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햇빛 너 참 아름답다~ 폭풍 후 지난 후 너 더욱 찬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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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남대에서 열린 강사법 저지 문화제 중 [출처: 구소라] | | |
영남대 정문에서 우렁찬 노랫소리가 들렸다. ‘강사법’이라고 알려진 고등교육법 시행령 저지를 위한 문화제였다. 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 조합원이자 음악학부에서 성악을 가르친다는 강사분의 우렁찬 목소리만큼이나 나를 깜짝 놀라게 한 건 노래를 끝난 후의 그의 발언이었다.
“강사법이 통과되면 강사들의 수가 현격히 줄어들어 특정분야를 전공한 강사가 아닌 비전공 강사에게 학생들이 수업을 듣게 될 수도 있다. 쉽게 말하면, 성악과 강사가 국악과 학생을 가르칠 수도 있다.”
한 학기 수백만원을 줘가며 대학에 다니는 이유 중의 하나는 한 분야를 깊게 공부하고 연구한 전문가로부터 그의 식견과 지식을 배우기 위한 것일 테다. 그런데 내년부터 시행될 강사법에 따르면, 시간강사라는 명칭은 '강사'로 바뀌고, 이 강사는 주당 9시간 이상의 수업을 배정받아야 한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 시간강사의 60% 이상이 한 대학에서 고작 3~6시간을 담당하기 때문에, 강사 1명이 9시간을 다 맡아버리면 누군가는 강의하지 못하고 직업을 잃어버린다. (말 그대로 내가 살기 위해선 누군가를 밟아야 하는 잔인한 구조다.)
따라서 비정규직 강사들의 경제적 안정과 교원으로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명분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 의해 제안된 이 '강사법'은 오히려 강사들의 신분을 더 불안정하게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영남대 비정규교수노조는 매주 화요일마다 강의법 폐기를 위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 강사법은 단순히 강사들의 생존권과 처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받는 교육의 질에도 크게 악영향을 미친다. 3명이 나누어서 하던 수업을 1명이 한꺼번에 맡아서 해버리면 한 강의당 연구할 수 있는 물리적 시간도 많이 줄어든다. 강의 준비하랴 연구논문 쓰랴 바쁜 강사들이 자신의 수업을 듣는 수백 명의 학생들과 교류할 정신적 육체적 여유가 있을까도 우려된다.
대학교육은 단순히 기술적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뿐만 아니라, 여러 형태의 교류(교수나 동료, 선후배와의 소통)를 통해 한 인간의 가치관과 철학이 형성되는 가운데 작동하기도 한다. 그런 인간적 교류와 순수한 학문적 열정이 없는 지금의 대학을 사람들은 '직업양성소'라고 매도하지만, 강사법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전공자로부터 전문적인 지식조차 배우지 못하게 될 수도 있으니 '직업양성소'라는 이름조차 무색해진다. 그때 우리는 대학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한 강의실에 100명이 들어찬 수업을 듣다 보면, 내가 지금 수업을 듣고 있는 건지, 와이드 평면모니터로 온라인 수업을 듣고 있는 건지 구분이 안 된다. 생동감도 없고, 지적 호기심도 없다. 닭장차에 가득 채워진 닭마냥 빼곡히 채워진 강의실에서 수업을 들을 바에 차라리 온라인으로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방송통신대학 수업을 듣는 편이 금전적으로나 교육 질적인 측면에서든 낫다는 생각마저 들 정도다.
감사원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1970년에서 2011년 학생 수는 18.5배가량 늘었지만, 교원의 수는 고작 8배 정도 늘었다. 대학들은 학생들의 등록금 수입으로 자산을 불리는 동안 정작 꼭 써야 할 비용이자 책무인 전임교원채용을 제대로 하고 있지 않은 채 비정규직 강사를 필요할 때만 값싸게 쓰고 버렸다. 늘어나는 학생 수만큼 교원의 수가 늘어나지 않으니 한 강의에 100명씩 듣는 대형강의들이 늘어났다. 당연히 대학교육의 질은 낮아지고, 수많은 강사 또한 고된 비정규직의 삶 속에서 몸부림치다 목숨을 버렸다. 눈에 보이는 대학 전경은 참 평온한데, 내부의 모습은 치 떨리게 잔인하지 않는가.
새롭게 도입되는 이 강사법에 대한 사립대의 태도와 대응 또한 참 뻔뻔스럽다. 사립대는 "40년 동안 시간강사 제도를 활용하면서 대학 강의의 절반을 운영해 왔는데 내년부터 '강사'도 전임교원을 뽑는 것처럼 같은 임용절차를 밟으면 인건비 부담과 행정업무만 늘어난다"는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그러면서 "최대한 강사임용을 줄이고, 비교적 부담 없이 뽑아 운영할 수 있는 겸임 초빙 교수 등 비전임 교원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 번 더 경악이다. 40년 동안 수많은 강사가 저임금을 받으며 전체 수업의 절반을 해온 것에 대해 감사하기는커녕, 인건비 타령이다.
지난 세월 동안 대학들은 학생들 등록금은 꼬박꼬박 받아 수조원의 적립금을 쌓아두었으면서 법정 전임 교원의 수를 충족시키지 않았다. 대학 설립 운영 규정에 따라, 교원 1인당 학생 수는 인문사회대는 25명, 자연과학대는 20명, 공학대는 20명, 의학대는 8명으로 책정되어 있다. 하지만 2011년 기준 대학의 법정 전임교원 수는 8만 6천여명인데, 재직 교원은 6만 4천여 명에 불과하다. 법정 전임 교원을 채우려면 2만 2,000여 명이 더 충원되어야 하는데, 이는 전체 비정규직 강사 수의 절반이다. 대학이 욕심을 부리는 사이, 학생들과 강사들이 마땅히 누려야 했을 교육 '잘' 받을 권리와 교육 '잘' 할 권리를 빼앗기고 있었던 것이다.
내년 1월 강사법이 시행되면 이러한 기류는 더욱 확산 될 것이다. 대학은 끝까지 '국가의 재정지원이 필요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자신의 책무는 소홀히 할 게 뻔하다. 자체적으로 적립금을 풀어 전임교원을 더 뽑거나 등록금 인하와 같은 쇄신책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다. 시간강사는 무늬만 '강사'의 옷을 입었을 뿐 책임져야 할 업무량은 곱절로 늘어나고, 계약 기간도 6개월에서 1년 정도로 연장되었을 뿐 해마다 돌아오는 계약에 전전긍긍해야 하는 건 여전하다. 학생들은 강사들과 면담 한번 하기도 어려울 테고, 비전공 강사에게 수업을 들어야 할지도 모르며, 교원의 수가 줄면서 대형강의를 더 많이 듣게 될 것이다.
맑은 햇빛, 너 참 아름답다.
교정을 울리던 이 노랫말처럼 10월 맑은 햇살을 보며 마냥 아름답다고 말할 수 없는 지금의 현실이 너무 슬프지 않은가.
구소라. 영남대 졸업생입니다...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지만, 박정희 대학원 설립 이후 그마저도 힘들어졌다. 등록금이 비싼 것도 분하고, 닭장차에 닭마냥 강의실에 100명이 쳐박혀 듣는 수업도 어이없지만, 대학에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공동체가 무너지고 외로운 개인들만이 남아있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 현재 대학 내 무너진 공통체와 학생담론의 복원을 위해 결성된 '영남대 날라리당'에서 '졸업생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