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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미보 일대에 조성된 생태공원에 심어 놓은 나무 대부분이 죽었거나 고사 직전 상태였다. | | |
“생태공원이란 말은 자연 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공원을 조성할 때 써야 한다. (이곳은) 그냥 조경공원으로 불러야 한다. 서식 환경에 맞지 않는 나무를 심어서 다 죽게 만들어 놓고 어떻게 생태라는 말을 쓰나. 학계에서는 이걸 보고 돈세탁에 빗대 생태세탁이라 부른다”
김종원 계명대 교수(생물학과)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구미보 일대에 조성한 말라 죽은 나무만 서 있는 ‘생태공원’을 두고 한 말이다.
구미보 일대 생태공원 나무 고사 상태...
"북극에 살아야 할 종을 열대 우림에 심어 놓은 짓"
22일 오전 낙동강 구미보 일대 생태공원에서는 말라 죽은 나무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부산국토관리청이 지난해 이곳에 심은 조경수는 대부분이 죽거나 고사 직전이었다. 이 때문이지 돈을 들여 조성한 공원은 산책하는 이도 없었다. 생태공원이 아니라 '죽음공원'이나 '사막공원'이라는 말이 더 적절해 보였다.
4대강에 조성된 생태공원이 전국에 234개(낙동강 95개)로 총 면적은 130㎢에 달한다. 여의도 면적의 40배 정도다. 사업비용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나무 구입과 식재비용을 감안해 볼 때 말라 죽은 나무로 소요될 예산낭비 규모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 4대강 사업이 졸속적이라는 비난도 면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산국토관리청은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3월부터 11월까지 구미보 일대 39㎞ 구간에 물푸레나무, 이팝나무, 팽나무, 산딸나무 등 1만4천여 그루의 조경수를 심었다. 문제는 조경수들의 서식환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점이었다. 하천 주변에서 살기 힘든 나무들이 말라죽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조경식재업 관계자는 “이 규모면 조경식재업 쪽 사람들이 엄청난 이익을 남겼을 것”이라며 “이 나무들을 다시 심으려면 10억 원은 족히 들지 않겠냐”고 말했다. 생태를 고려치 않은 덕택에 예산낭비, 사막공원 조성 효과만 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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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원 교수는 돌피, 물피를 보며 생태공원에 조성된 토양이 썩여 있음을 설명했다. 그는 "외래종들이 대거 번식해 유기물이 강으로 흡수돼 생태계 파괴를 초래할 것"이라고 인공적 생태공원 조성을 비판했다. | | |
김종원 교수는 이를 두고 “북극에 살아야 할 종을 열대우림에 심어 놓은 짓”이라고 지적했다. 말라 죽어 볼품없이 서 있는 이팝나무는 아열대의 산지 계곡에 서식하는 식물이다.
이에 김 교수는 “생태도 고려하지 않은 어리석은 짓을 하며 무슨 생태공원이냐”며 “식물 생태에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환경적응력이 있는 어린 나무를 심었어야 했다”고 국토해양부와 이에 동의한 학자들을 비판했다. 김 교수의 말처럼 생태공원 주변 식재 대부분은 수령이 10년은 족히 지난 나무들이었다.
김종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온대 기후이기 때문에 사는 식물의 서식지가 뚜렷하게 나타난다. 자연이 알아서 정리를 하도록 해야지 더 이상 손대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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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고아읍에 조성된 인공습지. 인공으로 복토해 사막으로 변한 곳과 자연적 갈대 숲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 | |
이름을 습지공원, 실상은 사막공원
구미보 인근 고아습지에 조성한 인공 공원에는 사막이 펼쳐져 있었다. 4대강 공사과정에서 철새가 드나들던 해평습지를 호수화하면서 인근 고아습지를 대체 습지로 조성한 것이다.
고아습지는 인공으로 조성한 곳과 자연적인 공간이 뚜렷하게 차이를 보였다. 손을 대지 않은 곳에는 갈대가 우거져 있었으나, 강바닥에서 퍼올린 모래를 복토한 곳은 사막을 연상케 했다. 공원 안내 표지판은 ‘유채꽃밭’으로 설명하고 있었으나 갈대도 유채꽃도 찾을 수 없었다. 사막공원을 따라 심어 놓은 메타스퀘이어 나무도 고사 직전 상태였다.
정수근 대구환경운동연합(환경련) 생태국장은 “정부의 복안은 철새를 인공습지로 오게 만들겠다는 것이었다”고 설명하며 “그러나 사막화 된 이곳에 철새가 왜 머무르겠냐”고 국토해양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 혈세로 조성한 생태공원은 현 상태도 심각하지만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었다. 4대강 보 주변 생태공원은 수자원공사에서 ‘관리’라도 하지만, 나머지 지역은 지방자치단체로 이관 중에 있다.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들이 ‘죽음공원’을 복원시키기는 쉽지 않다.
이에 환경련은 공원을 두고 “해당 지자체들의 집단 보이콧 선언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며 “4대강사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더불어 이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생태공원 고사 나무 실태 파악과 공개 ▲생태공원 사업 사과 ▲자연을 관리하지 말고 그대로 둘 것을 주장했다.
김종원 교수는 “하천은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고 식물은 제 서식처에 사는 것이 생태”라며 “4대강 보를 다 걷어내는 것이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