대 역지사지) marchingivy@gmail.com

8월 31일 입법 예고된 일명 ‘강사법(개정 고등교육법)’을 두고, 지난 9월 19일 대구대학교에서는 한국비정규교수 노동조합 대구대분회의 주최로 ‘개악 강사법 폐기! 구조조정 반대! 특별상여금 규탄! 9.19 문화제’가 열렸다.

이날 비정규교수 노조 대구대 분회를 비롯해 경북대·영남대 분회, 일반노조, 민주노총, 총동창회 등 다양한 연대단위에서 수십 명 참석하였고, 드문드문 학생들이 보이는 가운데 문화제가 시작됐다. 해가 서쪽 하늘 끄트머리에 뜬, 오후 다섯 시. 정문 앞에는 수업이 끝나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정문을 나서는 학생들로 북적거렸다. 지나다니는 학생들은 이따금 생소한 민중가요나 몸짓 공연이 있을 때 발길을 멈춰 서서 구경하기도 하고, 이어지는 발언을 사뭇 진지한 얼굴로 경청하기도 했다. 학내에서 집회형식의 문화제가 매년 4월마다 실시하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 문화제’ 외에는 거의 없다 보니 생경해하는 반응들도 많았지만 산뜻하게 민중가요를 배우며 문화제의 막을 열었다.

홍 총장식 민주주의, 특별상여금 문제에 대해서만큼은 ‘닫힌 자세’

“대학 교육의 50%를 담당하는 비정규직 교수들과 학내 노동자들이 힘없는 순서대로 잘려나가는 처지에 대해 학교 구성원들과 함께 공감하고자 문화제를 열게 됐다” 비정규교수 노동조합 대구대분회 권정택 분회장이 대학 구성원들의 동참과 지지를 호소했다.

또, 이 자리에는 일반노조 소속 환경미화 노동자들도 참석했다. 최근 대구대학교 현 정이사체제가 비리재단으로 쫓겨난 구재단의 복귀를 성공적으로 저지한 것을 ‘자축’하기 위해 학내 구성원들에게 최소 10억 원으로 추정되는 금액으로 특별상여금을 지급하였지만, 비정규교수와 환경미화노동자는 학내 구성원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외됐다.

문화제 참석자 중 유일하게 본교 정교수인 전형수 교수가 마이크를 들고 특별상여금 내용을 비판했다. “학생들 등록금을 (임금으로) 받고 있는 입장으로서, 최근 특별 상여금 문제와 관련해서 책임감을 느낀다”며 “총장은 짧아도 대구대는 길다. 발생한 결과들에 대해서 잡고 늘어질 게 아니라, 원인 제공자인 장본인들에게 책임을 묻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교수의 말을 빌려 ‘장본인’이라 할 수 있는 대구대 홍덕률 총장은 취임 초 <교수신문>과의 인터뷰(555호, 2010년 4월 26일자)에서 ‘최소한 대학에서만큼은 민주주의가 경쟁력이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자금의 출처도 밝히지 않고 진짜 학내 구성원이라 할 수 있는 학생들의 어떠한 동의 절차도 구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10억 원이나 되는 돈을 계급에 따라 차등 지급하기로 한 홍 총장식 민주주의는 학생 등록금을 개인 금고처럼 꺼내어 쓴 구재단의 모습과 오버랩 된다.

또, 같은 신문 2010년 10월 18일 자 <오피니언>에 홍 총장이 직접 기고한 글에서는 “대학의 문제를 대학답게 풀자”며 "민주적 리더십과 소통의 선진적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총장의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고 스스로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특별상여금 사태와 관련해 학교 본부 측에서는 여전히 어떠한 해명도 없이 묵묵부답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그토록 입이 마르도록 강조하는, ‘건강한 구성원들의 문제 제기에 대한 총장의 열린 자세’는 총장님의 마음속에서만 이루어지고 있는 걸까? 학생과의 소통구조가 폐쇄된 채 학생들의 돈으로 지급된 특별상여금 사태에 대한 어떠한 해명도, 비정규 교수와 환경 미화 노동자들을 대학 구성원에서 배제한 데 대한 일말의 사과도 없는, 현 학교 본부와 지난 비리재단과의 ‘오버랩’은 다시금 학생들에게 ‘데자뷰’를 선사하고 있다. 지난 ‘비민주적’ 비리재단과 지금의 학교본부가 똑같다면, 학생들의 투쟁도 똑같이 오버랩되는 것이 불가피한 점, 총장님은 열린 자세로 새겨들으셔야 할 것이다.

강사법 개악, 이제 대학사회도 ‘의자놀이’ 본격화

또 이날,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은 최근 대학당국과 비정규직 교수들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강사법 개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위원장은 “전임교원 확충을 명목으로 정규직 뽑듯이 1년 단위로 강사를 임용한다는 게 한 마디로 강사법 개악의 주된 내용이다. 연봉 1500만원에 1년짜리 계약은 명백한 비정규직에 다름없는데 교원 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 뽑아놓고 교원 확보했다고 주장하는 식”이라며 “흰 말에 깜장 페인트칠 하는 꼴”에 비유했다.

또한, “주당 9시간 이상 강의를 맡은 강사가 교원 확보율에 포함되게 되면 각 학교에서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수의 전업강사에게 강의시간을 몰아주기 식으로 하게 된다”면서 “그렇게 되면 수많은 시간강사가 해고당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비정규교수들에 대한 줄 세우기가 벌어져 또 다른 ‘의자놀이’에 지나지 않는다”며 강사법 개악 내용을 비판했다.

대학사회에서는 내년 초부터 입법 예고된 강사법이 시행될 시, 1년 단위로 강사를 전임교원과 같은 절차를 밟으며 임용과 재임용을 해야 하는 실무적 부담의 증가와 더불어 4대 보험 가입과 퇴직금 지급 등 재정적 비용의 증가로 인해 강사 임용을 꺼리고 비전임 교원(겸임·초빙교수)의 수를 더 늘리게 될 전망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강사들의 신분보장과 고용안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발의한 강사법이 현실적으로는 국고지원 등의 대안 없이 사립대학의 부담만 가중시킴으로써 오히려 학교마다 ‘강사 수 줄이기’에 혈안이 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강사 임용을 줄이는 반면, 비전임 교원의 비율(겸임·초빙교수)을 대폭 확대하는 것은 법률상으로 ‘시간 강사’라는 말만 사라질 뿐, 시간 강사와 똑같이 시급을 받는 겸임·초빙교수의 노동조건은 그대로라는 점에서 교과부의 주장처럼 고용안정성이 그다지 높아질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개악 강사법은 학교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전임교원 확충에 대한 ‘보여주기식’ 정책에 활용될 수 있을 뿐, 근본적으로 열악한 비정규교수의 노동조건에 대한 개선효과는 거의 없을 뿐만 아니라, 소수에게만 한정된 전업강사 자리에 앉기 위한 비정규교수 간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 천지인 대학사회에서 ‘사랑, 빛, 자유’? 빛 좋은 개살구

혹자는 이미 무한 경쟁이 지상과제가 돼버리고 교육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한 이 대학사회에서 비정규교수들 간의 경쟁이나 차별적 노동조건이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냐고 반문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진취적 민주시민 양성’을 건학이념으로 내걸고 ‘사랑, 빛, 자유’의 타이틀을 현판에 내건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실은 생각보다 꽤 어둡다. ‘비정규직 교수 연봉 1500만원의 현실’은 단순한 ‘고학력 대비 저임금’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2010년 대구대학교의 전임/비전임 교원 강사료를 평균 낸 통계자료에 의하면 비정규직 교수와 정규직 교수 간, 한 학점 당 평균 수업시수 강의료는 대략 6.5배가량 차이가 난다. 이를 바탕으로 A교수와 B교수가 한 학기에 9학점의 수업을 한다는 가정을 해보자. 그런데 A교수는 한 학기에 약 4,500만원을 벌지만, B교수는 똑같은 시간으로 똑같이 일함에도 한 학기에 800만원밖에 벌지 못한다. 임금을 더 많이 받는 이유는 강의의 질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일까? 강의의 인기가 훨씬 더 좋기 때문일까? 아니다. 이유는 단순하다. 두 교수가 동일노동을 함에도 임금격차가 나는 이유는 A교수는 정규직으로 고용되었고 B교수는 비정규직으로 고용되었기 때문이다. 단지 그 뿐이다.

“저 사람, 교수인 줄 알았는데 시간강사더라”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시선에는 “진짜 명품인 줄 알았는데 가짜더라”와 같은 경시와 모멸이 담겨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임금 차등이 나는 것도 억울한데 그보다 더 서러운 건 이러한 차별어린 시선이다. 이뿐 아니라 학내에서는 전임 교원이 자기 마음대로 정하기 나름인 교수 채용의 기준 앞에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낌과 동시에 ‘줄타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모순적이고 굴욕적인 삶을 강요받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비정규교수 간 경쟁과 줄타기를 더 부추기는 ‘의자놀이’ 개악 강사법까지 더해져 비정규 교수의 고용불안과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 가중될 것이다.

‘비용의 절감’을 위해 강사법을 대폭 활용해 대학을 운영하는 교육현장, 그리고 이로 말미암아 경제적 착취와 차별적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 비정규직 교수의 삶이 이럴 진데, 학교에 학생행복센터 몇 군데 세우고 총장님이 장애인학생의 휠체어를 밀면서 함께 패션쇼 무대에 오르면 그저 ‘학생이 행복한 대학’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종합복지관과 문화원을 세워서 괜찮은 독립영화 몇 편 상영해주고 유명한 강사 초청해서 강연 들려주면 그것으로 ‘진취적 민주시민 양성’의 과제는 달성되는 것일까? 학교 구성원들의 서러움을 모른 체 하면서 학생들만 행복을 누린다면 그 행복은 얼마나 이기적이며, 더 나은 사회를 꿈꿀 수 있어야 한다는 진취성이 당장 학내의 모순적 상황들을 외면한다면 이는 또 얼마나 편협한 민주주의인가?

응답하라 홍총장! 응답하라 대학생! : 더 나은 대학사회를 위하여

그렇다면 대학생과 비정규교수는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 답은 간단한 것처럼 보인다. 대학생과 비정규교수는 ‘교실’에서 만나지 않는가? 즉, 비정규교수의 노동권과 대학생의 교육권이 따로 떨어져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날, 비정규교수노조 대구대 분회 조합원 예병환 씨는 “최근 학사 수업일수 16주에서 15주로 축소된 것만 보더라도 비정규교수의 노동권과 교육의 질이 따로 떨어진 문제가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라며  “강사법 개악을 저지하는 것이 곧 교육공공성 파괴에 맞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강사법에 따른 강사 임용의 부담을 회피하기 위해 비전임 교원을 증가하는 것뿐 아니라, 다른 한 편으로는 기존 전임교원이 맡고 있던 책임시수를 더 늘린다거나, 교양 및 수강 과목을 축소하고, 한 교수 당 더 많은 학생이 수업을 듣도록 하는 방안이 각 학교들의 대응 계획으로 세워지고 있는 만큼, 대학당국의 ‘비용 절감, 이윤 확대=경쟁력 확보’라는 기본 공식 하에서 비정규직의 노동권 하락과 학생들의 수업의 질 하락은 같은 궤를 하고 있다.

그러나 ‘교육권’과 ‘노동권’은 만나기 쉬운 만큼 대치하기도 쉬운 의제이다. 지난해 상반기를 뜨겁게 달구었던 홍익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의 부당해고에 맞선 점거 농성을 기억하는가? 그렇다면 당시 총학생회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들의 시위현장을 가로막으며 “학생들 공부에 방해되니 집회를 중단해 달라”거나 “심정적으로는 이해하지만 학교 전체의 이익을 위해 청소노동자 편만 일방적으로 들 수 없다”고 응답했던 것도 기억하는가?

이를 통해 우리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방식으로서의 교육권이 청소노동자들의 정당한 싸움을 가로막는 상황을 보았다. ‘나의 권리’가 타인의 삶이 어떻게 되든 상관없이 ‘나의 것’만 추구하게 됐을 때 그러하게 되고, 대학 ‘본부’의 입장을 ‘나’의 입장으로, 대학 ‘전체’의 이익으로 보편화 할때 더욱 그러하기 쉽다.

최근 특별상여금을 규탄하는 대자보를 어느 단과대에 붙이려다, 학생회장으로부터 “정치적인 입장에 대해서는 본부의 허락을 받아야 부착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은 일이 있다. 홍익대 총학생회장이 학교 본부와 총장님의 입장을 학교 전체의 입장으로 받아들인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처럼 학교 본부의 입장이 학교 전체의 입장으로 내면화되면 ‘나의 권리를 찾는 것=본부의 권리를 찾는 것=나의 권리 억압’이라는 이율배반적 구도가 발생한다. 누가 보더라도, 최소한의 합리적 사고를 할 수 있다면, 학생 등록금 10억 원으로 대학사회 특정 구성원들이 돈 잔치를 한 일은 명백히 학생들의 권리를 침해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본부의 입장이 우위를 점함으로써 손쉽게 전복된다.

대학본부의 아바타가 되어가고 있는 학생회의 현실은 분명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비단 학생회 뿐만 아니라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대학 내 자치공간이 전반적으로 부족한 것은 더 큰 문제다. 진정으로 학생회와 홍 총장님이 응답하기를 바란다면, 이제는 마냥 기다리고 있을 것이 아니라 “응답하라”는 목소리를 내야 하지 않을까?
 

성빛나(대구대 역지사지) marchingivy@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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